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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달라진 넥슨뮤지엄 "내 가슴 속 넥슨 게임과 만나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이 '넥슨뮤지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이 '넥슨뮤지엄'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2013년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반기는 마음과 함께 묘한 이질감도 느껴졌다. 아시아 최초의 컴퓨터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었지만,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남았던 것. 컴퓨터 기술의 역사와 하드웨어 유물이 공간을 채우는 동안, 많은 관람객이 기대했던 게임과 넥슨에 대한 이야기는 생각보다 비중이 작았기 때문이다. 그 아쉬움은 해가 지나도 비슷한 목소리로 반복됐다.

그렇게 13년이 지난 2026년. 약 4개월간의 리뉴얼을 거쳐 지난 5월12일 '넥슨뮤지엄'이라는 새 이름으로 다시 문을 연 이곳은, 그 목소리에 공간 전체로 답했다.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전시의 방향과 철학, 그리고 관람객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재개장 직후 찾은 '넥슨뮤지엄'은 입구에 들어서는 주차장에서부터 활기가 느껴졌다. 재개장 후 단체 관람 첫날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마주한 입구는 기존 넥슨 CI를 입체적으로 재해석해 '현실과 가상이 만나는 문'을 형상화했다. 실제로 건물 입구와 내부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문'은 이번 리뉴얼 전체를 상징하는 장치처럼 느껴졌다. 게임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게임 이용자의 기억 속으로 향하는 통로라는 의미를 자연스럽게 전달하고 했던 것은 아닐까?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프로필 생성이다. 넥슨 계정을 입력하거나 '넥슨플레이' 앱으로 인증하면 개인 플레이 기록이 담긴 입장 카드를 받을 수 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입장권이라기보다 이용자의 기억을 저장한 '세이브 파일' 같은 느낌도 받았다.

입구에 다가서면 넥슨의 '문' 로고와 만날 수 있다.
입구에 다가서면 넥슨의 '문' 로고와 만날 수 있다.
자신의 계정 정보를 입력하면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자신의 계정 정보를 입력하면 '카드'를 받을 수 있다.
1층이 들어서면 방문객이 어떤 게임을 즐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층이 들어서면 방문객이 어떤 게임을 즐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리뉴얼의 가장 큰 변화는 과거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컴퓨터와 게임 산업의 역사, 하드웨어와 기술 발전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넥슨뮤지엄'은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 자체를 전시의 중심에 두고자 했다. 게임을 만든 회사의 역사보다 게임을 즐긴 사람들의 시간과 추억, 그리고 문화로서의 게임 경험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로 느껴진다.
'넥슨뮤지엄' 1층과 2층은 '이용자들: 죽지마, 계속해!'라는 공통 주제로 연결되며, 그중 1층은 '마주보며 플레이하는 즐거움'을 테마로 구성됐다.

입장하자마자 시선을 끄는 것은 전면 대형 스크린이다. 현재 전시관 안에 있는 관람객들의 닉네임과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지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온라인 게임 로비에서나 보던 풍경이 현실 공간으로 확장된 느낌이었다.

PC부터 콘솔, 아케이드까지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PC부터 콘솔, 아케이드까지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화면을 보면서 춤을 추는 '저스트댄스'도 즐길 수 있다.
화면을 보면서 춤을 추는 '저스트댄스'도 즐길 수 있다.
이 공간의 상징은 단연 4인용 아케이드 게임기 '레디 포 플레이(Ready 4 Play)'다. 네 명이 동시에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구조인데, 조작 장치 옆에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버튼이 따로 존재했고, 이를 누르면 게임 화면 한켠에서 감정 표현 이모티콘이 출력된다. 동시에 반대편 화면에는 이용자 얼굴과 함께 감정 이모티콘이 표시된다. 단순히 협동 플레이만 강조한 것이 아닌,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의 반응 자체를 콘텐츠화 한 것이다.
그 외의 시연 현장 분위기도 경쟁하고 웃으며 함께 게임을 즐기는 장면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오락실 스타일의 대전 격투 게임 코너에서는 승부가 한창이었고, 한쪽에서는 '닌텐도 스위치' 버전의 '저스트 댄스'를 함께 플레이하며 춤추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또한 '포털2' 같은 콘솔 게임뿐 아니라 '무장쟁패2', '배틀체스2' 같은 고전 PC 게임들도 준비돼 있어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함께 게임을 즐기는 장면은 이번 전시가 단순한 체험형 공간을 넘어 세대 간 기억을 연결하려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입력 버튼 외에도 감정 표현 버튼도 있었다.
입력 버튼 외에도 감정 표현 버튼도 있었다.
플레이 화면을 찍어 감정 표현과 함께 보여준다.
플레이 화면을 찍어 감정 표현과 함께 보여준다.
1층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이어 만날 수 있는 2층 전시관은 '공유하고 연결되는 즐거움'을 주제로 한다. 1층이 '플레이의 현장감'을 보여줬다면, 2층은 '이용자들이 쌓아온 시간과 기록을 되짚는 공간'에 가까워보였다.

중앙의 '인벤토리' 공간에는 과거 넥슨컴퓨터박물관 시절의 색채가 남아 있었다. 스티브 워즈니악이 사인했다는 첫 번째 애플 컴퓨터는 물론 국내외 PC 게임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전시물이 배치됐고, 약 2500권 규모의 디지털 PC-게임 잡지 아카이브도 있었다. CRT 모니터를 통해 MSX와 IBM-PC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체험 공간 역시 여전히 존재했는데, '폭스레인저', '하얀마음 백구'와 같은 국산 PC 게임들은 물론 8-90년대 이용자들을 즐겁게 했던 게임들을 다시 만난 반가움에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었다.

2층에서 게임 기기와 소프트웨어의 역사를 확인해 볼 수 있다.
2층에서 게임 기기와 소프트웨어의 역사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게임의 역사를 다양한 실제 제품으로 돌아볼 수 있다.
게임의 역사를 다양한 실제 제품으로 돌아볼 수 있다.
국내에 출간된 게임, PC 관련 잡지 아카이브도 준비돼있다.
국내에 출간된 게임, PC 관련 잡지 아카이브도 준비돼있다.

또한 2014년에 진행된 '바람의나라 1996' 복원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플레이할 수 있는 컴퓨터는, 오래된 온라인게임을 단순히 추억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플레이 가능한 형태로 보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또한 한쪽에는 '세이브 더 게임(Save the Game)' 다큐멘터리를 감상할 수 있는 시청각 공간도 마련돼 게임 역시 기록하고 보존해야 할 문화 자산이라는 메시지가 이 공간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전달됐다.

특별전 '바람의나라: 이어지는 바람'도 빼놓기 어려운 전시다. 올해 서비스 30주년을 맞은 '바람의나라'의 역사를 조명하는 특별전으로, 김진 작가의 원화외에도 게임의 주요 연혁, 과거 자료들이 함께 전시돼 있었다. 온라인 게임 초창기 시절의 감성과 이용자들의 추억, 그리고 한국 MMORPG 역사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이었다. 게임 속 기록은 물론 이로 인해 발생했던 에피소드까지 다루며 'END가 아닌 AND'라는 이야기에 적절한 전시로 보였다.

김진 작가의 '바람의나라' 원화 9점이 전시됐다.
김진 작가의 '바람의나라' 원화 9점이 전시됐다.
'바람의나라' 게임의 역사가 타임라인에 맞춰 전시됐다.
'바람의나라' 게임의 역사가 타임라인에 맞춰 전시됐다.
'바람의나라' 1996 프로젝트의 결과물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다.
'바람의나라' 1996 프로젝트의 결과물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다.
고전 게임의 추억과 함께 올라간 3층 전시실은 역시 넥슨이 "역시 가장 공을 들인 공간"이라 자부할 만 한 곳이었다. '안녕, 나의 OOO!' 전시관은 이용자 개개인의 디지털 기억을 현실 공간 속 미디어 아트로 구현한 이머시브 전시관으로 제목 속 'OOO'은 관람객이 가장 아끼는 넥슨 게임 이름으로 완성된다고 설명됐다.

입장권 카드를 키오스크에 태그하면 관람객이 최근 가장 많이 플레이한 게임의 대표 캐릭터와 환영 인사가 나오며, 이후 넥슨 로고와 결합된 '문'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인스턴스 게이트' 공간이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넥슨 주요 게임들의 영상이 거대한 곡면 LED 미러 공간을 가득 채우는데, 단순한 영상 상영이 아니라 이용자의 기억 속 장면들을 현실 공간으로 꺼내오는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즐겼던 게임의 캐릭터가 환영해준다.
자신이 즐겼던 게임의 캐릭터가 환영해준다.
이어 문 속으로 들어서며 가상의 공간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어 문 속으로 들어서며 가상의 공간으로 들어서게 된다.
게임들의 영상을 통해 추억을 되돌려볼 수 있다.
게임들의 영상을 통해 추억을 되돌려볼 수 있다.
방문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했다.
방문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다른 층보다 훨씬 오랜 시간 발걸음을 멈추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신이 오래 즐겼던 게임 장면이 등장하자 눈시울을 붉히는 사람도 있었고, 아무 말 없이 화면을 계속 바라보는 관람객도 볼 수 있었다. 이 곳은 넥슨 게임을 즐겼던 사람들에게 친구들과의 추억이 담긴 어린 시절과 학창 시절의 기억을 보여줬다. 이번 리뉴얼이 이용자를 끌어들인 것은 결국 이 곳이 '나의 즐거움을 증명받을 수 있는 곳'임을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관람 동선 마지막에는 방명록을 적는 곳과 굿즈존이 자리하고 있었다. '던전앤파이터', '바람의 나라', ', '데이브 더 다이버', '크레이지아케이드' 등 넥슨 주요 게임들의 굿즈가 판매됐는데, 뮤지엄 한정 금속 뱃지와 장패드 같은 상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게임에 대한 추억을 기록하는 방명록이 있었다.
게임에 대한 추억을 기록하는 방명록이 있었다.
자신이 플레이한 게임의 캐릭터의 배웅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이 플레이한 게임의 캐릭터의 배웅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즐긴 넥슨 게임의 기록을 영수증으로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즐긴 넥슨 게임의 기록을 영수증으로 받을 수 있다.
뮤지엄에서만 구할 수 있는 굿즈에 눈이 갔다.
뮤지엄에서만 구할 수 있는 굿즈에 눈이 갔다.
그 외에도 2024년부터 운영 중인 '카페 메이플스토리'도 건재했다. 음료와 케이크는 새로운 시즌을 맞이해 신메뉴로 방문객을 유혹했으며, 맛도 훌륭했다. 그 옆의 스토어에서는 다양한 '메이플' 상품을 팔고 있었으며, 게임 콘텐츠는 물론 제주도를 주제로 한 상품들 역시 다양하게 마련돼 관람객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이처럼 새로운 모습과 함께 돌아온 '넥슨뮤지엄'은 더 이상 단순히 게임 기기와 역사를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었다. 기술을 보존하던 박물관이 경험을 이야기하는 곳으로 바뀐 것처럼, 이곳은 이제 개발사의 역사가 아닌 이용자의 기억을 전면에 내세운다. 넥슨 게임을 오래 즐겨온 이용자라면 자신의 과거와 다시 만나는 경험이 될 것이고,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왜 게임이 하나의 문화로 불리는지를 체감하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게임을 세대를 관통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바라보려는 넥슨의 의도는, 이번 리뉴얼을 통해 훨씬 선명하게 전달됐다.

카페 메이플스토리는 여전히 많은 인기를 누렸다.
카페 메이플스토리는 여전히 많은 인기를 누렸다.
제주도와 연관된 상품이 꾸준히 선보여졌다.
제주도와 연관된 상품이 꾸준히 선보여졌다.
신작 음료를 마시며 계절과 제주도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신작 음료를 마시며 계절과 제주도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김형근 기자 (noarose@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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