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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김정호 회장 "학계와 언론계로 이뤄진 자율 심의기구 구성"

4기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정호 호(號)가 본격적으로 출항했다. 전세계적인 불황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환차익이라는 순풍을 만나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출발이다. 하지만 다시 고개드는 사행성 논란과 게임 중독이라는 암초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4기 협회의 선장을 맡은 김정호 회장은 게임산업의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해 임기 2년 동안 대국민 인식제고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또한 작은 개발사와 아마추어 개발자를 위한 오픈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도 주력하겠다고 했다. 등급분류와 관련해서는 학계와 언론계로 전문가로 구성된 자율심의기구를 구성, 심의업무 일부를 처리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취임식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원문 그대로 정리했다. <편집자주>

[[img1 ]]- 제4기 협회가 시작되었는데 가장 먼저 어떤 일들을 할 생각인가.
▶ 수출을 얼마하고 고용을 얼마하겠다 하는 건 늘 있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문화부에서 수출 100억불 달성해!' 한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입법, 정책 분야에 게임업계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고 하나는 게임업계에 대한 인식을 재고하는 것이다.


인식재고라는 게 '우리를 이렇게 봐주세요'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예쁘게 봐줄 수 있어야 되는 것이다. 그런 쪽으로 정부의 예산을 마련한다거나 게임업계와 매칭 펀드 형태를 진행하자고 이야기 하고 있다.

또 3기 때 별로 이야기가 없었던 교육이나 공익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사 사장님들이 나이도 드시고 여유도 생겨서 그런지 정말 관심이 많다. 한게임 내에서도 기능성게임연구소를 만들어 수십억 대의 투자를 하려고 한다. 1차적으로 결제는 50억까지 받았는데 더 해서 100억까지 하려고 생각한다. 1차 년도에 그 정도 투자할 생각이다.

- 기능성 게임은 수익과 거리가 먼데, 사회공헌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인가.
▶ 가장 많이 다운로드 받은 기능성 교육게임이 UN에서 만든 환경게임인데 2천만 회 정도 다운로드 됐다. 환경적인 변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게임인데, 이걸 이렇게 하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그런 게임이다. 교육현장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정말 공익성 게임으로 수익과는 상관이 없는 분야겠다. 아마 정부 차원의 예산은 이런 쪽에 집중되지 않겠나.

그러나 기업체가 수익이 되지 않는 걸 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수익이 된다고 본다. 콜라,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 만드는 회사가 갑자기 게토레이 같은 기능성 음료를 만드는 이치다. 이런 식의 변화가 일어난다. 예를 들어 방송에서 다큐멘터리는 찬밥신세로 외국의 다큐멘터리를 재방송하는 정도였는데 요즘은 한국 입맛에 맞는 명품 다큐멘터리들이 화제가 되고 실제 수익도 거두고 있다.

이런 측면으로 성공시키고 싶고 수익도 된다고 본다. 하루에 한 시간씩 한자 게임 했더니 한자를 몇 천자 외우게 되었다 하면 학부모 입장에서 메리트가 있지 않을까? 다만 한 두 해에 바로 수익이 나진 않을 것 같고 시간이 필요해 쉽지는 않을 것이다.



- 한게임 내에서도 맡고 있는 일이 많은데 업무 배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 균형이라는 부분은 개인적인 것과 사업적인 것이 있는데, 개인적인 부분은 이미 조정을 마쳤다. NHN에서 9개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데 아워게임은 다른 분과 공동대표를 하고, NHN 차이나도 공동대표를 한다. 이제까지는 중국에 한 달에 일주일 씩 출장을 갔는데 세 달에 한 번만 가도 되도록 줄였다.

사업적으로 게임업체는 환헤지를 하지 않는다. 그다지 위험성이 높지 않아서 매출 수익이 상당히 많다. 일본에서 한게임 재팬이 10년간 251억 정도를 투자했는데, 최근 환율이 좋아져서 1년 영업이익이 투자금액의 2배씩 나오게 생겼다. 해외사업이 좋아지다 보니 한게임 내에서도 국내보다는 해외사업 쪽에 인원이 더 많아졌다. 내년 정도가 되면 국내대비 4:6 정도로 해외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 전체적으로 해외에서 잘 되고 있어서 올해 경쟁력이 정말 강화될 것이다.

- 중소개발사들은 퍼블리셔 잡기가 쉽지 않다. 퍼블리셔를 잡아도 수익성이 나쁘다는 이유로 게임 서비스가 중단된다. 중소개발사를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작년에 한게임에 퍼블리싱 제안이 들어온 게임이 260개 정도 되더라. 1차, 2차, 방문 등을 거치면서 실제 계약은 15개가 되었다. 나머지 240여 개 게임회사들은 그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맞는 이야기다. 많이 하고는 있는데 한국에 게임업체가 워낙 많고, 엄청난 창작 열정을 가지고 있어서 퍼블리셔가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 퍼블리셔가 또 하나의 장벽일 수도 있다. 눈에 들지 못하면 서비스를 못하는 것이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 비용 없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제도가 진흥원이 하고 있는 것 하나인데, 연구를 해서 2~3개 더 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필요하면 국내 서비스도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보겠다.

- 중소게임사들은 협회의 존재를 잘 모르고 있는 경우도 많다. 게임산업협회의 대표성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 처음에는 더 적은 회원사가 모여서 시작했다. 열 몇 개 정도에서 시작해 3기 때 70개, 4기는 출범식을 하는 오늘 네 군데 더 들어왔다. 아마 4기 때 100개 회원사가 될 것 같다. 대표성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는데, 회비 안냈다고 못나오게 하고 그런 것 아니니까 더 많은 게임사들이 참여해줬으면 한다. 게임협회가 협회치고 분위기가 좋다.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하는 그런 곳과 다르다.

이번에 심의수수료 때문에 한 번 홍역을 겪었는데 그 때 게임협회의 입장은 딱 하나였다. 좋다. 돈 좀 버는 큰 회사는 낼 수 있는데 중소게임사들 심의료는 낮춰 달라. 70%까지 깎아달라고 했다가 결국 30%가 되었는데, 이런 일들이 생기면서 발언권 강화를 위해 자꾸 모이는 것 같다.

- 넥슨이 우당탕탕 대청소를 2주 만에 서비스 종료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힘이 없는 쪽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중소게임사와의 협업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했는데 실질적으로 어떤 방안들을 생각하고 있다.
▶ 우선 앱스토어 개념을 여러 게임사들이 준비하고 있다. NHN은 4월에 50여개 게임 학과와 함께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어 유통할 수 있는 오픈플랫폼을 시작한다. 앱스토어의 수익 배분이 3:7인데, 퍼블리셔 없이 인프라만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모델이다. 2년 준비했고 오픈 직전이다.

중국에 있을 때, 중국에 보드 게임이 지방마다 룰이 다르다. 진도에는 진도 고스톱이 따로 있는데, 그런 게 중국에는 2000개 룰이 있다. 이걸 언제 다 만드나 해서 게임저작도구와 오픈플랫폼을 제공하는 걸로 하자고 한 것이다. 이건 물론 NHN의 준비상황이다.

아까 이수근 게임물등급위원장에게 말씀드렸더니 등급심사는 어떻게 하냐 하시더라. 앱스토어도 이 부분은 마찬가지다. 게임위는 2~30개씩 묶어서 한 번에 심의하는 걸 만들었는데, 그래도 일이 얼마나 많겠나. 이를테면 클로즈베타까지는 심의를 받지 않고 그 후에 인기가 있는 것들만 골라서 심의를 받는다던가 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이수근 위원장에게도 RPG 하나 심의 받으려면 100만원인데, NHN이야 상관없지만 개발자 5명 있는 게임회사는 왜 내가 심의 받는데 내 월급만큼을 내야하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그랬다.

심의과정을 자동화하고 인력이 덜 들어가도록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 중국은 심의할 때 게임회사 인력을 사용해서 TF를 꾸려 같이 게임한다. 이런 식으로 인건비를 상당히 절약한다. 게임회사가 용역을 제공하는 방식인 것이다. 이런 것도 정리해서 건의해서 원가가 덜 들어가는 구조로 바꿔야 할 것 같다.

앱스토어 모델은 여러 회사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민간 기업 차원에서 하는 것이고 가장 좋은 건 공공서비스로 하는 게 좋은데, 해보니까 쉽지는 않은 것 같더라.



- 게임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자율심의 부분이 들어간다. 게임산업협회가 맡을 가능성이 높은데.
▶ 패치 하나 할 때마다 심의를 받는 게 상당히 비생산적이다. 작년에 게임위에서 심의를 4000건 했다고 하더라. 하루에 20건 정도씩 심의를 한 것인데 양이 상당히 많다. 큰 건은 모르겠고 패치 정도는 물리적으로 협회가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자율심의를 통해 연령제한을 바꾼다거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은 많이 된다.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서로 사이가 나빠질 수도 있고. 게임협회 회원사들은 빠지고 학계나 언론계로 이루어진 심의위원회가 구성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 게임산업진흥원이 콘텐츠진흥원으로 통합된다. 독립된 정부산하기관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 최규남 원장과 이야기를 하고 본부장들과 미팅을 했는데 괜찮을 것 같다. 일단 게임산업진흥원의 기능이 축소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목적별 조직과 기능 조직이 모두 마련되어 더 전문성이 높아질 것 같다. 콘텐츠진흥원의 예산도 2000억원으로 늘어나서 뭔가 제대로 사업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 MS나 EA 외 다른 패키지 회사가 회원사가 되고 싶다고 하면?
▶ 다날이나 모빌리언스 같은 결제관련 회사도 있다. 당연히 같은 회원사로 같이 갈 수 있다고 본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할 이야기 많다. 사실 드래곤플라이나 꾸러기 분들도 패키지로 시작했고 그 쪽 분들과 친하다.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

- 게임산업협회 올 해 지스타는 부산에서 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 지방 개최에 대해 부담을 가지는 게임사도 있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나.
▶ 지방에서 엄청난 유치열기가 있다. 부산, 대구는 지스타 유치를 위한 조직까지 생겼다. 지스타 개최지 결정은 문화체육부 소관인데, 지방개최가 가지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꼭 수도권에서 해야 할 이유가 있나? 오히려 지역 중소 개발사들이 참여할 기회가 될 것이고 관객 동원도 지방이 유리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또 지방자치단체에서 서로 경쟁을 하다 보니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고 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아쉬운 건 광주에서 한다면 비엔날레와 부산에서 한다면 부산국제영화제와 같이 하는 식이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올 해는 행사장 문제로 어려울 것 같고 내년에는 그렇게 국제 행사와 맞춰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 게임업계의 의견 중 가장 시급한 현안을 꼽자면?
▶ 이미 시행중인 법이나 제도 중에는 별로 이야기가 없다. 새로 생기는 부분에서 이야기가 있는데, 모바일 쪽은 총량 결제 한도 부분이 가장 큰 이슈다. 협회 차원에서 의견을 모아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 온라인 쪽은 12시부터 6시까지 청소년의 게임이용을 금지하는 부분이 시급하다. 아쉬운 부분인데, 미국에서 게임할 때는 시차를 계산해서 적용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실제로 대만에서 우리나라 게임을 굉장히 많이 한다. 한국적 시각에서만 보고 있는 제도가 많은데 바꿀 수 있도록 건의를 많이 하겠다.



- 한게임하면 고포류 게임 등으로 인식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대표의 입장에서 개인적인 부담은 없나.
▶ 주민등록번호 하나로 한 달에 30만 원 이상 결제를 하지 못한다.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중독을 방치했다고 하면 억울한 면도 있다. TV쇼핑몰보고 쇼핑중독을 방치했다고 하지는 않지 않나. 사내에서도 조용히 있지 괜히 긁어 부스럼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더욱 의무감이 생겼다.

한게임을 유한킴벌리로 만들고 싶었다. 유한킴벌리가 한국에서 제일 나무를 많이 베는 기업인데, 우리강산 푸르게 운동을 하면서 정말 열심히 나무를 심는 모습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용서를 받은 것 같다.

- 사무국장은 언제 선출하나.
▶ 협회장이 될지 모르고 전 사무국장을 NHN으로 데려오는 바람에 난처하게 되었다. 좋은 분 있으면 추천해 달라. (웃음)

정리=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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