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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언 변호사 "게임표절, 자신하십니까?"

구태언 변호사 "게임표절, 자신하십니까?"
"어, 이 게임 많이 본 것 같은데? 이거 표절 아닌가?"

스마트폰 게임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비슷한 게임들이 쏟아지고 있다. 게임방식과 그래픽, 사운드 등 종합적인 모습에서 표절로 의심되는 게임도 여럿 있다. 게이머의 시각에서는 '짝퉁' 혹은 '베낀' 것처럼 보이는 게임일지라도 법의 판단은 다를 수 있다. 간단히 말해 법원은 저작권을 침해당 당한 게임이 '독보적이고 유일무이한 창의성'을 지녔는지를 먼저 따져보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협회(구 게임산업협회) 대회의실에서 '게임표절' 주제로 열린 기자연구모임에 참석한 법무법인 테크앤로 구태언 변호사는 게임 저작권 소송이 힘든 이유를 세 가지로 압축했다.

첫째는 해당 게임의 저작권을 인정하려면 고유한 창의성을 먼저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테트리스'와 '스네이크바이크'처럼 누구나 해당 게임이 최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게임이라면 저작권을 주장하기 쉽지만, 요즘처럼 스마트폰 게임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누가 '원조'라는 것을 입증하기 힘들다.

가령, 한 때 논란이 됐던 '다함께차차차'의 경우, 자동차 경주라는 범용성, 차가 추돌할 때 나타나는 그래픽, 추월했을 때의 사운드 등은 타 게임에서도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것인 바, 이를 소니의 '모두의 스트레스 팍'이 독자적인 것으로 판단하기 힘들다.

대다수의 게임이 스토리텔링이나 게임방식, 효과 등을 다른 게임의 것을 참고하거나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 저작자가 이러한 표현이 자신만의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는 게 구 변호사의 설명이다.

구 변호사는 "저작권 소송이 붙으면 변호사들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게임방식이나 그래픽, 사운드 등이 예전에는 없었나'는 것을 찾아보는 것"이라 말했다. 쉽게 말해 짝퉁을 베낀 다른 짝퉁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게임이란 장르의 특수성 때문이다. 게임은 프로그래밍, 그래픽, 음악이 복합된 종합예술의 성격을 띈다. 전체적으로 비슷해 보여도 하나하나를 떼놓고 보면 다른 경우도 있다. 저작권을 침해 당한 측에서 부분과 전체의 유사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음악의 경우 8마디가 같으면 표절이다. 게임도 소소코드가 같다면 표절이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이렇게 하는 개발사는 없다. 프로그램상 유사해도 구조나 배열방법에 차이가 있다면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따라서 사운드나 그래픽 같은 표현 부분을 놓고 다투게 되는데 이 역시도 '고유한 것'인지를 따지게 된다. 법원은 표현에 있어서도 표준적이거나 전형적인 경우는 '필수장면의 원칙'으로 분류해 저작권에서 제외시킨다.

예를 들어, 문을 열면 거실이 나온다거나 수류탄이 터질 때의 일반적인 이펙트 등 누가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의 표준'으로 규정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셋째는 게임에 대한 법원의 이해부족이다. 게임이란 것을 낯설어 하는 법관들 때문에 80년 대에는 게임 자체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게임이 소설과 같은 저작권을 인정받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복잡한 게임에 대해 판사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구 변호사는 말할 정도다.

다행히 최근 젊은 법관들은 게임을 해 본 경험이 있고 이해의 폭이 넓어, 과거처럼 이해를 시키는 수고로움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한다.

구태언 변호사 "게임표절, 자신하십니까?"

◆ 특허와 저작권을 구분해라

지난해 5월 30일 미국 뉴저지 연방지방법원은 '테트리스'를 모방한 '미노'(Mino)라는 게임에 대한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다.

이 때도 게임방식이 아닌 '테트리스 블록이 떨어지는 판의 크기', '그림자 블록', '다음 떨어질 블록의 표시' 등을 저작권의 대상으로 삼았다. 즉, 테트리스 고유의 게임방식은 문제 삼지 않았다. 이유는 특허와 저작권을 구분하기 때문이다.

구 변호사는 "정말 독특하고 참신하며 유일한 게임방식이라면 '특허'를 내라"고 충고했다. 아이디어는 특허가 될 수 있지만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이를 법률 용어로 '합체의 원칙'이라 한다.

보석 맞추기 게임인 '비쥬월드'도 그래픽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 게임방식에 대한 특허는 없다. 그래서 '애니팡'은 보석 대신 동물을 넣어 대박을 쳤다. 두 게임은 비슷하지만 그래픽의 차이로 법적으로 따지면 저작권 침해는 아니다.

그런데 이 특허, 받기가 쉽지 않다. 기술에 대한 특허는 상대적으로 쉬우나 게임 방식 등과 같은 방법특허는 인정 받기가 까다롭다. 새로운 것이며 진보적이어야 하며, 해당 방식으로 인한 게임산업의 획기적인 변화 가능성 등을 따져 보기 때문이다.

◆ 변화하는 중국, 승소 가능성 커졌다

구태언 변호사는 모바일게임 '아이러브커피'를 베낀 중국산 짝퉁게임 '커피러브'를 현지에서 몰아냈다. 온갖 짝퉁이 난무하던 중국에서 거둔 혁혁한 성과다.

이에 대해, 구 변호사는 "중국이 변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자신이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저작권을 존중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라며, "중국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라도 타인의 저작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아이러브커피'의 저작권 요소를 잘 설명한 서면을 만들고 이를 중국어로 잘 번역해 당국을 설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저작권위원회 같은 '판권중심'이 움직여, '커피러브'를 블랙마켓에서 내리도록 했다.

구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저작권 침해를 인지했다면 전략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작권 소송은 대법원까지 갈 경우 평균적으로 5년 정도 걸린다. 저작권 침해로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한다 하더라도 소송을 거는 것 보다 다른 게임을 만드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구 변호사는 "전략적인 의사결정에는 시기, 입증의 용이성, 자사의 저작권 요소에 대한 판단 등 복합적으로 적용된다"며, "일단 여기에 대해 로펌에 대해 컨설팅을 받고, 승산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 구태언 변호사는?

구 변호사는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컴퓨터수사부 검사로 활동했다. 2004년 한게임 게임머니를 버그를 이용해 오결제하고 이를 다단계를 통해 환전한 일당을 검거하면서 게임과 인연을 맺었다.

서울중앙지방검철청 첨단범죄수사부에서 근무하다 2006년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개업했다. 2012년 법무법인 테크앤로를 설립하고 IT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2012년은 법조인 최초로 '제11회 정보보호대상 공로상'을 수상한 바 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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