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신진섭 게임칼럼니스트]
![게임 과금 때문에 골치 아프신 분들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지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40718223709137da2c546b3a1235116101.jpg&nmt=26)
◆월정액 상품은 저렴하지 않다! '풋인더도어 효과'
![월정액 상품.](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40718231502321da2c546b3a1235116101.jpg&nmt=26)
월정액 상품은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게임사의 '빅픽쳐'에 빨려 들어가는 첫 걸음이죠. 월정액을 끊는 순간 여러분의 시간과 습관은 게임사의 것이 됩니다. 월정액을 끊는 순간 매일 접속하지 않으면 손해 보는 느낌이 나 견딜 수가 없게 됩니다. 적어도 한 달 간은 게임을 접을 수 없는 몸이 돼 버리죠. 월정액은 미끼상품에 불과합니다. 한 번 지르기가 어렵지 두 번은 쉽고, 세 번은 더 쉽습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고, 세 번은 프리패스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40718243607695da2c546b3a1235116101.jpg&nmt=26)
![겉보기엔 저렴한 한정 상품은 진정 저렴할까? 그렇게 저렴한 상품만 판매했으면 'AFK아레나'가 매출 5위일 리가 없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40718250601999da2c546b3a1235116101.jpg&nmt=26)
여기까지 지르셨다면 과금의 심리적 장벽은 무너졌습니다. 또 한 번의 허들을 만난 당신은 아마 '초보자 패키지' 등 특가 아이템 구매를 고민하게 될 겁니다. 한 달 이상 플레이할 게임인데 몇천 원이 대수겠습니까. 여기까지 지른 돈은 많아봐야 몇만 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게임사의 심리 트릭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결핍 만들기! '질러라 그러면 뜰 것이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은 대놓고 과금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과금을 강요한다는 인상을 주면 이용자 이탈로 이어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용자가 원해서 과금했다고 믿게 만드는 데 노력합니다.
![전광판에 쉴 새 없이 누군가 강화에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왜 강화에 실패해서 게임 접었다는 메시지는 나오지 않을까. 지르면 될 것 같다는 착시효과를 불러 일으킨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40718262508592da2c546b3a1235116101.jpg&nmt=26)
전광판을 통해 나도 질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박히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금을 합리화시킬 정보들을 수집하게 됩니다.
딜이 얼마나 잘 박히는지, 고등급 캐릭터가 결투장에서 얼마나 강력한지와 같은 것들 말입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선택적 지각'과 '확증 편향'이 발생합니다. 결과는 여러분들도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어느 야심한 밤 10만 원 넘게 지르고 한층 강력해진 모습에 뿌듯해 합니다.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월정액만 지르는 소과금으로 플레이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말이죠.
![게이머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40718265805394da2c546b3a1235116101.jpg&nmt=26)
결핍 만들기에서 '아레나(결투장)' 시스템을 빼 놓을 수 없죠. 시나리오 중심의 게임 대부분이 왜 스토리와는 별 상관도 없는 결투장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을까요.
결투장은 이용자가 자신의 결핍을 체감하게 하는 핵심 콘텐츠입니다. 내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장비와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지 은연중에 보여줍니다. 시나리오를 다 클리어하고 과금을 중지해도 될 사람들이 결투장에 갔다 오면 홀린 듯이 지문을 대고 크리스탈을 결제합니다. 더 강해져야 한다는 목표, 즉 없던 결핍이 생긴 겁니다. 결투장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도 꽤나 짭짤해 무시할 수 없게 설계돼 있죠.
◆크리스탈은 현금이 아니다? 이중재화가 유행하는 이유
![크리스탈 상점.](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40718273403644da2c546b3a1235116101.jpg&nmt=26)
게임 내 크리스탈은 카지노의 칩과 같은 역할입니다. 카지노에서 현금으로 100만 원의 베팅을 하기 어렵지만 100만 원짜리 '블랙 칩'을 내는 건 별 거 아니게 느껴집니다. 돈을 쓴다는 현실감각이 칩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사라지게 되는 거죠. 마찬가지로 크리스탈로 상품을 결제하다보니 실제 내가 얼마만큼의 돈을 지불했는지 착각하기 쉽습니다.
날이 갈수록 게임 내 재화의 가짓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혹시 눈치 채셨나요? 현금을 크리스탈로 바꾸고, 크리스탈을 블랙 크리스탈로 교환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이 상품에 내가 얼마를 지불하고 있는지 따져보기가 더욱 어려워집니다.
과금을 하기 전 크리스탈 숫자도 한 번 살펴보세요. 내가 구입하려는 상품과 정확히 동일한 개수의 크리스탈 상품은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상점에서 '전설의 레전드 흑마'를 1000 크리스탈에 판매한다면 '1200 크리스탈' 상품이 눈에 들어올 겁니다. 재화가 남았으니 좋은 거 아니냐구요? 재화가 남아있는 동안 여러분은 게임을 떠날 수 없습니다. 그 재화를 소모하기 위해 추가 과금을 고려하게 되겠죠.
주거니 받거니 소주 마시다 보면 꼭 마지막에 반 잔밖에 안 남와서 한 병을 더 시키지 않으십니까. 소주 한 병 양이 일곱 잔 반인 이유와 크리스탈이 항상 남는 이유는 같습니다.
◆'똥겜'이 '갓겜'이 되는 '기준점 편향'
![고병규의 두 컷 만화 '조삼모사'. 뭐가 진짜 갓겜인지 구별할 수 있으시겠습니까.](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40718310904130da2c546b3a1235116101.jpg&nmt=26)
여기 돈 먹는 하마로 소문이 난 A 게임이 있습니다. 한 달에 몇백은 우습게 깨진다고 이미 소문이 다 났습니다. 그런데 게임사가 최고급 장비를 초특급 가격 50만 원에 풀어버린 겁니다. 사람들은 지르는 게 남는 거라며 너 나 없이 구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B 게임은 달랐습니다. 오픈 초기부터 과금을 강요하지 않는 착한 과금으로 이용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죠. 한 달에 1만 원이면 충분해 지를 게 없다면서 상품을 더 만들어달라는 이용자들의 피드백까지 있었습니다. 이 말을 철썩 같이 믿었던 B 게임은 무려 10만 원 짜리 과금 상품을 내놓게 됩니다. 커뮤니티는 폭발했습니다. '돈에 미친 게임'이라는 비판이 게시판을 뒤덮었습니다.
분명 A 게임이 이용자에게 더 많은 과금을 유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욕은 B 게임이 먹습니다. 이용자들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기준점이 달랐기 때문이죠. 이를 기준점 편향, 또는 닻을 내렸다는 의미에서 '앵커링 효과'라고 부릅니다.
![명품백.](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40718320609185da2c546b3a1235116101.jpg&nmt=26)
크리스탈 상품에도 앵커링 효과가 녹아있습니다. 10개에 4000원, 300개에 12만 원하는 크리스탈을 별도 구매하려면 비싸게 느껴지죠. 애초에 사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걸 게임사도 압니다.
주력상품은 1+1 등 특가 묶음 판매입니다. 비싼 크리스탈은 특가형 상품을 더 매력적이게 만들기 위해 존재합니다. 더 싸다고 지르지만 따져보면 실제는 그렇지 않은거죠. 마트에 가서 원래는 살 생각이 없었던 1+1 과자를 무심결에 집는 행동과 마찬가지입니다.
◆덮어놓고 과금하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지난 2014년 게임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던 짤. 자신이 개발자라고 주장했던 모씨는 "핵과금러가 아닌 이용자는 없어도 그만"이라며 일갈했다(출처=루리웹).](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0040718331408310da2c546b3a1235116101.jpg&nmt=26)
필요한 건 합리적 소비입니다. 과금 트릭에 넘어가는 소비자가 많을수록 게임 그 자체보다는 과금상품 개발에 집중하는 게임사가 더 늘어날 겁니다. 더 많은 즐거움을 제공하는 게임이 잘 팔려야 이용자와 게임사가 모두 행복한 '윈-윈' 구조가 정착될 게 아니겠습니까.
앞에 소개한 과금 트릭은 모두 '매몰비용의 오류'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를수록 게임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는 얘기입니다. 경제학에선 매몰비용을 고려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미 되돌려 받을 수 없다면 잊어버리고 다음부터 제대로 된 선택을 해야 합리적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거죠.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한 달에 얼마만큼 게임에 투자할 건지 정해놓고 그 한도 안에서 소비하는 습관이 요구됩니다. 만약 지금 하고 있는 게임이 내게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한다고 느껴진다면 과감하게 삭제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미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서 계속 하다보면 그 결말이 어떨지는 이미 답이 나와 있습니다. 풀 세팅이 완료된 랭커 계정이 아까우시다구요?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지불한 비용의 곱절 이상이 들 겁니다. 허들은 끝도 없이 더 높아질 테니까요.
정리=이원희 기자(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