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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돌 하나까지 스캔하는 고집, '붉은사막'의 요람 펄어비스 가보니

펄어비스 홈 원 전경.
펄어비스 홈 원 전경.
1층 로비에서 출시를 앞둔 '붉은사막'의 대형 포스터를 볼 수 있다.
1층 로비에서 출시를 앞둔 '붉은사막'의 대형 포스터를 볼 수 있다.
펄어비스가 오는 3월20일 대형(AAA급)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신작 '붉은사막'을 선보인다. 최근 공개한 세 편의 영상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며 올해 최대 기대작이란 평가를 얻고 있다. 이런 평가를 받는데에는 작은 오브젝트 하나까지 꼼꼼하게 개발한 펄어비스의 집념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24일 방문한 경기도 과천시 펄어비스 홈 원(사옥)은 '붉은사막'의 디테일한 표현이 탄생한 작업 공간을 볼 수 있었다. 넓은 모션 캡쳐 스튜디오는 물론, 생생한 사운드를 직접 개발한 음향 작업실(이하 오디오실), 보다 리얼한 그래픽을 위한 포토그래메트리 작업실(Photogrammetry, 이하 3D 스캔 스튜디오)까지 게임 개발에 필수가 된 다양한 장비들이 넓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배치된 점이 인상적이다.
펄어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드문 자체엔진을 고집하는 회사다. 특유의 그래픽과 액션 스타일, 여기에 사운드가 더해진 생생한 묘사 등 전반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고집이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는 작은 돌 하나부터, 생생한 사운드를 위한 기술적 투자 등 현직 개발자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얼굴과 상체를 집중적으로 스캔하는 포토그래메트리 장비.
얼굴과 상체를 집중적으로 스캔하는 포토그래메트리 장비.
전신 체형을 스캔하는 장비도 있다.
전신 체형을 스캔하는 장비도 있다.
가장 먼저 방문한 3D 스캔 스튜디오는 크게 3개의 파트로 나뉘어 업무가 진행되도록 조성됐다. 처음으로 연기자의 상반신과 얼굴을 직접 촬영하는 포토그래메트리 장비가 별도로 운영 중이란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인 페이스 스캔 장비보다 더 많은 정보를 담기 위한 투자란 게 펄어비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얼굴 근육의 생생한 움직임은 물론, 인종에 따라 다른 골격 등을 정밀하게 구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양한 체형과 포즈를 개발하기 위해 쓰인 마네킹들.
다양한 체형과 포즈를 개발하기 위해 쓰인 마네킹들.
연기자의 전신을 스캔하는 장비도 운영 중이다. 캐릭터의 전신을 완성하는 일반적인 작업 과정에 사용되는 것으로, 인종을 넘어 다양한 상상의 종족을 구현하기 위해 체격부터 모양새가 다른 다양한 마네킹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마네킹은 부위별로 가이드 라인 및 분할 표시(마킹)이 되어 있었다. 이는 특수한 동작까지 모두 전신 스캔을 이용해 모델링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듯했다.
'붉은사막'에 등장하는 작은 오브젝트는 물론, 성벽과 돌까지 모두 실물 캡쳐가 진행됐다고 한다.
'붉은사막'에 등장하는 작은 오브젝트는 물론, 성벽과 돌까지 모두 실물 캡쳐가 진행됐다고 한다.
실물사이즈 마커와 임시로 축조된 돌벽. 다양한 형태와 패턴을 만들기 위해 실물 돌들을 지자체 협조를 통해 공수했다고 한다.
실물사이즈 마커와 임시로 축조된 돌벽. 다양한 형태와 패턴을 만들기 위해 실물 돌들을 지자체 협조를 통해 공수했다고 한다.
게임 속 디테일은 작은 돌 하나까지 모두 개발하는 집요함으로 완성됐다. 3D 스캔 스튜디오 한쪽에는 부스로 나뉜 촬영 공간이 존재했고, 이 곳에는 2개의 고성능 사진기를 통해 오브젝트를 3D 모델링을 완성하는 포토그래메트리 부스가 운영되고 있다. 이 곳에는 게임에 등장하는 돌멩이는 물론, 나무, 지팡이 등 다양한 오브젝트 촬영이 진행됐다고 한다.

이 나무 막대기는 텍스쳐를 위한 소품일까? 아니면 무기?
이 나무 막대기는 텍스쳐를 위한 소품일까? 아니면 무기?
펄어비스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엔진 마켓에서 판매되는 고화질 에셋(자료) 대신 자체 개발을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붉은사막'에 필요한 수준을 충족할 수 없어, 직접 스튜디오를 꾸려 오브젝트를 개발하고 있다고 답했다. 참고로 촬영에 쓰인 돌들은 안산 지자체의 협력하에 채집했으며, 담당자가 현장을 답사해 자료로 활용했다고 한다.

게임의 몰입감은 압도적인 그래픽과 함께 생생한 사운드로 완성된다. 사진은 음향효과를 개발한 오디오실 스튜디오.
게임의 몰입감은 압도적인 그래픽과 함께 생생한 사운드로 완성된다. 사진은 음향효과를 개발한 오디오실 스튜디오.
음향실 입구 쪽에는 '검은사막'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된 '아침의 나라' 녹음에 쓰인 국악기가 보관되어 있었다.
음향실 입구 쪽에는 '검은사막'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된 '아침의 나라' 녹음에 쓰인 국악기가 보관되어 있었다.
이런 고집은 오디오실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작은 스튜디오로 분할된 오디오실은 다양한 소리를 녹음하고, 합치는 과정을 담당한다. 일반적인 음향 촬영 기법과 비슷하지만, 이를 게임에 입히는 과정은 사뭇 달랐다. '붉은사막'이 사용하는 펄어비스 자체엔진 '블랙스페이스 엔진'이 계산한 다양한 물리 효과에 따라 다른 소리를 입히는 과정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발소리와 오브젝트의 상호작용 시의 효과음을 녹음한 공간.
발소리와 오브젝트의 상호작용 시의 효과음을 녹음한 공간.
가죽, 사슬, 판금갑옷 등의 마찰음을 녹음하는 데 쓰인 소품들. 실물 갑옷과 가죽자켓 등이 쓰였다.
가죽, 사슬, 판금갑옷 등의 마찰음을 녹음하는 데 쓰인 소품들. 실물 갑옷과 가죽자켓 등이 쓰였다.
오디오실에 따르면 엔진이 계산한 물리효과의 광도, 자연환경, 파괴된 오브젝트, 액션의 성격에 가장 걸맞은 소리를 입히는 작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기존 엔진의 경우, 물리 효과에 따른 디테일한 표현에 제약이 많아 '붉은사막'이 목표로한 사실적인 음향 효과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런 소리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전통적인 개발 방법과 비슷했다. 체인·판금·레더 메일 등 실물이 존재하면, 실물로 소리를 녹음한다는 원칙을 따랐다. 실제로 녹음실 한켠에는 다양한 방어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고전 애니메이션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소리는 상상력과 의외의 소품으로 개발됐다. 사진은 기계 용 '골드스타'에 쓰인 특수효과음을 재현하는 모습.
고전 애니메이션처럼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소리는 상상력과 의외의 소품으로 개발됐다. 사진은 기계 용 '골드스타'에 쓰인 특수효과음을 재현하는 모습.
판타지와 공상과학(SF)을 배경으로 하는 대부분의 게임은 현실에 없는 소리가 필요한 순간이 더 많다. 이런 소리들은 개발자의 상상력을 통해 완성되곤 한다. '붉은사막' 소개 영상에 등장하는 거대한 몸체와 금속갑옷을 입은 기계 용 '골드스타'가 대표적이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금속 배전반과 플라스틱 호스를 마찰시키는 식으로 소리의 골격을 잡고, 다양한 효과음을 더해 현실에 있을 법한 소리를 완성했다고 한다. 실제 녹음실은 유적 발굴 현장을 연상케하는 바닥 구역들이 있었는데, 발소리와 마찰음 등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모션캡쳐실은 안전을 위해 바닥부터 소품까지 푹신한 재질로 마감됐다. 사진은 수직적인 액션을 캡쳐할 때 쓰이는 크레인과 와이어를 거는 도르레를 설명 중인 펄어비스 최기언 연출액션팀장.
모션캡쳐실은 안전을 위해 바닥부터 소품까지 푹신한 재질로 마감됐다. 사진은 수직적인 액션을 캡쳐할 때 쓰이는 크레인과 와이어를 거는 도르레를 설명 중인 펄어비스 최기언 연출액션팀장.
마지막 순서로 방문한 모션캡쳐실의 장비와 소품들도 화려했다. 모션 캡쳐에 필요한 수백대의 카메라가 질서정연하게 배치되어 있고, 디테일한 연기를 위한 가이드라인은 수많은 반복 촬영으로 헤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실시간으로 캡쳐된 움직임을 스켈레톤(Skeleton)에 입혀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붉은사막'의 주인공과 동료들의 모션으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장비까지 도입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각 상황이 게임에서 어떻게 구현하는지를 확인하면서 액션 디렉팅을 진행하기 위한 투자라고 한다.

모션캡처 배우들이 게임 속에 등장하는 검술과 봉술을 시연하는 모습. 수집된 데이터는 모니터를 통해 게임 내 모델링에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모션캡처 배우들이 게임 속에 등장하는 검술과 봉술을 시연하는 모습. 수집된 데이터는 모니터를 통해 게임 내 모델링에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납검하는 작면을 다양한 카메라 각도로 비추면서 최적의 연출을 찾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8명이 등장하는 집단 전투 씬을 캡쳐하는 데만 3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납검하는 작면을 다양한 카메라 각도로 비추면서 최적의 연출을 찾는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8명이 등장하는 집단 전투 씬을 캡쳐하는 데만 3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한다.
실제로 모션캡쳐 연기자의 시연을 통해 모션캡쳐가 진행되는 과정을 살필 수 있었다. 특히, 다양한 카메라 앵글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장비가 눈에 띄었는데, 사실적인 연출과 함께 시네마틱 영상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구도를 설정하는 데 유용하다고 한다.

모션캡쳐실에는 사람을 들어올리는 거중기(크레인)과 와이어를 연결하는 장비 등이 설치되어 있었다. 공중에서 날렵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촬영하기 위한 장비로, '붉은사막'에서는 공중에서 회전해 공격하거나 수직으로 상승하는 스킬 등을 개발하는 데 쓰였다고 한다.

게임 속 무기와 낚시대 등을 재현한 소품들. 연기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스펀지로 충격을 흡수하도록 조치됐다.
게임 속 무기와 낚시대 등을 재현한 소품들. 연기 중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스펀지로 충격을 흡수하도록 조치됐다.
연기자의 움직임을 3D 스켈레톤 뼈대와 '붉은사막' 주인공의 모습으로 살펴보며 연기와 연출 구도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됐다.
연기자의 움직임을 3D 스켈레톤 뼈대와 '붉은사막' 주인공의 모습으로 살펴보며 연기와 연출 구도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됐다.

반면 층고가 일반 사무실과 비슷한 수준이라 수직적인 움직임을 모션캡쳐할 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를 묻는 질문에 모션캡쳐실 관계자는 수직으로 높은 움직임을 캡쳐할 필요가 있을때는 2022년 12월 설립된 '펄어비스 아트센터'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300평 규모로 조성된 아트센터는 층고가 9미터 이상으로, 대형 몬스터와 동물들의 움직임 등을 캡쳐할 때 활용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붉은사막'이 보여주는 완성도 높은 비주얼과 몰입감이 탄생한 배경을 둘러보면서 최신 기술은 물론, 작은 부분까지 개발자의 손길이 파고들었다는 점을 볼 수 있었다. 기존 에셋으로도 충분히 보이는 부분까지 직접 개발했다는 부분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개발팀들은 이런 작업이 '붉은사막'의 완성도에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붉은사막'이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어떤 감정과 재미를 선사할 지 출시 이후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 순간이었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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