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략적인 내용도 나왔다. 이 중 규제에 해당하는 항목은 생성형 AI에는 워터마크와 표시 의무를 두되 기업이 준비할 수 있도록 계도기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고성능 AI의 안전성 기준도 시대와 기술에 맞게 조정할 수 있도록 고시 권한을 남겨 두었다. 진흥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업의 활력을 살리려는 의지가 곳곳에서 드러난다.
'AI 기본법' 조항을 살펴보며 자연스럽게 '게임법(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커졌다. 이름에 진흥법이 들어가지만, 업계의 반응은 규제법인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게임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화수출 상품임에도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진흥을 위한 중장기 계획은 엉성하고, 수립 시점도 불명확해 중소게임업계 지원이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울리지 않았다.
물론 게임이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산업인 만큼, 청소년 보호나 사행성 방지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진흥법이라는 이름 아래에 놓인 규제적 장치들은 산업 전체를 관리의 틀 속에 가두는 효과를 낳고 있다. 진흥과 규제는 구분되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규제는 별도 법률로 분리하고 진흥법은 육성과 지원에 집중하는 편이 타당하다.
업계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의견을 경청하는 접근할 필요성도 있다. AI 기본법 시행령 초안은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관계 부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무려 70여 차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마련됐다. 토론회 몇 번에 규제가 생겨나는 게임법과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AI 기본법은 이제 막 시행령 초안을 내놓은 단계지만, 그 방향성만으로도 기본법이 지녀야 할 성격을 잘 보여준다.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정하면서, 안전과 기본권을 보완 장치로 두는 균형이다. 같은 '진흥법'임에도 게임법에서 이런 기조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AI 기본법을 보니, 게임법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커졌다. 한국 게임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이어가려면, 산업적 가치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법적 틀이 필요하다. 진흥은 진흥답게, 규제는 규제답게 다루는 구조적 전환 없이는, 게임산업은 계속 규제의 울타리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