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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센딩 블레이드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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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게임]

3. 퍼스트 드림

쓱―. 쓰윽―.

새벽이 다 되어가도록 스탠드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몇 번이나 줄을 긋고 동그라미를 치면서 노트 위의 펜이 지나간 자리엔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후우······.”

결국 쥐고 있던 펜을 책상에 내려놓고서야 참았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자신은 분명 죽었다.

‘분명 파렐 15층에서 뇌격을 맞고 쓰러졌는데···.’

“크윽···?!”

순간 수현은 지끈거리는 두통에 머리를 감쌌다.

다시 눈을 떴을 땐,

10년 하고도 6개월 전···.

퍼스트 드림이 시작되기 전이다.

수현은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폭음도, 비명도 들리지 않는 평온한 밤이다.

다시는 겪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되레 익숙하지 않은 풍경.

“역시··· 가능성이라면 이건가.”

그는 자신의 어깨를 쓰윽 훑으며 만졌다.

불안한 듯 눈썹이 떨렸다.

‘나는 어떻게··· 돌아온 걸까.’

아니, 어째서 자신이 살아남은 걸까···.

가장 약했던 자신이···.

“후우···.”

아무리 생각해도 머릿속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혹여 자신이 놓친 뭔가가 있는 걸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내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결국 포기한 채 수현이 온갖 생각에 복잡한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클어뜨렸다.

그 순간 거울 속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남은 시간은 1년 반.’

이유야 어찌 되었든 확실한 한 가지 사실은···.

우우웅······.

수현은 푸르게 빛나는 자신의 주먹을 바라봤다.

“···사라지지 않았어.”

헌터로서의 자신의 능력이.

퍼스트 드림도, 파렐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불구하고.

‘내게도 공평한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의미 없는 불평을 했던 자신의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러나 이젠 완전히 달라졌다.

가장 마지막이 아닌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그런데···. 나는 또다시 퍼스트 드림을 맞게 되는 건가? 지금 이 상태에서?’

수현은 달력을 바라봤다.

이 시간에서 오직 자신만이 퍼스트 드림에 대해서 알고 있다.

알기에 더 두려운 것이다.

어떻게 될지 그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기에.

그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가 아닌 그리고 그가 겪었던 미래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일이었으니까.

“이러니저러니 의문투성이로군···.”

그러나 분명 한 건 있다.

공평한 시간을 뛰어넘은, 지금 자신은 그 누구보다도 앞선 위치에 있다는 것.

그렇기에 해야 할 일들···.

이 힘을 견뎌 낼 수 있을 육체를 만드는 것.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 한 들 그릇이 버티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

“2018년이면···. D급 코워스엔진이 보급된 상태니까··· 메인 엔진만 구할 수 있으면 나머지는 뭐···.”

수현의 노트 옆엔 알 수 없는 기호들로 잔뜩 채워진 설계도 몇 장이 놓여 있었다.

그는 설계도를 펼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성센터에 있을 때 배워두길 잘했군.”

센터에 있던 훈련병들도 모두 쓸데없는 짓이라고 아무도 배우지 않았던 엔지니어 훈련을 이런 식으로 이걸 쓰게 될 줄이야···.

순간 오래전 자신에게 제작법을 알려줬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지만 십 년 전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슬아슬하지만 가능할 것 같긴 한데···.”

문제는 장소와 돈.

수현은 서랍 아래쪽에 숨겨 놓았던 통장을 꺼내봤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당시의 자신은 한창 비디오 게임기를 사기 위해서 돈을 모으던 중이었다.

“비디오 게임기라···. 태평스럽군. 그러고 보니 그거 사놓고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네.”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시절에서 한가하게 게임이나 할 여유는 없었으니까.

통장에 찍혀 있는 20만 원.

고작 이 돈으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D급 코워스엔진을 구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아니, 돈이 있다 한들 공업용인 그 엔진을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하지만 이 정도면···.”

수현은 마음을 굳힌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중얼거렸다.

“편도 티켓은 끊을 수 있겠어.”

그는 도면을 가방에 쑤셔 넣었다.

마음을 결정 내리자 더 이상 수현은 뒤를 돌아보지도 고민도 하지 않았다.

후회는 한 번으로 족했으니까.

“······.”

마지막으로 노트를 다시 한 번 물끄러미 바라보곤 가방에 집어넣었다.

밤을 새우며 끄적였던 그 안엔 수많은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 * *

찰칵― 찰칵― 찰칵―!!

눈이 아플 정도로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수많은 카메라들이 돌고 있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고 있는 이 순간.

“우리는 그날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같은 꿈을 꾼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백 명의 기자들이 모인 미국 피츠버그의 기자회견장 단상에는 한 남자가 서 있다.

짧은 스포츠머리와 다부진 체격.

“그것이 퍼스트 드림.”

깊은 호수와 같은 푸른색의 눈동자를 가진 남자의 목소리는 좌중을 압도했다.

“퍼스트 드림의 각성자는 파렐을 공략하기 위해 선택받은 자들입니다.”

기자들은 숨을 죽인 채 모두 집중했다.

그가 바로 퍼스트드림 최초의 각성자이자 최초의 헌터 알벤 로스차일드(Alben Rothschild)다.

신기하게도 그의 말엔 힘이 느껴졌다.

“파렐은 어떤 곳입니까?”

“어째서 갑자기 같은 꿈을 꾼 사람들이 나타나게 된거죠?”

“퍼스트 드림과 파렐과의 관계는요?”

자신을 향해 끝없이 쏟아지는 질문들에도 그는 당황하지 않고 담담히 자신의 말을 마쳤다.

“우리가 헌터가 돼서 인류를 구하는 것. 그리하여 미래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퍼스트 드림의 메시지입니다.”

알벤 로스차일드의 말.

인류를 구하는 것.

“······.”

수현은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그 영상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결국 돌이킬 수 없는건가···.”

그는 묘한 눈빛으로 모니터 속 알벤을 바라봤다.

미래.

눈을 감자 그의 목소리와 비명소리가 뒤엉켜 어지럽게 들리는 것 같다.

‘알벤. 당신은 실패할 거야.’

부서지는 도시는 지옥을 방불케 했다.

아니 차라리 지옥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미래를 알고 있어.’

자신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간 그 미래.

[내가 이끌겠다. 그러니 그대들은 따라오라.]

빠득―.

수현은 알벤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말았다.

너무나도 매혹적인 그 말.

모두가 그를 믿었는데····.

좌중을 바라보는 알벤 로스차일드의 눈이 모니터를 통해 마치 수현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헌터가 된다. 하지만···.”

서로의 시선이 교차되는 그때 수현은 결심한 듯 생각했다.

······파렐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형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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