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에 있느냐?”
“벌써 내 목소리를 잊었느냐?”
“…… 총관님?”
레아가 놀란 얼굴로 나왔다.
파이온의 시선이 레아의 품에 안긴 아기에게로 향했다. 짙은 금발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레오디나스도 어릴 때 저랬던 것 같다.
문득 파이온은 ‘진짜 레오디나스의 아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라미우스 남작은 저 아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선언 했다. 그것으로 아이의 운명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귀족들의 가정사를 들여다보면 그 정도는 일도 아니다. 중요한 건 친부모가 아니라 아기를 가문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는지의 여부다.
파이온은 레아를 따라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침구가 가구의 전부인 천막 내부는 아기의 젖내음으로 가득했다. 그 냄새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풀어지려고 한다.
그래서 파이온은 레아가 권하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
“나는 라미우스 남작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 왔다”
“네에……”
갑자기 싸늘해진 파이온의 말에 레아는 당황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입안이 바싹 바싹 타들어 갔다.
“그전에 묻자. 너에 관한 이런 저런 소문을 알고는 있느냐?”
“……”
레아는 고개를 떨구었다.
감히 알고 있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소문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너도 알고 있는 것 같구나. 그렇다면 돌려 말하지 않겠다. 라미우스 남작님은 네가 베네리아 여신의 사제가 되기를 바라신다”
“베네리아의 사제요?”
깜짝 놀란 레아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베네리아 여신은 봄을 관장하는 여신이다. 라바움신이 하늘과 태양의 주관자라면, 베네리아 여신은 생육을 주관하는 대지(大地)의 여신이다. 크레온 뿐 아니라 대부분의 도시에는 라바움신의 신전과 베네리아 여신의 신전이 있었다.
“싫어요!”
레아는 치를 떨며 거부했다.
아직 어리지만 그래도 알건 다 안다. 베네리아 신전의 여사제가 무슨 일을 하는 지는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다.
‘세상에 어떻게 나에게 그런……’
베네리아 신전에서는 봄만 되면 생육과 번성을 위한 제사를 드린다. 그 제사가 끝나면 남자들과 여사제들 간에 난교(亂攪)를 벌였다.
그런데 그 베네리아 신전의 여사제가 되라니? 그건 “공인 창녀가 되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거부한다면 너는 추방당할 게다. 추방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굶어 죽는다. 너는 이리저리 유랑을 하다가 비참하게 죽고 싶으냐?”
“차라리 아틀라스와 추방당하는 한이 있어도 베네리아의 사제는 되지 않을 거에요!”
“쯧, 시간을 줄 테니 잘 생각해 보도록 해라”
“싫다고 했잖아요!”
말을 마친 파이온이 밖으로 성큼 성큼 걸어 나갔다.
화가 난 레아는 마중을 나가지 않았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자 천막 밖을 향해 소리를 빽 내질렀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말에 오른 파이온은 복잡한 표정으로 천막을 돌아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