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자검 레오디나스(12)
특별히 가고 싶다거나 가야할 곳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걷고 싶었다. 이대로 집으로 가봐야 밤새 뒤척이기나 할 것이다.
쿠베라는 레오가 칼라후를 죽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레오디나스가 레아를 죽인 것이다.
“빌어먹을 놈, 내 모든 걸 다 빼앗아 가는구나. 그것도 귀족의 특권이냐!”
물론 그건 쿠베라 혼자만의 생각이다. 지금까지 레오디나스는 귀족의 권위를 앞세워 누군가의 것을 빼앗은 적이 없다. 아니, 더 나아가 레오디나스는 쿠베라 라는 사람을 모른다. 그러니 쿠베라는 저 혼자 레오디나스를 저주하고 있는 셈이다. 매사에 레오디나스를 탓하는 것은, 빈민촌으로 몰래 레아를 찾아갔던 날 이후에 생긴, 고약한 습관이었다.
“하아!”
쿠베라의 입에서 장탄식이 흘러 나왔다.
레아가 어둠의 숲으로 들어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귀동냥으로 들었다. 레아가 떠오를 때마다 태양의 정원을 기웃거렸다. 그리고 먼발치에서 아틀라스라는 이름을 가진 사내아이를 보았다. 아틀라스는 레아를 쏙 닮아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
쿠베라는 야트막한 돌담장을 두른 석조 주택 앞에 이르러서야 멈췄다.
레아가 살던 집이다. 지금은 레아의 먼 친척이 살고 있다.
문득 레아를 처음 만나던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희미한 신음소리에 끌려 이 자리까지 왔었다.
쿠베라는 세월에 마모된 돌담을 더듬었다. 레아의 얼굴과 음성이 손에 잡히는 듯 느껴졌다.
“레아……”
깊이 잠든 것인지, 수치심 때문인지 몰라도 그녀는 끝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그래서 더 속이 쓰렸다. 레아는 자신의 얼굴은 물론 이름도 모른다. 레오디나스만 아니었다면, 감옥에 끌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녀의 앞에 나섰을 것이다.
“제기랄!”
하지만 이제는 늦었다. 모든 건 영원한 비밀이 되고 말았다. 자신이 아틀라스의 친부(親父)라는 걸 증명해 줄 사람이 없다.
쿠베라는 맥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문득 아틀라스가 보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아틀라스가 태양의 정원을 나가야 할 때군’
아틀라스는 입버릇처럼 어둠의 숲에서 살 거라고 했다. 만약 레아가 어둠의 숲에서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틀라스를 데리고 올까?’
어차피 자신은 가족도 없이 홀로 살고 있다. 숟가락 하나 더 놓는다고 당장 굶어 죽을 일은 없다. 게다가 여차하면 아틀라스에게 일을 시키면 된다. 아틀라스도 이제는 한사람의 몫을 감당해야 할 나이다. 그러라고 태양의 정원에서 내보내는 게 아닌가!
장성한 아틀라스가 자신을 봉양하는 광경이 그려졌다.
쿠베라는 푸들푸들 웃음을 흘렸다.
레아와는 처음부터 이상하게 꼬였지만 아틀라스만큼은 자신의 뜻대로 하고 싶었다. 어쨌든 자신은 그의 아버지다.
‘자식은 본래 아버지의 것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