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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29. 창조와 파괴(4)

창조와 파괴(4)

칼로스는 암암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그너스 13세가 이성적인 사람이라 다행이다’

생각해보면 영지를 하사받아 떠난 다는 것은 허황된 꿈이다. 입장을 바꿔 자신들이 황제라 해도 놓아 주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로소 기사단이라니?’
로소 기사단은 일명 “피의 기사단”이라고 불리는 죽음의 기사단이다. 그들은 붉은 망토를 착용하고 다니며 황제를 경호했다. 동시에 황제 직속의 붉은 망토 기사단은 죽음의 상징이다. 그래서 붉은 망토의 기사단이 나타나면 황제의 혈족들까지 공포에 덜었다. 오리하르콘을 최초로 장착한 기사들도 그들이다. 그만큼 자신들을 존중한다는 것인지, 죽음이 가깝다는 위협인지 애매하지 않은가?


이그너스 제국 북쪽의 공식 지명은 아티클 랜드다. 하지만 제국의 사람들은 아이스 랜드라고 불렀다. 일년 중에 겨울이 절반이고 나머지는 봄 날씨인 까닭이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겨울과 잇닿아 있는 봄인지라 온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이그너스 제국의 사람들은 그곳을 아이스 랜드라고 했다.

북부군 사령관 아즈틀란 대공(大公)이 요청한 병력은 2백의 기사와 10만의 정규군이다. 그런데 이그너스 13세는 백명의 기사와 2만의 정규군을 파병했다. 처음 그 소식을 전해들은 아즈틀란 대공은 황제를 원망했지만, 훗날 북방을 평정하고 황도로 달려가 그 자신도 오리하르콘을 이식 받았다.

제국 근위 기사단의 지원 속에 이루어진 최초의 반격에서 아티클 랜드의 이민족은 몰살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30만의 대군(大軍)중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은 고작 2천에 불과했다. 사망한 숫자만 20만이 넘었고 나머지는 전부 포로로 잡혀가 노예가 되었다.

대륙에 처음으로 “소드 마스터라는 존재가 실재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러나 그 소문은 이내 수그러들었다.

이그너스 황제는 적은 병력으로 북방의 국경선을 지킨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봄이 되자, 아즈틀란 대공이 이끄는 제국군은 북방의 이민족을 정벌하기 시작했다. 귀족들은 재정이 파탄 난 이그너스 황실에서 무리수를 둔다고 비난했지만, 아티클 랜드가 제국에 귀속 되는 데는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고작 한 달 만에 북방을 정벌한 이그너스 황제는 자유롭게 살게 했던 두 명의 연금술사를 불러 들였다.

“황제 폐하, 부르심을 받고 달려 왔사옵니다. 어인 일로 저희들을 찾으셨는지요?”

칼로스가 조심스럽게 이그너스 13세의 눈치를 살폈다. 이미 전투 중에 사망한 기사단의 숫자만큼 오리하르콘을 제작해 상납했다. 소드 마스터가 됐다고 해서 눈먼 화살까지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까닭이다. 그런데 친히 보자고 하니 괜히 가슴이 벌렁 거렸다. 문득 지난겨울에 몰살당한 마법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하, 꼭 무슨 일이 있어야 두 분의 후작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소?”

“그렇긴 합니다만……”

칼로스가 좌우에 도열한 붉은 망토의 기사들을 힐끔 살폈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소드 마스터 들이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완벽하게 두려운 존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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