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로 게임 개발 현장에서는 이미 AI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반복 작업을 줄이거나, NPC를 더욱 사람답게 보이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죠. 예를 들어 수많은 몬스터를 제작할 때 AI로 초기 디자인 시안을 뽑은 뒤 색상이나 특정 부위를 바꿔 여러 가지 버전을 만드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AI 활용은 단순히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는 보조 도구에서, 제작 과정 전반을 지원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사고하는 방식과 가까운 과정을 통해 그럴듯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유튜브나 강연 플랫폼에서는 'AI로 1주일만 공부하면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제목의 영상이나 강연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AI에 명령어만 '딸깍'하면 게임을 만드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이후 AI가 학습하는 범위와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생성형 AI의 활용 범위도 크게 확장됐습니다. 단순한 대화나 일정 관리 같은 비서 역할은 물론, 최근에는 사진을 지브리 애니메이션 풍으로 바꿔주는 등 창작 영역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람 사진을 다양한 각도로 돌리거나, 영상을 만드는 AI도 많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손이나 면 요리 표현이 엉망이었는데, 이제는 이런 약점도 어느 정도 극복했습니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만능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내용을 토대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결과를 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창작이라기보다는 통계적 추론에 가깝습니다. 사람의 질문에 가장 적절할 것 같은 대답을 내놓는 것이라, 때론 틀릴 수도 있고 이용자의 예상과 다를 결과를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챗GPT 화면 하단에는 "ChatGPT는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는 재차 확인하세요"라는 안내가 항상 붙어 있는 것이죠.
창작 활동 역시 완전히 창의적인 결과물을 주는 것이 아니라,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률적으로 좋은 결과를 제시하는 수준입니다. 따라서 게임 기획, 캐릭터 디자인, 이용자 경험(UX) 설계와 같은 핵심 영역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관리해야 합니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에서 AI를 전공한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 김용하 총괄PD는 한 강연에서 "레벨 디자인을 AI가 해준다면 너무 좋겠다 싶어서 퍼즐을 만들어보게 시켰다. 박스를 옮겨 채워 넣는 '소코반'이라는 퍼즐을 시켰는데, 최신 모델도 난이도가 조금만 올라가면 어려움을 느꼈다. 퍼즐을 못 풀면, 만드는 건 더 어렵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진짜로 AI가 게임을 만들 수 있나요?

반대로 규모가 작고 방식이 단순한 게임은 짧은 시간 안에 제작해주기도 합니다. 예컨대 2013년에 선풍적 인기를 끈 '플래피버드' 같은 게임은 단 짧은 시간 안에 코드를 완성해 줍니다. 물론 모바일이나 콘솔 플랫폼에 서비스하려면 추가 작업이 필요하지만,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어도 '실행 가능한 게임'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번에는 챗GPT를 이용해 '플래피버드'의 기본적인 형태를 직접 만들어봤습니다. 게임 개발 단계로 보자면, 핵심 콘텐츠와 기능을 검증하는 과정에 해당하겠네요.
◆ 챗GPT로 '플래피버드' 핵심 기능 만들기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프롬프트(prompt)입니다. 프롬프트란 사람이 AI에게 던지는 질문이나 명령문을 뜻합니다. 말 그대로 AI를 움직이게 하는 신호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플래피버드'를 웹에서 실행할 수 있게 만들어줘"라는 말 한마디가 곧 프롬프트입니다. 사용자가 어떤 표현을 쓰느냐에 따라 AI가 내놓는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AI를 잘 활용하려면 프롬프트 작성법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프롬프트는 구체적이고, 핵심 내용을 명확하게 지시하는 게 좋다고 권장됩니다.
생성된 코드를 메모장에 저장해 '플래피버드.html'로 실행하니, 스페이스바를 누를 때마다 공이 통통 튀는 모습과 조작이 잘 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새 이미지를 덧씌우면 '플래피버드'의 기본적인 모습이 갖춰지겠네요. 챗GPT는 이후 개발 단계로 ▲장애물(파이프) 추가 ▲충돌 판정 ▲점수 시스템을 구현하라고 권장했습니다. 몰입도를 높이는 ▲사운드 ▲배경 이미지 ▲모바일 터치 지원 ▲배포는 선택 사항으로 제시했죠.
◆ 범용 생성형 AI도 게임 개발 파트너 역할 일부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AI로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물론 AAA급 대작이나 미드코어 게임을 '짠' 하고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코딩 과정을 대신해주고, 필요한 단계에 따라 결과물을 확인하며 게임을 완성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AI가 게임을 만든다'는 말은 충분히 성립합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그래픽과 음악, 효과음을 AI로 제작해 게임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목표는 캐주얼에 가까운 미드코어 게임을 만들어 볼 건데요, 진짜로 AI로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