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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한국판 '게이머게이트' 막아야

지난 10일 구글의 전체 미팅이 취소됐다. '게이머게이트 스타일'(gamergate-style) 공격이 원인이었다는게 구글 측의 설명이다.

구글은 지난주 성차별적 메시지를 남긴 구글 엔지니어 제임스 데모어를 해고했다. 그는 남녀임금격차에 대해 생물학적 차이가 있고 이는 자명하다는 식의 메모를 남겼고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잘못된 고정관념을 퍼뜨렸다"며 해고했다.

해고를 당한 제임스 데모어는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예고하며 월스트리트 저널에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다. 그를 지지하는 크라우드 펀딩까지 열렸다.

논쟁이 격해지자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기획했던 사내 공개회의를 취소하며 대응에 나섰다. 해당 사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일부 직원들의 실명이 외부로 공개되고 협박을 받는 '게이머게이트 스타일' 공격을 당하는 등의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극우 단체는 성차별, 다양성 반대 정당화 글을 쓴 제임스다모어의 지지를 표명하고 구글 본사에 몰려들어 시위를 하고 있다.

'게이머게이트 스타일' 공격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단체로 여성 게임 개발자, 여성 게임 평론가 등 게임과 관련한 여성을 타겟으로 온라인상의 폭력, 살해, 강간 협박을 오랜 기간 엄청난 양으로 가하는 행위다.

'게이머게이트'의 사례는 페미니스트 게임 비평가 아니타 사키시안이 겪은 폭력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2년 비디오게임에 등장하는 흔한 비유들을 페미니스트 렌즈로 점검해보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열었지만 이 펀딩이 열리자마자 안티 페미니스트들이 몰려와 펀딩 페이지와 블로그를 욕설과 협박으로 뒤덮었다.

그리고 2년 뒤인 2014년 사키시안은 일부 극단적인 게이머들의 살해 협박을 받고 공개 강의와 연설을 취소하는 일까지 겪었다. 당시 한 여성 개발자와 리뷰어들간의 치정 얽힌 사건인 '게이머게이트'에서 페미니스트 인사로 지목돼 성난 게이머들의 집중 포화를 받은 것이다.

이 '게이머게이트'와 사키시안 살해 위협은 뉴욕 타임즈 등의 미국 주요 언론에서도 보도될 만큼 큰 문제로 대두됐으며 FBI가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FBI는 미미한 수준의 처벌로만 사건을 종결했다. 문제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지 못했으며 법제도 현대화되지 못해 처벌할 수 있는 법안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해외에서는 2014년 게이머게이트 당시 제대로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구글이 현재 이런 상황을 겪고 있다는 칼럼들이 나오고 있다. 한 단계 위로 현재 미국 정권도 이를 지지하는 세력이 만들었다는 분석까지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남자 BJ의 여성 BJ 살해 협박 사건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영향을 뻗쳤고 이를 막아야할 경찰이 살해 협박을 경범죄 취급해 5만 원의 범칙금을 부여한 것은 자칫 미국에서와 같은 일이 벌어질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다양성, 성차별 등 젠더 이슈가 무거운 정치 사안인 것은 자명하다. 얼마전 이에 대한 의견 대립이 세력간 충돌의 핵심이 되기도 했다. 온라인상의 폭력이 오프라인에서도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등장한 만큼 이 사건이 심각한 사안임을 행정 레벨까지 인식시켜야할 것이다.

공개적으로 살해 협박을 하는 스트리머가 81만 명의 팬을 가지고 있으며, 수천명이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보면서도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사건이 5만 원의 범칙금으로 끝났다. 어쩌면 '게이머게이트'는 이미 열려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열려버린 게이트라면 닫기 위해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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