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CJ-31은?…단순 법인 아닌 '거점 자산'
이번 인수의 대상인 BCJ-31는 게임 제작사나 플랫폼사가 아닌, 투자 지주 형태의 일본 내 중간 지주회사다. 정확한 포트폴리오나 자회사 현황은 비상장 상태라 공개돼 있지 않지만, 금융감독 당국 공시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콘텐츠 IP 기반 회사들에 대한 간접 지분 보유와 라이선싱 권리가 포함된 구조로 추정된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BCJ-31는 베인캐피탈이 일본 내 콘텐츠·게임·미디어 분야에 진입할 때 포트폴리오 관리 도구로 쓴 법인"이라며 "IP 권리, 퍼블리싱 계약, 스튜디오 협업까지 연계돼 있어, 이걸 가져오면 단순한 개발력이 아니라 플랫폼 유통·사업 기획 권한까지 갖게 되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애니메이션, 게임, e스포츠까지…베인캐피탈 재팬의 콘텐츠 투자 이력
베인캐피탈은 글로벌 사모펀드 중에서도 콘텐츠 산업 투자에 적극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내에서도 애니메이션 제작사, 만화 플랫폼, 음악 유통사 등에 대한 투자를 다수 진행해왔다. 특히 2021년에는 일본의 대형 콘텐츠 유통사 도완고(Dwango)의 일부 지분을 확보해 화제를 모았다.
또한 베인은 일본 현지에서 캐릭터 IP 라이선싱, 모바일게임 로컬라이징, e스포츠 리그 파트너십 등에 투자 경험이 있으며, BCJ-31은 이 포트폴리오의 법적 자산을 집약해 운영하는 구조로 설계된 것으로 전해진다.
크래프톤이 이 회사를 통째로 인수한다는 것은, 베인이 일본 시장 내에서 수년간 구축한 콘텐츠·게임·미디어 벨트 일부를 가져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뜻이다.
◆크래프톤의 글로벌 전략과의 연결고리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출시하며 IP 확장을 시도한 바 있으며 미국 기반 게임 스튜디오 언노운 웍스(Unknown Worlds)를 인수하기도 했다. 콘텐츠 창작자 플랫폼 포비트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등 다방면에서 확장 전략을 벌였다.
이처럼 크래프톤은 퍼블리셔 역할을 넘어, 콘텐츠 기획에서 개발, 유통, IP 라이선싱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실행 중이다. 또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를 론칭하고 현지 법인을 설립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며 글로벌 시장 확대 또한 꾀하는 중이다.
일본 시장은 메이저 게임 시장 중 하나다. 크래프톤이 공략해야 할 핵심 타깃 중 하나라는 얘기다. 문화적 충성도가 높고, 유통 채널이 폐쇄적인 일본은 현지 진입장벽이 높은 대신, 일단 들어가면 장기 수익화가 가능한 구조로 평가받는다. 이번 BCJ-31 인수는 그 진입장벽을 'M&A 우회로'로 돌파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시장 평가와 향후 과제는?
시장에서는 “인수 이후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콘텐츠 전략 전문가는 "BCJ-31은 유망한 자산이지만, 베인이 관리하던 시절과 크래프톤 체제하에서의 기조는 다를 수 있다"며 "실제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어떤 일본 유통사와 연결되는지가 향후 평가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이번 인수를 통해 일본 현지 시장에서의 존재감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BCJ-31 계열사들이 보유한 다양한 IP와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이번 크래프톤의 BCJ-31 인수가 수직적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시장 확대라는 회사의 두 가지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