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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9. 두 개의 달과 성처녀 레아(9)

두 개의 달과 성처녀 레아(9)

모든 사람들이 축제로 들떠있는 늦은 밤, 쿠베라는 야릇한 기대를 안고 레아의 천막을 찾아가기로 했다. 조금 늦었지만 레아에게 찾아가서 그날 밤의 일을 말하면 그녀는 자신을 받아들일 것이다. 쿠베라는 레아가 자신의 여자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쿠베라는 레아의 앞에 나서지 못했다.

그녀의 앞에 자신보다 한걸음 앞서 누군가 서 있었다. 그는 곧 기사가 된다는 시장의 셋째 아들 레오디나스였다.

쿠베라는 나무그림자 속에 숨어 레오디나스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달빛아래 처연한 얼굴로 울고 있는 레아를 보고 있자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내 여자가 다른 남자 때문에 울고 있다니!

질투에 눈이 먼 쿠베라는 씩씩거리며 머리를 굴렸다.

만약 여기서 레아에게 그날 밤의 일을 고백한다면 레아가 나를 받아들일까?

아니다.

레아는 레오디나스에게 달려갈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자신은 참수를 당하게 된다. 평민이 남작 가문의 여자를 강제로 범했으니 시체도 남기지 못할 것이다.

설사 왕국의 법이 아니더라도 레오디나스의 태도를 보니 그냥 넘어가기는 틀렸다. 몰인정하게 말하고 돌아섰지만 레오디나스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누구라도 저 얼굴을 본다면 레오디나스가 여전히 레아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참 만에 쿠베라는 그날 밤의 일을 평생의 비밀로 간직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씨벌!’

레오디나스의 집착 때문에 레아를 가질 수 없게 되다니!

남의 여자가 된 레아를 놓아주지 않는 레오디나스와 레아의 흐리멍텅 한 태도가 문제다.

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9. 두 개의 달과 성처녀 레아(9)

한참동안 씩씩 거리던 쿠베라는 엉뚱하게 ‘자신의 레아가 외간 남자인 레오디나스에게 한눈을 팔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쿠베라는 들고 있던 술병을 바닥에 내던졌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술병이 산산조각 났다.

쿠베라는 술병의 파편을 짓이기며 이를 갈았다.

사람들은 모두 속고 있다.

확실히 레아는 창녀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성처녀는 더더욱 아니다. 한없이 순결해 보이지만 자신은 알고 있다. 욕정에 몸을 떨던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을.

그건 레오디나스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명예로운 기사 서임을 앞둔 남자지만, 알고 보면 남의 여자에게 진드기처럼 달라붙는 추잡한 놈이다.

‘내가 이대로 물러 날 것 같으냐!’

라바움 신의 첫 번째 축제일이 지난 뒤, 묘한 소문이 떠돌았다. 그것은 “레아의 생부(生父)가 누구라더라”라는 식의 말이었다. 본래 좋은 이야기 보다 나쁜 이야기가 더 잘 전파되는 법이다. 사람들은 쉬쉬 하면서도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열심히 퍼 날랐다. 그 소문이 시장 라미우스에게 전해진 것은 라바움 신의 두 번째 축제일이 있던 6월 이었다.

“오늘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네. 자네도 알고 있는가?”

총관인 파이온이 의아한 얼굴로 라미우스 남작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이야기가 한 두 개라야 호응을 할 게 아닌가?

“남작님, 어떤 이야기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흠, 레아 말일세. 그 아이가 아들을 낳았다면서?”

순간 파이온의 얼굴이 가볍게 찡그려졌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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