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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경 ‘삼품’ 개발팀장 “맨땅에 헤딩해 대형사고 쳤어요”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오래 전부터 사용했지만 스마트폰 보급이 일상화된 요즘에서야 피부로 실감할 수 있다. PC를 대신해 스마트폰으로 웹서핑 등을 이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만큼 PC를 켜는 일이 줄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야흐로 유비쿼터스 시대에 살지만 PC는 여전히 온라인게임에 적합한 도구다. 성능 좋은 스마트폰 게임이 많더라도 아직 온라인게임이 주는 깊이와 콘텐츠의 방대함을 따라가긴 부족하다. 온라인게임과 연동되는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이 있긴 하지만, 일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 플랫폼의 구분 없이 모든 콘텐츠를 동등한 환경에서 경험토록 하는, 전무후무한 일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20년 가까이 턴제 게임만 만들어온 김태곤 사단이 그들이다. 김태곤 엔도어즈 상무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은 ‘삼국지를품다’(이하 삼품)를 통해 구상했고, 그를 10년 넘게 보좌해 온 오준경 팀장은 이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삼국지를품다’는 PC와 스마트폰의 경계를 허물, 유례없는 게임이 될 게 분명하다. 이를 위해 100여명의 개발자들이 3년이 넘게 이 게임에 매달리고 있다. 이 역사적인 일을 위해 폭염 보다 더한 개발 열기에 휩싸인 엔도어즈를 찾아, 오준경 팀장을 만났다.

오준경 ‘삼품’ 개발팀장 “맨땅에 헤딩해 대형사고 쳤어요”


◆ 맨땅에 헤딩하기

엔도어즈는 7월 초 PC와 모바일 연동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삼품’ 4차 스포터즈 테스트를 진행했다. 핵심이라 여기는 플랫폼 간 차이를 없애기 위한 점검이었다. 이 테스트의 결과는 ‘삼품’의 개발목적과 직결되기 때문에 개발팀은 바짝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고 그만큼 숙제도 많아졌다.

“누가 먼저 해 본 일이라면 참조라도 할 텐데, 플랫폼의 장벽을 넘는 일이 쉽지만은 않더군요.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한 월드에 같은 콘텐츠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엔도어즈는 스마트폰 게임을 개발해 본 적이 없다. 그런 상태에서 PC와 스마트폰이 연동되는 게임을 만들고 있으니, 어려움도 많을 법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삼품’의 플레이 화면은 PC나 스마트폰에서나 동일하다. 조작 인터페이스의 차이만 있을 뿐, 두 환경에서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스마트폰 환경에서 테스트가 원활히 진행됐음에도 오준경 팀장은 ‘만족’ 보다는 ‘아쉬움’이 남는 듯 하다. 숙제 얘기가 줄줄이 이어졌다.

“조작성도 더 보완해야 하구요, 로그인 연동 문제에 재접속 시스템 점검, 아 특히 발열문제 이것도 숙제죠. 애플과 구글 정책도 공부하게 됐습니다. 우리만 잘한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테스트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좋았지만 이런 부분보다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에 먼저 눈이 가더군요.”

숙제 얘기를 듣다 보면 이 게임이 올해 중 나올까 의심스럽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뜻밖이다.

“거의 다 만들었어요. 다만 모바일 환경에 대한 정리와 재미를 위한 개선만이 남았죠. 남들 하지 않는 거 하는 건데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이 나는 겁니다. 올해 중 출시해야죠.”

오준경 ‘삼품’ 개발팀장 “맨땅에 헤딩해 대형사고 쳤어요”

◆‘삼품’ 앞으로는 추가될 것들

‘삼품’ 4차 테스트에는 ‘말’(馬)이 도입됐다. 삼국지에는 ‘적토마’를 시작으로 ‘적로마’, ‘조황비전’, ‘절영’ 등 유명한 말들이 많이 나오니 빼놓고 가긴 아까운 콘텐츠다. 흥미로운 점은 이 말을 얻는 방식이 최근 유행하는 스마트폰 SNS와 닮아있다. ‘교배’를 통해 좋은 말을 얻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재미요소가 됐다.

커뮤니티를 강화하기 위해 파티를 맺은 이용자들이 일정시간 이상이 흐르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파티형 던전이 추가됐다. 오준경 팀장은 “이를 더 발전시켜 레이드 형태의 던전을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고 귀띔했다.

아이템 체계도 바뀐다. ‘삼품’에서 S급 장수들만 고유 무기를 가진다. 이를 더 확대해 레어 아이템과 전용 장비를 추가해 단편적인 캐릭터 육성에 변화를 주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장수를 획득했을 때 만족감을 배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인재등용 방식을 예고했다.

“삼품에는 장수가 200여명 등장할 예정인데, 이들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다양한 아이템이 등장할 겁니다. 핵심은 간결하면서도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아이템 시스템을 개편할 예정입니다. 장수등용에 있어서도 삼고초려 같은 이벤트 형식을 넣어볼까 고민 중 이예요.”

방대한 삼국지 스토리를 어디까지 구현했을까? 현재 2막 ‘여포의 죽음’까지 개발이 끝났다고 한다. 절대무공을 지녔음에도 제대로 된 군주를 만나지 못해 몰락하고 마는 여포의 모습을 사실감 있는 게임 내 동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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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패러다임 바뀔 것

‘삼품’은 3G 환경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개발팀원들도 PC보다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테스트하는 경우가 많다. ‘삼품 인증하기’라는 자발적인 놀이도 생겨났다.

“3G망으로 접속할 수 있으니까 언제 어디서든 팀원들이 접속하는 경우가 많아요. 게임에 들어가보면 휴가나 출장간 친구들도 들어와 있어요. 한국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게임이 원활히 되는 것을 확인하고 신기해 하죠. 각국의 랜드마크에서 ‘삼품’ 플레이 장면을 찍어서 서로 공유하기도 해요.”

무선 환경만 허락한다면 ‘삼품’은 어디서나 접속이 가능토록 설계됐다. 국가별로 접속을 허락할지는 향후 넥슨의 서비스 정책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본적으로 전세계 이용자들이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됐다.

스마트폰은 휴대성과 접근성이 좋다. 네트워크 환경만 제공되면 어디서든 ‘삼품’을 즐길 수 있다. 온라인게임인 만큼 채팅 등의 커뮤니티 서비스가 제공돼야 하는데, 이를 스마트폰에 도입하는 것은 의외로 쉽게 해결됐다.

“삼품톡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 있습니다. 동맹원들의 커뮤니티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요, 이와 별도로 게임 내에서 채팅은 쉽게 할 수 있어요. 구글이 만들어둔 음성지원 때문이죠.”

요즘 스마트폰은 사람 목소리를 인식한다. 기자가 ‘안녕’이라고 말하자, 자동으로 채팅창에 글이 올라갔다. 스마트폰으로 채팅하는 것이 키보드 보다 느리고 불편할 것이라는 오해를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오준경 ‘삼품’ 개발팀장 “맨땅에 헤딩해 대형사고 쳤어요”

오준경 팀장을 비롯한 ‘삼품’ 개발자들이 원하는 것은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을 꼭 PC앞에서 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길 원했다. 스마트폰으로 누워서 ‘삼품’을 즐기나, PC 앞에서 게임을 하나 제3자는 차이를 느낄 수 없고 이용자들 또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그런 환경, 플랫폼에 따라 이용자층이 종속되지 않는 그런 게임을 ‘삼품’으로 보여주고 싶어했다.

“처음에는 ‘과연 할 수 있을까’란 의심도 들었고, 막상 시작했을 때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직하게 파고들었고 어느 정도 답을 구한 것 같습니다. ‘삼품’이 제대로 된 온라인게임을 PC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사례가 되기를 바랍니다. 기대해주세요.”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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