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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59. 아버지의 이름으로(9)

아버지의 이름으로(9)

“험, 험, 내가 어려울 때 길르앗 남작에게 큰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네, 그건 저도 들었어요. 어떤 도움을 받았기에 은혜를 갚겠다고 하신 건지 궁금해서요”

아틀라스가 쿠베라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쿠베라는 직업이 없다. 그렇다고 부유한 것도 아니다. 도시 안에 허름한 석조주택을 가진 게 재산의 전부였다. 그나마도 유산으로 받은 것이다. 돈이 필요하면, 부유한 친척들 집을 돌아다니며, 돈을 꿔오는 것 같았다. 빌린 돈의 대부분은 도박으로 탕진했다. 돈을 빌려주는 친척들도 신기하지만, 그런 처지에 자신을 부양(扶養)하겠다는 쿠베라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젊은 시절에 사기꾼에게 재산을 모두 빼앗긴 적이 있다. 그때 길르앗 남작이 나를 믿고 후원해 줘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다시 일어섰다고요?”

아틀라스가 손으로 허름한 집안 구석구석을 가리켜 보였다.

이건 다시 일어선 집안의 모습이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쿠베라는 변변한 직업도 없다.

“험, 험, 낡아 보여도 모두다 사연이 있는 물건들이다. 그리고 그 후에 다시 사업을 했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아서 이렇게 된 것 뿐이다. 그건 그렇고. 이제는 너도 일을 해야겠다. 너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놀고먹게 내버려 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야기를 꾸며내기에 지친 쿠베라가 단호하게 말했다. 요즘은 친척들에게 돈을 꾸기도 어려웠다. 돈 얘기를 하면 친척들은 “왜 데리고 있는 녀석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가?”를 물었다. 친척들은 아틀라스를 노예나 일꾼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쿠베라의 장광설(長廣舌)은 아틀라스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막혔다.

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59. 아버지의 이름으로(9)

“쿠베라씨에게 급전(急錢)이 필요해서는 아니고요?”

“그, 급전이라니?”

“시국이 어수선해서 마지막으로 큰판을 벌인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전쟁이 터지면 도박장도 문을 닫아야 한다죠?”

“누, 누가 그런 소리를?”

“쿠베라씨의 단골 도박장에 제가 아는 사람들이 몇 있거든요”

“맹세코 그것과는 무관하다”

아틀라스가 야릇한 미소로 쿠베라를 바라보았다.

“상관없어요. 그래서 저를 메티스(metis) 용병단에 넘긴 건가요? 시종(侍從)으로라도 써달라고 했다죠?”

당황한 쿠베라가 헛기침을 터뜨렸다.

“험, 험, 알고 있었느냐? 모두가 너를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돈 때문이 아니다”

“쿠베라씨는 참 이상하다는 거 알아요?”

“내가 이상하다고?”

“솔직히 쿠베라씨가 나를 데리고 온 이유를 모르겠어요”

“그야 내가 길르앗 남작가에……”

“에이, 사기꾼 얘기는 약했다고요. 결국 나를 팔아넘길 거면서 3년이나 참은 것도 그렇고”

“파, 팔다니, 절대 그런 게 아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 쿠베라는 정말 억울했다. 다 맞는 말이지만 판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솔직히 아틀라스는 신전 출신이라서 매매를 할 수가 없다. 그가 노예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사람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게다가 누가 자기 자식을 판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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