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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넥슨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준 뇌물에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오랜 친분에 의한 행위였고, 부정청탁도 없다는 게 무죄 판결의 취지다. 넥슨은 한시름 놓았지만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 의사를 밝혔다.

지난주 박근혜 게이트로 재벌총수들이 국정조사에 소환됐다. '시켜서 했고 나머진 모른다'로 일관하던 그들을 보며 국민들은 분노했다. 그 분노는 국회로 전해졌고 결국 박 대통령은 탄핵을 당했다. 국정농단에 재벌들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는 국민들이 이번 김 창업자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을 어떻게 봐라 볼지 궁금하다.

재벌들이 억울했던 것처럼 넥슨 역시 억울한 면이 많을 것이다. 김 창업자가 '정신적인 강간을 당한 상태'라고 흥분할 정도니, 믿었던 사람이 자신의 지위를 앞세워 이권을 강요를 했을 때 그 배신감은 쉽게 짐작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주기만 했고 받은 게 없었다고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오랜 기간 김정주 창업자를 봐 온 기자로서는 그의 결백을 믿는다. 청문회에 불려 나온 재벌 총수들과 달리 김 창업자는 권위를 내세우거나 독단으로 무엇을 결정하지 않는다. 제왕적이기 보다는 그가 오너인 걸 모르는 직원이 더 많을 정도로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적인 개인의 면모가 도덕적으로 훌륭한 것은 아니다. 본인은 선의에서 한 일이었고 바라는 것은 없었을 것이지만, 받는 사람 입장이 달랐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사건에는 국정농단의 핵심으로 지목돼 국민들로부터 수배를 당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도 연관이 있다는 설이 있다. 넥슨의 주장과는 반대로, 국민들에겐 넥슨-진경준 사건이 박근혜 게이트의 일부분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다.

2심에서 무죄를 받는다 하더라도 국민감정은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넥슨을 가장 잘 안다고 믿는 유저들로부터 '돈슨'이란 오명이 붙은 이상, 이미지가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

그 동안 넥슨은 어린이 병원을 세우고 작은 책방을 백여곳 이상을 열며 사회적으로 좋은 활동을 많이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장애인 고용에도 앞장서고 게임한류에도 공이 있다. 많은 이벤트로 유저들에게 즐거움도 줬다. '돈슨'이란 이미지를 벗기 위해 그 수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오너의 잘못된 판단 하나로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김 창업자와 넥슨은 이제부터라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무게와 의미를 다시 되새기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재판부는 면죄부를 줬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 재벌들처럼 어디에 쓰일지 모르는 큰 돈을 일시에 내라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묵묵히 사회를 위한 일을 할 때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은 조금이나마 누그러질 수 있을 것이다. 자중하고 또 자중할 때다.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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