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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리브 김준영 대표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 만드는 게 꿈”

지난 2월 15일 엔씨소프트는 엔트리브소프트 지분 76%를 SKT로부터 900억원에 인수했다. 소규모 개발업체에만 투자해온 엔씨가 수백원대 M&A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 캐주얼게임과 스포츠게임 라인업이 필요했던 엔씨는 엔트리브가 지닌 가능성을 높게 보고 ‘빅딜’을 시도한 것이다.

이 중심에는 김준영 엔트리브 대표가 있다. 김 대표는 엔씨가 최대 주주로 올라섰음에도 여전히 최전방에서 엔트리브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SKT가 최대 주주였을 때도, 그는 최고 경영자였다. 엔트리브가 탄생한 순간부터 김 대표는 단 한번도 지휘봉을 놓지 않았다.

93년 신입사원으로 게임업계에 입사한 김준영 대표는 2003년 12월 손노리에서 엔트리브소프트가 떨어져 나올 때 대표를 맡았다. 그는 50여명의 직원과 자본금 11억 회사를 책임져야 했다. 김 대표는 어렵던 긴 시절을 직원들과 견뎌냈다. 9여년이 지난 지금, 자본금 11억짜리 회사는 1500억원대 가치를 지닌 회사로 성장했다.

대기업이 줄줄이 실패하고 나간 게임사업에서 SKT만이 성공했다 말할 수 있는 것도 엔트리브 덕이다. SKT는 엔트리브에 330억원을 투자해 900억원을 벌었다. 5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투자금을 3배 가까이 불린 셈이다.

김 대표는 엔씨에 피인수 된 것을 제2의 창업이라 생각하고 직원들과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엔트리브 김준영 대표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 만드는 게 꿈”

◆ 굴곡 많은 인생, 죽다 살아나다

엔트리브와 함께한 김준영 대표의 삶에는 굴곡이 많다. 갑작스러운 회사 분할에 빚을 져가며 만든 회사를 만들었다. 첫 게임 ‘팡야’가 대박을 쳤고 자신감을 얻어 퍼블리셔로 변신을 꾀했다. 결과는 처참할 정도의 실패. 가족과도 같았던 직원들을 자기 손으로 구조조정 할 수 밖에 없었다.

“2005년 12월 퍼블리싱 사업을 선언한 뒤 2009년까지 퍼블리싱 게임 5개와 개발 중인 프로젝트 10개를 말아먹었어요. 2009년 초에는 70여명을 구조조정 해야만 했죠. 연봉도 동결할 수 밖에 없었어요. 참 죽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개발을 중단할까 고민했던 게임을 우직하게 밀기로 했다. 이 게임마저 실패한다면 기회는 없다고 생각했다. 절박함을 하늘도 알았을까. 마침내 대박이 터졌다. 그 게임이 바로 ‘프로야구매니저’(프야매)다.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프야매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 게임은 엎을까 고민했던 게임이었죠. 그런데 테스트 이후 가능성이 있겠다는 희망을 봤습니다. 프야매 팀들도 죽기살기로 매달렸죠. 안되면 끝장이라고 생각하고 직원 모두가 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2010년 4월 오픈하면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죠. 정말 벼랑 끝에 서 있다가 다시 살아난 느낌입니다.”

엔트리브 김준영 대표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 만드는 게 꿈”

◆엔씨 주식 팔았야만 했다

김준영 대표는 엔씨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약 110억원을 벌었다. 엔트리브 주식과 맞바꾼 엔씨 주식 3만7680주를 팔아서 마련한 돈이다. 김 대표는 엔씨 주식을 받고 나흘만에 전량 매도했다. 그렇게 급히 주식을 처분할 필요가 있었을까. 답은 간단했다.

“돈이 필요했어요. 지분 매각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25억 정도 내야 했는데 빚을 지고 세금을 낼 순 없었거든요.”

김 대표는 SK그룹 계열의 비상장 주식을 판 것이 됐기에 양도소득세 비율이 더 높았다. 김 대표는 앞서 설명했듯이 지분 매각대금의 90%를 엔씨 주식으로 받았다. 회사 창립부터 어려운 시절을 지나오면서 대출받은 빚도 많았다. 더 이상 빚을 질 순 없다고 판단해 고민 없이 주식을 판 것이다.

김준영 대표는 엔트리브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대표직을 맡고 있지만 1대 주주는 아니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이기에 모아둔 돈이 있을리 없었다. 소규모로 창업을 한 것도 아니었다. 회사 설립 당시 손노리로부터 나온 50여명의 직원들을 책임져야 했다. 경영권을 보장만 해준다면 투자를 받는 조건으로 지분을 넘겨주는 것도 괜찮았다.

‘프야매’가 흥행한 지금도 김 대표는 엔트리브 2대 주주다. 회사 가치가 훌쩍 커진 탓에 110억원이라는 큰 돈이 생겼지만 1대 주주는 꿈도 못 꿀 처지다.

엔트리브 김준영 대표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 만드는 게 꿈”

◆‘팡야2’ 꼭 만들고파

김준영 대표는 ‘팡야’에 대한 애착이 많다. 지금의 엔트리브를 있게 해 준 발판이 되어 준 게임이기에 다시금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골프존’ 등을 통해 골프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좋은 청신호로 보고 있다.

“팡야는 캐릭터가 가진 잠재력이 뛰어나요. ‘팡야2’는 전작의 캐릭터성은 살리되 사실성을 좀 더 강조하고 싶어요. 상당히 재미있는 게임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앨리샤’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엘리샤’는 삼촌팬을 거느린 아이유 덕에 초반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밸런스에 문제가 생기면서 팬들이 떠났다. 리뉴얼을 통해 하반기에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앨리샤는 참 안타까워요. 아이유 덕에 빛을 보긴 했는데 팬들의 기대치를 맞추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으로 봐요. 말이라는 소재 덕에 레이싱과 육성에 대한 기대가 다른데 어쩡쩡해 진 것 같습니다. 교배 시스템도 넣었지만 사실 설계가 잘못됐어요. 게임을 서비스 하고야 밸런스가 맞지 않다는 걸 알았죠.”

거듭된 실패를 안겨준 퍼블리싱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과거처럼 많은 게임을 서비스 하는 것 보다 게임성이 검증된 제대로 된 게임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아직까지 엔트리브를 퍼블리셔로 보는 인식이 부족한데 이 같은 편견을 꼭 깰 것이라 다짐했다.

“엔트리브가 퍼블리셔라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게임을 찾을 겁니다. ‘프야매’의 성공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것을 반드시 확인시켜줘야죠. 오랜 시간 저와 함께한 직원들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두고 보세요.”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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