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살려준 걸 후회 하게 만들지 마. 당신들 때문에 내 동료와 친구들이 죽었어”
……
잡아먹을 듯 서로를 노려보던 엘리시안과 아틀라스는 슬쩍 서로의 시선을 회피했다. 그게 상대의 책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서 괴성이 울려왔다.
'크르르르'
설인의 소리였다.
아틀라스가 혀를 차며 중얼 거렸다.
“저놈은 지치지도 않나. 이제 그만 포기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죽음의 회랑 초입에서 마주친 이래 지금까지 근 열흘간 계속 뒤를 쫒아 오고 있다. 철천지 원한을 맺은 것도 아닌데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뭐, 그래도 저놈 덕분에 다른 마물은 만나지 않고 있잖아요”
그건 엘리시안의 말대로다. 얼마나 드센 놈인지 다른 마물들이 슬슬 피하는 것 같다. 저렇게 한번 씩 괴성을 흘리면 인근의 육식짐승도 싹 달아난다. 물론 장단점이 있다. 위험한 마물이나 야수의 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라면, 사냥할 대상도 없다는 게 단점이다.
두 사람은 묵묵히 눈 위를 걸었다.
마스터급의 엘리시안이나 그 못지않은 괴력의 아틀라스인지라 생각보다 이동은 순조로웠다.
“쩝, 먹을 것만 있으면 죽음의 회랑도 별거 아닌데”
아틀라스의 독백에 엘리시안이 화답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죽음의 회랑 초입에서 좀 끔찍했지만, 막상 산에 오르니 할 만 하네요”
“나도 죽음의 회랑에 대해 무서운 말은 많이 들었는데. 역시 말만 들어서는 모르는 법인가?”
“뭐든 겪어 봐야 안다잖아요”
아틀라스가 독백처럼 운을 띄우면 엘리시안은 모른 척 받아 주었다.
지난 며칠 동안 그래도 낯이 익은 탓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여유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이름 모를 산 정상에 올랐을 때 폭설이 내렸다. 두 사람은 미친 날씨를 욕하며 산을 헤맸다.
하지만 일단 눈이 내리기 시작한 산은 냉엄한 자연의 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눈 속을 헤매던 두 사람은 굶주림과 추위에 떨어야 했다.
밤이 되자 두 사람은 “이렇게 무작정 헤매다가는 얼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에 사로 잡혔다.
그때부터는 미친 듯이 쉴 곳을 찾아 다녔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눈사태라도 났는지 멀리서 계속해서 “콰르르르” 하고 눈이 쓸리는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머리 위로 눈이 쏟아져 내리지 않기를 기도하며 부지런히 산을 내려갔다.
“저기 봐요!”
엘리시안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눈사태가 있었던지, 하얀 눈밭 사이에 생뚱맞게 뻥 뚫린 구멍이 보였다.
아틀라스와 엘리시안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굴로 달려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