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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114. 전장(戰場)의 지배자(20)

전장(戰場)의 지배자(20)

숙영지의 경비는 기사의 종자(從者)들이 서고 있었다. 종자의 숫자만도 무려 스무 명.
모처럼의 만월(滿月)로 사위는 대낮처럼 밝았다.

꾸벅거리며 졸음을 이겨내던 종자 하나가 “컥”소리와 함께 넘어졌다.

거의 동시에 다른 하나도 목을 붙들고 뒤로 넘어갔다.
그들의 목에는 석궁의 화살이 꼬리만 남기고 깊숙이 박혀 있었다.

그 작은 소란에 종자들이 하나 둘 일어섰다.

“무슨 일이야?”
“뭐야?”

먼저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종자들은 어딘가에서 날아든 석궁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악!”

“크윽!”

“학살자다!”

아틀란티카 - 아틀라스 연대기 114. 전장(戰場)의 지배자(20)

뒤늦게 부스스한 몰골로 뛰어 나온 윌리엄 남작이 황당한 눈으로 숙영지를 둘러보았다. 달빛 아래 죽어 넘어간 십여 명의 종자들이 보였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웃고 떠들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사냥당한 숫사슴처럼 눈을 부릅뜨고 죽어 있었다.

“정말…… 학살자가 왔습니까?”

윌리엄 남작은 하나마나한 질문을 던졌다.

스코트 남작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아니고서야 누가 이렇게 대담한 기습을 하겠소?”

“그렇군요.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보다시피 기습으로 종자들 열 명이 죽었고, 나머지는 적을 추격 중이오. 부단장인 로어 남작이 기사 열을 데리고 지원을 갔고”

“그 정도 전력이라면 학살자라고 해도 끝장이 나겠죠?”

“글쎄요. 그렇게 됐으면 좋겠소만……”

스코트 남작이 말끝을 흐렸다.

학살자의 정체와 능력에 대해 딱히 알려진 바가 없으니 자신 할 수 없었다.

삼십분쯤 지났을까?

종자 하나가 숲에서 뛰쳐나왔다. 종자의 눈은 절망으로 물들어 있었다.

“단, 단장님! 모두…… 죽었습니다. 놈은 악마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종자는 땅바닥에 엎어졌다.


“윌리엄 남작, 나는 기사들의 시체를 되찾으러 갈 생각이오만”

“저, 저도 가겠습니다”

윌리엄 남작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혼자 이 시체들 속에 남아 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스코트 남작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앞으로 나아갔다.

자신이 가는 길이 더 끔찍한 곳임을 윌리엄 남작은 모른다. 그렇다고 지금 그에게 친절하게 그걸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제국의 귀족은 귀족답게 죽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스코트 남작의 규칙적인 걸음이 느려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멈췄다.

달빛아래 드러난 협곡은 처참했다.

높이 솟아난 붉은 석주(石柱)들로 인해 갑자기 좁아진 협곡에 기사들의 시체가 널려 있었다.

피비린내가 짙은 걸 보면 대부분의 전투가 바로 이곳에서 치러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스코트 남작이 무덤덤한 음성으로 중얼 거렸다.

“머리가 좋은 놈이로군”

기사들의 시체는 석주의 중앙을 향하고 있었다. 학살자가 저곳에서 기사들을 상대했음이 틀림없다.

‘놈이 아직도 이곳에 있을까?’

그런 스코트 남작의 궁금증에 답이라도 하듯, 한 사람이 석주의 중앙에 나타났다.

스코트 남작의 눈매가 날카롭게 좁혀졌다.

온 몸에 피 칠을 한 청년, 아마도 그가 학살자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용병일 것이다.

“그대가 학살자 인가?”

대답대신 석주 뒤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슈슈슉'

스코트 남작은 검을 뽑아 화살을 가볍게 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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