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골프 용어로 별 생각없이 막연하게 써온 용어 중의 하나가 ‘포대 그린’이다. 군대에서 쓰는 포대처럼 평지보다 높아서 홀컵이 보이지 않는 그린을 말한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포대는 적의 포격으로부터 포, 포수, 탄약 등을 방호함과 동시에 아군의 포격에 편리하도록 구축된 축성물이다. 지난 1960년대 2차 세계대전을 다룬 대표적인 전쟁영화였던 ‘나바론 요새’로부터 근자에 논란이 됐던 ‘사드 포대’까지 포대는 은폐, 엄폐가 철저히 된 작은 요새이다.
이 코너 7탄 ‘주체의식을 일깨운 한국과 일본 야구’에서 일본 근대문학에 많은 영향을 준 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가 1905년 발표한 그의 대표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고양이의 눈을 통해 야구를 비유적으로 표현했던 것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는 소설적인 재미를 위해 야구를 군사적으로 분석했다. 야구장 마운드를 ‘포대’로, 타자를 ‘장군’으로 각각 묘사했다. 야구장 내야 한 가운데에 자리한 투수 마운드를 포대가 요충지를 차지한 것처럼 보았던 것이다. 이처럼 일본의 지식인도 서양에서 처음 들어온 ‘이상한 스포츠’인 야구를 군대적인 관점으로 이해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골프도 좀 색다르게 봤던 것 같다. 일반인들은 서구에서 들어온 골프는 오랜동안 특권층만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포대 그린’이라는 말은 일반인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군대문화와 직접 연관이 있었던 듯하다. 조선왕조실록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포대라는 말이 여러번 등장한다. 대포가 처음 선보인 임진왜란 이후 포대라는 말이 12번 나온다. 이미 포대라는 말을 조선시대에도 군사용으로 썼다는 반증이다.
이를 보면 포대 그린이라는 말에는 한국 현대사의 자취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이후 골프가 대중화된 이후에 포대 그린이라는 말은 태생적 유래와는 관계없이 골퍼들에게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솥뚜껑 그린'이라는 말도 쓰기는 하지만 대부분 포대 그린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김학수 마니아리포트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