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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MLB의 딴지와 e스포츠 위상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오버워치 리그'에 대해 미국 프로야구 MLB 사무국이 문제 제기를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지난주 전해졌습니다. 로고 디자인의 유사성을 이유로 '오버워치 리그' 로고 상표권 등록을 저지하기 위해 MLB가 나설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것이죠.

두 단체 로고를 살펴보면 전반적인 형태의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두 로고를 서로 혼동할 정도로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지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LB측은 '오버워치 리그' 로고를 탐탁치 않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최근 인기 저하로 고심하고 있는 MLB의 위기감이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MLB는 스포츠의 천국 미국에서도 4대 프로스포츠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MLB는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인기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복잡한 룰과 상대적으로 정적인 게임 진행, 긴 게임 시간으로 인해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MLB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프로미식축구 NFL에 이어 프로스포츠 인기 순위 2위를 지키던 MLB는 최근 들어서는 각종 지표와 설문조사에서 미국프로농구 NBA에조차 밀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런 MLB에게 '오버워치 리그'를 비롯한 e스포츠의 부상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습니다. MLB를 외면하고 있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e스포츠에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리그'에 미국 프로스포츠와 흡사한 형태의 지역 연고제를 도입하고 재력이 든든한 구단주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오버워치 리그'가 연착륙하고 다른 e스포츠 대회에까지 영향을 미쳐 e스포츠 시장 규모와 인기가 커진다면 장기적으로 MLB에 좋을 것이 하나도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MLB는 유망주 수급에 있어서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운동능력이 뛰어난 아마추어 선수들이 연봉이나 1군 진입 가능성 등을 이유로 NFL이나 NBA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과의 선수 영입 경쟁에서 어려운 입장입니다. e스포츠 시장이 커지고 선수들의 연봉이 올라간다면 MLB는 e스포츠와도 유망주 영입 경쟁을 벌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MLB 사무국에서 e스포츠를 잠재적인 경쟁자로 보고 견제하기 위한 것인지, 전통적인 스포츠와 다른 e스포츠를 탐탁치 않게 여기던 와중에 로고 유사성을 발견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e스포츠가 메이저 프로스포츠에 직간접 영향을 끼칠 정도로 성장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다른 스포츠 단체의 유사 로고에는 관대하게 대해오던 MLB가 '오버워치 리그' 로고 상표권 등록에는 제동을 걸고 나설 것인지, MLB의 이의 제기 만료일인 26일(미국 시각)이 기다려집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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