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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미국의 게임 문화축제

블리즈컨 첫날 일정이 끝난 7일 저녁 8시. 호텔 밖에서 쿵짝거리는 소리와 함성 소리에 창 밖을 내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기자가 묵고 있는 숙소는 행사장인 애너하임 컨벤션센터가 지척인 거리. 놀라서 나가보니 6차선 도로인 컨벤션센터로드 4개 차선을 막고 록그룹의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블리즈컨을 구경 온 관람객들이 맥주잔을 들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고 있다. 주변에는 우리네 포장마차와 같이 푸드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고 먹거리와 술을 팔고 있다. ‘For the Horde’(호드를 위하여)를 외치는 사람들, 게임 캐릭터로 코스튬을 해 춤을 추는 무리들, 함께 헤드뱅잉을 하는 사람들 제각각이다. 무대에 선 락그룹은 ‘워크래프트’를 주제로 한 노래도 부른다. 모두들 제 흥에 취해 그야말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컨벤션센터 옆에는 메리어트, 힐튼 등 세계적인 호텔체인이 운집해 있다. ‘점잖으신’ 분들 찾는 호텔 앞에서, 그것도 하루를 마감하는 늦은 시간에 술을 마시며 춤을 추다니. 그것도 게임 하는 것들이. 한국 같아선 당장 항의 때문에 공연이고 뭐고 운집한 관중들을 해산부터 시켰을 것이다.

둘러보니 경찰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들의 역할은 혹시나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한 것이고 관중들을 보호하는 역할이다. 호텔 투숙객들도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다. 하긴 올해로 8년째 이 장소에서 블리즈컨이 열렸고, 투숙객 대부분도 블리즈컨을 보러 온 사람들이니 이 정도의 소음(?)은 이해해 주는 모양이다.

올해 블리즈컨을 찾은 관람객은 2만6000여명.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 전역에서 비행기나 차로 여길 찾았다. 20만 원(199달러) 넘는 입장료에 숙박비, 교통비, 식비 등을 고려하면 꽤 많은 비용이 들 텐데도 입장권은 매진됐다. 한국 같으면 게임과 관련된 일에 그만큼 지출한다고 하면 비정상으로 볼 것인데도 말이다.

여기서는 게임을 하나의 문화, 취미로 인정한다. 처음부터 그러한 대접을 받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보다 긴 게임역사가 말해주듯이 갈등이 생겼고 봉합하고 인정받는 과정을 거쳤다. 번번히 발생하는 총기사고의 원인을 게임에서 찾는 목소리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문화적 특성도 있지만, 게이머들 스스로도 수준 높은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체로 당당하게 행동했던 역할도 한 몫 했으리라. 할 게 없어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면서 게임도 즐기는 그런 모습 때문에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도 나름 최대의 게임쇼라는 지스타를 10년째 하고 있다. 볼거리도 많고 관람객도 많다. 경제활성화에 기여하는 면도 크다. 그런데 여기에는 정작 게이머는 빠져 있다. 벡스코 앞 광장에서 우리도 이렇게 놀아보면 어떨까. 사고날 것부터 걱정하지 않을까. 축제를 축제답게 즐기는 관람객들이나 그들을 이해해주는 주변인들이나, 부럽고 또 부럽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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