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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62. 아버지의 이름으로(12)

아버지의 이름으로(12)

누군가를 욕하면서 배운다고 하던가? 왠일인지 레오디나스가 했던 말들이 혈관 속을 떠돌아다니는 느낌이다. 그를 잊으려고 할수록 그의 말이 생생히 떠올랐다. 심지어 그 말을 할 때 그의 얼굴에 떠오르던 쓸쓸한 미소와 눈가의 잔주름 까지도 기억이 났다.
“그냥 여기저기서 주워들었어. 용병들이 그런 말을 하잖아”

카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용케도 좋은 말을 듣고 다녔네? 나는 여기 와서 맨날 여자에 도박 얘기만 들었는데”
“그래? 어쨌든 너도 너무 겁 먹지마. 어차피 용병으로 살다보면 전쟁터는 수도 없이 나가야 하잖아. 어떻게든 살 생각을 해야지”

“그건 그런데……. 나는 아직 칼 쓰는 법이 서툴러서”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냐?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지”

“그래도 너는 꽤 잘하는 것 같던데? 대장도 아침에 네 검술을 칭찬했잖아”

“검술이 매끄럽다고 살아남는 건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해야 살아남는데?”

“운이지. 운”

아틀라스가 회색빛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어둠의 숲으로 들어 갈 때 엄마가 그렇게 비참한 최후를 마칠 거라는 걸 안 사람은 없었다. 맘씨 곱고 아름다운 엄마가 왜 마녀가 됐는지는 모른다. 그런 엄마를 하필 레오가 죽일 줄은 또 누가 알았을까? 모든 건 운명을 관장하는 신(神), 헬의 변덕스러움 때문인지도 모른다.

“야, 잘 나가다가 마지막 말은 좀 무책임하게 들린다?”

“누가 그러더라. 검술의 최고봉에 도달한 사람도 운 없으면 죽고, 검술의 생초보도 운만 좋으면 장수 한다고”

“진짜?”

“응, 그건 코넬리우스 님이 한 말이니까 사실일거야”

“라바움 신전의 그 노인네?”

“응”

“아, 그러고 보니 그 노인네가 너한테 검술을 가르쳐 줬었지?”

“노인네가 뭐냐? 장로님이시다”

“쳇! 골골 거리는 노인네에게 배운 검술로 괜찮겠냐?”

“내가 말했잖냐. 검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중요한 건 운이야. 운”

“아! 운……. 나도 운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태어날 때부터 버려진 우리한테 운이 있기는 있는 걸까?”

“그걸 나한테 물어보면 안 되지”


아틀라스가 다시 열심히 날을 갈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그렇게 날을 세울 건데?”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사라질 때까지”

카일이 놀란 눈으로 아틀라스를 바라보았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말은 처음 듣는 소리였다.

“원수가 있었냐?”

“원수일까? 하긴 원수라면 원수겠지……”

아틀라스가 혼잣말처럼 중얼 거렸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만큼 원한도 깊어진다. 하지만 그가 복수의 대상이 아니라는 걸 안다. 그래서 더욱 괴롭다.

잠시 후 카일도 아틀라스의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아틀라스의 것에 비해 확실히 무딘, 검의 날을 세워나갔다.

소년 카일의 콧등에 땀방울이 송송 맺힐 즈음이다.

메티스 용병단의 집합을 알리는 뿔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뿌우우우-'

묵직한 나팔 소리가 자작나무 숲을 지나 멀리멀리 퍼져 나갔다.

그것은 변방의 소국 크로노스 왕국과 대륙의 주인 이그너스 제국의 전쟁이 시작 됐음을 알리는 소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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