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게임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22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모바일 중심 시장은 PC·콘솔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로 무게중심이 이동했고, 게임사는 자체 온라인 쇼케이스와 글로벌 게임쇼를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개발 방식을 바꾸고 있으며 글로벌 동시 출시도 일반화됐다.
◆ 달라진 게임시장, '지스타'도 변해야 산다

게임을 알리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지스타'가 신작 공개의 상징과도 같은 행사였다. 국내 게임사들은 11월 '지스타'에서 신작을 공개하거나 출시 일정을 발표한 뒤 다음 해 상반기 시장을 겨냥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스타'가 곧 국내 개발사 신작의 시작을 알리는 무대였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게임사들은 자체 온라인 쇼케이스와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이용자와 소통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작품들은 해외 게임쇼를 활용하거나 자체 발표회를 통해 공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발 기간이 길어지고 출시 시기도 다양해지면서 11월 '지스타'에 맞춰 신작을 공개해야 할 필요성도 과거보다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25년에는 약 20만2000명으로 감소했다. 참가 기업과 전체 부스 규모 역시 소폭 줄었다. 단 1년의 감소만으로 위기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이어지던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은 분명한 변화다. 특히 참가 기업과 부스, 관람객 수가 동시에 감소했다는 점에서 산업 변화에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대형 게임사의 참여 감소 역시 같은 맥락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개발 일정과 글로벌 마케팅 전략에 따라 게임쇼 참가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처럼 ''지스타'는 반드시 참가해야 하는 행사'라는 공식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지스타' 역시 단순히 전시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게임사가 '반드시 참가해야 할 이유'를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지스타' 유치 효과 3000억 원 추정…결실은 돌아오고 있나

문제는 개최지가 아니라 활용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지스타 2023'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연구'에 따르면 '지스타' 개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3036억 원으로 분석됐다. 생산유발효과는 약 2006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는 약 798억 원, 고용유발효과는 3065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스타'가 부산을 대표하는 행사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지스타'의 위상에 걸맞는 투자와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행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지원 방식은 수년째 큰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지스타' 참여를 위한 이동부터 현장 관람 지원 등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은 '지스타'를 개최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평가 받아왔다. 여기에는 국내에서 부산을 대체할 현실적인 개최지가 많지 않다는 의미가 포함됐다. 부산시가 경쟁 없이 안주할 수 있는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며 부산시의 재투자가 갈수록 부실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스타'가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면 개최지와 전시 방법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는 2028년까지 20년 간 같은 도시에서 행사가 이어지는 만큼 운영 방식뿐 아니라 개최 환경까지 유지되는 것은 '고인 물'을 넘어 '썩은 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부산시는 관광 비수기에 '지스타'로 막대한 이득을 거두고 있지만, 관람 편의를 위한 지원에는 인색하다는 업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개최지 선정 구조 역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스타'는 '4+4년' 계약을 기본으로 중간 평가를 거쳐 4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개최지를 결정한다. 행사의 안정성은 확보할 수 있지만,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장기적인 준비를 통해 유치에 도전할 시도를 막는 일종의 걸림돌이라 할 수 있다.
◆ 컨벤션에 몰두하는 한국, 게임쇼를 위한 전시 공간 부재

이는 해외 대형 게임쇼가 전시에 특화된 메쎄(Messe)를 적극 활용하는 것과 대비된다. 독일 게임스컴은 쾰른메쎄, 일본 도쿄게임쇼는 마쿠하리 메쎄에서 열린다. 컨벤션센터가 회의와 전시를 함께 수행하는 복합시설이라면 메쎄는 대규모 전시에 최적화된 특화 공간이다. 게임쇼는 국제회의보다 체험과 전시, 물류 운영의 비중이 훨씬 큰 행사인 만큼, 게임쇼에 맞는 전시 인프라를 별도로 구축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K-콘텐츠 확산으로 숙박과 관광, 교통 인프라를 갖춘 도시가 늘어난 지금은 기존 컨벤션센터의 유무보다 게임쇼에 최적화된 전시시설을 새롭게 조성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개최지를 검토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부산 역시 이러한 접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복잡한 도심에 공간이 부족하다면 기장군과 같이 대규모 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지역에 메쎄를 구축하고, 해운대·센텀시티 권역의 숙박시설과 동해선 등 기존 교통망을 연계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 이는 국제회의 유치를 전제로 하는 일반적인 컨벤션센터와 달리, 전시를 중심으로 한 MICE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형 메쎄를 세울 충분한 부지가 확보되어 있고, 인프라가 있는 다른 지자체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게임스컴과 도쿄게임쇼는 대규모 메쎄를 기반으로 넓은 전시공간을 확보해 관람객 동선과 대기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반면 지스타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전시공간으로 인해 전시장 분산 운영과 대기열 관리 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도쿄게임쇼가 열리는 마쿠하리 메쎄의 전시면적은 7만5000㎡로 벡스코(4만6380㎡)보다 약 1.6배 넓고, 게임스컴 개최지인 쾰른 메쎄는 약 28만4000㎡로 6배 이상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특히 도쿄게임쇼 역시 한때 콘솔 중심 행사라는 한계와 이른바 '갈라파고스화' 지적을 받았지만, 2015년부터 마쿠하리 메쎄 전관을 활용해 전시면적을 확대하고 해외 참가사를 적극 유치하는 등 행사 규모와 국제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당시 조직위도 전시장 레이아웃 개선과 관람객 동선 최적화, 글로벌 비즈니스 기능 강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해 코로나 이후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데 성공한 바 있다.
◆ 현장 만남이 적은 B2B… 글로벌 연결고리 강화 필요

중견 이상의 업체도 마찬가지다. B2B 현장에서 진행되는 미팅은 사전 프로그램을 통해 매칭하거나, 기존 계약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다며 사실상 신규 미팅은 진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장에서 유의미한 B2B 전시가 진행될 수 있도록 내실있는 프로그램 확보가 떠오른다. 결국 새로운 퍼블리셔와 투자사를 연결하고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는 프로그램, 행사 이후까지 이어지는 네트워크 구축 등 '성과를 만드는 B2B'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스타가 산업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가장 먼저 B2B에서 체감돼야 한다는 것이다.

◆ 지스타조직위원회의 비전 "신작 발표 넘어 글로벌 게임산업 플랫폼으로"

답변에 따르면 조직위원회는 참가 기업 감소에 대해서도 개발 기간 장기화와 글로벌 출시 전략 확대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하며, 개최 시기 역시 지스타 브랜드이자 산업 생태계의 일부인 만큼 현 시점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변했다. 단, 업계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개최 시기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노선도 함께 제시했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자체 서브컬처 행사와의 비교에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대형화되는 행사가 팬덤(열성 이용자 층) 중심 행사라면 '지스타'는 이용자와 산업 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게임산업 종합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지향점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메인 스폰서십을 통해 확보한 재원은 행사 운영뿐 아니라 '인디 쇼케이스'와 중소 개발사 지원 프로그램 등에 재투자되고 있다고 밝혔다.
◆ 비전 넘어,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22살 청년이 된 '지스타'는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을 견뎌왔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성장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게임쇼로 자리 잡았지만 이제는 또 한 번의 변화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산업은 이미 변했고 게임사도 스스로를 바꾸고 있으며, '지스타'도 산업의 변화에 발맞춘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지스타'의 미래를 위해서도 운영 방식과 개최 환경, 행사의 성격을 포함한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보인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