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아이를 건드리지 마십시오. 만약 그 아이를 건드리면……. 상대가 누구라도, 제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라미우스 남작의 얼굴에 허탈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아, 레오디나스……. 나는……. 내일 망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작은 왕국의 남작이다. 게다가 이 전쟁에서 살아남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 내가 나의 손자를 해칠 것 같으냐?”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아틀라스를 건드리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허허, 그러냐?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 두거라. 너의 어미와 나도 그런 마음으로 너를 키웠다”
순간 레오가 이를 갈며 말했다.
“그걸 알기에 더욱 저와 당신의 운명을 저주 하고 있습니다”
“……”
그 말을 끝으로 레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
라미우스 남작은 넋이 나간 얼굴로 아들이 떠난 빈자리를 바라보았다.
한낱 여자에게 눈이 멀어 가족을 버린 패륜적인 아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런 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내 잘못인가……’
문득 길르앗 레아의 해맑은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얼굴은 이내 아틀라스는 소년 용병의 얼굴로 바뀌었다.

“아틀라스! 누가 널 찾아 왔는지 알아? 놀라지마!”
카일의 호들갑에 아틀라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윽고 카일을 뒤따라 온 남자를 발견한 순간 아틀라스의 표정은 어둡게 가라앉았다.
레오다.
검을 버리고 용병계를 떠났다고 했을 때 화가 나서 며칠 동안 싸돌아다닌 적도 있다.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레오는 용병으로 살아야 한다. 왕국 최고 용병이라는 그의 명예는 자신의 손으로 부숴 버려야 하니까 말이다.
레오는 그런 아틀라스의 표정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건넸다.
“용병이 되기로 한 거냐?”
“고아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으니까요”
아틀라스의 의미심장한 말에 레오가 카일에게 슬쩍 시선을 돌렸다.
“카일이라고 했나? 둘이 할 얘기가 있는데 자리를 좀 비켜 줄 수 있겠나?”
“아, 예, 비켜 드리겠습니다”
돌아선 카일이 몇 걸음 걷다가 생각난 듯 아틀라스에게 소리쳤다.
“참! 아틀라스! 곧 출발 한다니까 잊은 물건 없는지 잘 챙겨봐!”
“그래, 네 걱정이나 해라”
아틀라스가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런 카일과 아틀라스를 번갈아 보던 레오가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좋은 동료를 뒀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