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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82. 죽음의 회랑(10)

죽음의 화랑(10)

마음먹고 움직이면 빛처럼 빠른 설인이지만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상대가 느끼는 공포를 즐기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이젠은 엘리시안에게 다가가는 설인의 표정을 보며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또 다른 기사 데미안이 설인과 엘리시안의 사이에 뛰어 들었다.
“가라! 너라도 그 용병 놈의 최후를 확인해야 하지 않겠냐! 여긴 우리가 맡겠다!”

“그래! 마물은 우리에게 맡기고 너는 용병 놈을 잡아! 어서!”

아이젠이 데미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엘리시안은 두 기사의 말에 잠시 멈칫 했다.

확실히 설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용병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다.

자신이 여기서 함께 죽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이대로 근위 기사단이 몰살당하는 것도 수치다.

적어도 용병과 함께, 혹은 용병의 죽음을 확인하고 귀대해야 한다.

“제기랄! 맥없이 죽지 마요! 그러면 내가 용서하지 않을 거에요!”

말과 함께 엘리시안은 돌아서서 달렸다.

“하하핫! 알았다! 먼저 가서 좋은 소식 기다리마!”

“근위기사단 만세!”

엘리시안은 달려가면서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두 기사의 기합이 들어간 소리를 듣고 있자니 눈물이 그치질 않는다.

“용병놈! 어딨는 거냐! 나와!”

엘리시안이 미친 듯 소리를 지르며 협곡으로 달려갔다.

“크아악!”

“커헉!”

두 기사의 마지막 비명이 들려오자 엘리시안은 귀를 막았다.

“나와! 나오란 말야! 새끼야!”

갑자기 어디선가 안개가 훅하고 밀려 왔다.

엘리시안은 숨을 죽이고 안개 속으로 파고들었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마물이 달려와 머리를 움켜 잡을 것 같았다.

엘리시안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 용병을 찾으려 하지 않고, 조금 더 자욱한 안개 속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살기 위한 본능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82. 죽음의 회랑(10)

엘리시안은 스피어 산맥, 다른 이름으로 죽음의 회랑의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맨지 사흘 만에 밝은 곳으로 나올 수 있었다.

엘리시안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 나왔다.

사흘 전과 지금의 풍경은 그다지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좌우로 높이 솟은 수많은 절벽과 그 너머로 아득히 보이는 뾰족한 산봉우리.

죽음의 회랑은 그저 길에 불과하다.

진짜 죽음의 위협은 저 험준한 산에 있다.

그런데 허망하게도 죽음의 회랑 초입에서 기사들이 전멸했다.

'꼬르륵'

사흘이나 아무것도 먹지 못하자 뱃속에서 난리가 났다.

엘리시안은 저도 모르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돌아 나갈 수도 없었다. 죽음의 회랑이 무서운 것은 협곡 아래에 사방으로 나 있는 길 때문이다. 계곡이 갈라져 자연히 생긴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문제는 정확한 방향을 모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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