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해진 날이 있나? 그쪽으로는 잘 몰라서”
“항상 첫 번째 축제 다음날에 내보네요. 날이 풀렸으니까 얼어 죽지 않는다나?”
“그렇군. 그런데 넌 네 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도 않냐?”
“왜요?”
아틀라스가 뚱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네 엄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묻지 않았잖아. 애들은 그런 거 궁금해 하던데”
레오디나스가 아틀라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특이하게 저 금발의 아틀라스는 “엄마는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사냐?” 거나 “집은 무엇으로 지었느냐?”, “주변에 위험한 것은 없느냐?” 등의 실질적인 부분에 대해서 알고 싶어 했다. 그는 아이들 특유의 “우리엄마 어떻게 생겼어요?” 따위의 귀여운 질문은 한 적이 없다.
“아는 걸 왜 물어 봐요? 모르는 걸 묻는 거 아니에요?”
“알아?”
레오디나스는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당연하죠. 엄만데"
“하하,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네 녀석이 태양의 정원에 들어 간 게 언젠데……”
“모든 사람이 다 아저씨 같지는 않다고요”
“뭐? 나도 머리가 상당히 좋다고 자부하는 사람인데, 6살 이전의 일은 몰라”
“그래요? 아저씨 머리가 별로 안 좋은 거네요”
“그럼 너는?”
“난 엄마의 표정은 물론 나에게 한 말까지 다 기억해요”
“오! 레아가 뭐랬는데?”
레오디나스가 과장된 몸짓을 해보였다. 잠시 아틀라스의 농담에 장단을 맞춰줄 생각이었다.
“엄마가 뭐라고 했냐면요, ‘엄마는 죽어서도 기다릴 테니까 잊지 말고 찾아와야 한다’라고 했어요”
“진짜?”
“진짜 울면서 그랬다니까요. ‘엄마는 영지에서 추방당해서 네 곁으로 갈 수 없으니까, 엄마에게 네가 와야 한다’ 라고”
“……”
이어진 말에 레오디나스는 웃지 않았다.
대신 말없이 술잔을 집어 들었다.
레아가 추방당한 것은 자신 때문이다. 자신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서 아버지가 그렇게 했다. 물론 그 결정으로 레아는 아들을 잃었고, 아버지도 아들을 잃었다. 따지고 보면 공평한 결과다. 두 집안 모두 부모가 아들과 생이별을 한 셈이니까.
생각에 잠긴 레오디나스의 귓가로 아틀라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저씨는 집에 안가요?”
“용병에게는 집이 없단다”
“아! 떠돌아 다녀야 하니까!”
“아니, 인간이기를 포기해서 그런 거야”
“……”
아틀라스가 멍한 표정으로 레오디나스를 바라보았다.
레오디나스의 얼굴위로 쓸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나만 행복하면, 내손에 죽은 사람들에게 미안하잖아”
“……”
아틀라스는 레오디나스가 불쌍하면서도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용병은 정말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일까? 그걸 깨닫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