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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 서브컬처 왕국 일본, 도시를 축제로 만든 '스트리트 페스타'를 가다

'닛폰바시 스트리트 페스타'에 몰린 인파. 퍼레이드가 끝나면 도로가 걸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되며,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된다.
'닛폰바시 스트리트 페스타'에 몰린 인파. 퍼레이드가 끝나면 도로가 걸을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되며,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된다.
일본 공항에 도착한 여행객의 시선은 자연스레 게임 캐릭터로 향한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닌텐도의 '마리오'를 비롯한 수많은 캐릭터가 서브컬처 왕국을 찾은 이들을 반긴다. 공항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풍경은 서브컬처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일본을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행사장 전체 맵. 코스튬 플레이어 참가자 탈의실, 사진 촬영 공간, 화장실, 편의시설, 입장권 판매처 등의 정보가 담겼다(출처=닛폰바시 스트리트 페스타 공식 X(구 트위터)).
행사장 전체 맵. 코스튬 플레이어 참가자 탈의실, 사진 촬영 공간, 화장실, 편의시설, 입장권 판매처 등의 정보가 담겼다(출처=닛폰바시 스트리트 페스타 공식 X(구 트위터)).
일본 제2의 경제도시 오사카에서는 매년 덴덴타운 일대를 무대로 '닛폰바시 스트리트 페스타'가 열린다. 2005년 지역 상인회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이 행사는 코로나19 중단기를 거쳐, 현재는 매년 20만 명 안팎이 찾는 일본 최대 규모의 코스튬플레이 행사로 성장했다. 이제는 일본 정부 공식 관광 사이트에도 소개되는 대표적인 지역 축제이자 관광 상품이다.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 개방된 시간에는 코스튬플레이 촬영이 허용된다.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 개방된 시간에는 코스튬플레이 촬영이 허용된다.
현장의 열기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5월 오사카의 강한 햇살 아래 행사장은 코스튬플레이어, 일명 '레이어'들과 고가의 장비를 짊어진 사진사, 남녀노소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평소 차량이 오가던 사카이스지 일대는 1km에 달하는 보행자 천국으로 변모했다. 덴덴타운 뒷골목과 오타로드까지 포함하면 그 범위는 하나의 거대한 축제 권역이 된다. 상점가와 메이드 카페, 퍼레이드 구간이 거미줄처럼 연결되며 도시 전체가 서브컬처의 장으로 기능했다.

'오징어 게임', '드래곤볼' 캐릭터의 코스튬을 입은 참가자.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가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오징어 게임', '드래곤볼' 캐릭터의 코스튬을 입은 참가자.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자가 행사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참가자들의 연령대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60대 노년층까지, 각자 좋아하는 캐릭터로 분장한 이들이 거리를 누볐다. 한때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즐기는 이들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던 '오타쿠'라는 명칭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같은 문화를 즐기고, 일반 시민과 관광객도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풍경은 서브컬처가 지역 문화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참가증은 닛폰바시종합안내소와 오타로드 일부 상점에서 판매된다. 일본 주소와 연락처가 있다면 택배로 예약구매도 가능하다.
참가증은 닛폰바시종합안내소와 오타로드 일부 상점에서 판매된다. 일본 주소와 연락처가 있다면 택배로 예약구매도 가능하다.
서브컬처가 주류로 급부상한 한국의 풍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한때 사회적 편견의 대상이던 게임과 만화는 이제 K-콘텐츠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국내 대형 전시회에서도 가족 단위 관람객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차이는 축제의 무대와 지역사회의 결합 방식이다. 실내 전시장 위주인 한국과 달리, '스트리트 페스타'는 도시 자체가 축제의 장이란 점에서 느낌이 색달랐다.
(출처=요코야마 히데유키 오사카 시장 공식 X(구 트위터)).
(출처=요코야마 히데유키 오사카 시장 공식 X(구 트위터)).
지역사회와 행정기관의 참여도 돋보인다. 행사장 곳곳에는 경찰과 소방 부스가 설치돼 안전을 책임지고, 지역 상인들은 행사의 주체로 참여한다. 2024년 재개된 행사에는 오사카 시장이 직접 코스튬을 입고 퍼레이드에 참가하며 화제를 모았다. 단순한 민간 행사가 아닌 시 차원의 지역 축제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 선샤인!!'의 배경지인 시즈오카현 누마즈시처럼 일본은 콘텐츠를 지역 경제와 관광산업으로 연결하는 생태계를 꾸준히 구축하고 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안전을 위한 담당자가 배정됐으며, 팻말과 확성기 등으로 행사장 질서에 대한 사항을 주기적으로 안내했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안전을 위한 담당자가 배정됐으며, 팻말과 확성기 등으로 행사장 질서에 대한 사항을 주기적으로 안내했다.
물론 일본이라고 해서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행사 규모가 커지며 발생한 무단 촬영, 규정 미준수, 환경 미화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이는 행사장을 벗어나 공공도로를 점유하고 쓰레기를 방치하는 등 최근 한국에서 불거진 서브컬처 행사의 풍경과도 겹쳐 보인다. 주최 측은 SNS와 현장 패널, 안내 방송 등을 통해 촬영 예절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며 행사의 존속을 위해 노력 중이다. 행사가 대중문화로 뿌리내릴수록 규모의 성장만큼이나 이를 즐기는 문화적 성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은 양국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다.

행사 구역인 대형 소핑몰 앞에도 많은 참가자가 행사를 자기만의 방식대로 즐겼다.
행사 구역인 대형 소핑몰 앞에도 많은 참가자가 행사를 자기만의 방식대로 즐겼다.
서브컬처의 생명력은 이용자의 참여에서 나온다. 기업이 만든 IP는 코스튬플레이, 팬아트, 2차 창작을 거치며 하나의 문화로 확장된다. 오사카에서 본 '스트리트 페스타'는 단순한 코스튬플레이 행사가 아니었다. 이용자가 문화를 만들고, 지역사회가 이를 품으며, 행정기관이 이를 관광 자원으로 연결하는 하나의 생태계 그 자체였다. 서브컬처가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은 한국 역시, 콘텐츠 산업을 넘어 지역 문화와 관광 자산으로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게임과 서브컬처가 세대를 관통하며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축제가 탄생하길 바란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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