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은 러닝 액션을 시작으로 RPG, 소셜, 슈터 등 다양한 장르로 영역을 넓히며 쉼 없이 달려온 IP다. 각 작품은 조작의 재미부터 전략, 협동 플레이까지 서로 다른 경험을 선보였고, 이용자들 역시 자연스럽게 '쿠키런 신작'이라면 또 어떤 새로운 조작의 재미를 보여줄지 기대하게 됐다.
하지만 30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쿠키런: 크럼블'은 그런 기대를 좋은 의미로 비껴간다. 화려한 액션이나 치열한 경쟁, 거대한 영웅담 대신 부담 없이 웃고 천천히 성장하는 경험을 선택했다. 세계를 구하는 본편이 아닌, 잠시 쉬어가는 외전 같은 모험을 내세운 작품이다.
이 같은 방향성은 게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드러난다. 초코방울 왕국의 왕에게 소환된 다크체리맛 쿠키, 포도넝쿨맛 쿠키, 요거트베리맛 쿠키는 어둠마녀 쿠키를 상대하는 영웅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왕은 "그쪽은 제대로 된 영웅들에게 맡기고 자네들은 부스러기나 처리하게"라고 말하며 이들을 허드렛일에 가까운 임무로 내몬다. 황당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한 세 쿠키는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명령에 따라 모험을 시작한다.
주인공들의 희망과 달리 이들에게는 '부스러기'를 상대하라는 임무가 내려온다.
지금까지 '쿠키런' 시리즈가 영웅들의 활약과 거대한 모험을 그려왔다면, '쿠키런: 크럼블'은 그 이면에서 벌어진 소소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영웅이 아닌 조연들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모험은 마치 외전이나 스핀오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게임 시작부터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등장 캐릭터들의 만담이다. 주요 스토리 진행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는 웹툰 스타일의 컷신과 게임 내 대사로 등장하며, 허드렛일을 맡게 된 쿠키들의 푸념과 티격태격은 블랙코미디 웹툰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기존 쿠키런 시리즈를 즐겨온 팬이라면 세계관을 비튼 설정과 대사에서 반가움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개그를 넘어 외전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는 장치로 작용하며, 게임이 추구하는 유쾌한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간다.
기본적인 게임 진행은 우리가 잘 아는 방치형 RPG의 모습을 하고 있다.
게임 플레이의 기본 구조는 익숙한 방치형 RPG다. 전투는 자동으로 진행되고 이용자는 쿠키와 펫을 수집하고 육성하며 전투력을 높여간다. 각종 미션과 방치 보상을 통해 재화를 확보하고 성장에 투자하는 방식은 장르 팬이라면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다. 플레이의 중심은 화려한 조작보다 어떤 쿠키를 육성하고, 어떤 조합을 꾸릴지 고민하는 과정에 있다.
성장 시스템에는 쿠키런만의 개성도 담았다. 노움이 오븐에서 장구류를 제작하는 시스템은 단순한 장비 뽑기를 넘어 성장 요소까지 포함한다. 오븐은 사용할수록 레벨이 상승하며, 이에 따라 높은 등급의 장구류를 획득할 확률도 함께 올라간다.
오븐의 레벨이 올라갈 수록 더 높은 등급의 장구류가 나올 확률이 올라간다.
여기에 자동 제작 기능을 지원해 같은 조작을 반복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이용자는 계속 버튼을 누르기보다 성장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 육성 방향을 고민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방치 보상과 다양한 미션 역시 성장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며 방치형 장르가 가진 편안한 플레이 경험을 더욱 살려준다.
레벨 상승에 따라 하나씩 개방되는 던전과 추가 보상 시스템도 성장의 목표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좋아하는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이를 통해 얻은 보상으로 새로운 쿠키와 펫을 확보하며 자신만의 육성 방향을 만들어갈 수 있다. 성장과 보상이 반복적으로 연결되면서 꾸준히 플레이할 이유를 제공하는 구조다.
다양한 던전에 도전해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쿠키런: 크럼블'의 강점은 스토리와 시스템이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영웅이 아닌 조연들의 소소한 모험을 그리는 이야기와 자동 전투, 반복 조작을 최소화한 성장 구조는 모두 이용자가 편안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맞춰져 있다. 덕분에 익숙한 방치형 RPG의 틀 위에 '쿠키런' 특유의 캐릭터성과 유머를 녹여내며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냈다.
물론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방치형 RPG는 초반의 빠른 성장과 풍성한 보상으로 이용자의 흥미를 끌어들이는 데 강점을 보이지만, 서비스가 장기화될수록 성장 속도는 완만해지고 반복 플레이의 비중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임 진행 중간중간 웃음 가득한 대화가 등장한다.
특히 '쿠키런: 크럼블'처럼 캐릭터와 세계관의 매력이 큰 작품일수록 새로운 성장 콘텐츠뿐 아니라 팬들이 계속 쿠키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고 싶도록 만드는 에피소드와 연출을 얼마나 꾸준히 선보이느냐가 장기 흥행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성장 수치를 높이는 업데이트보다 '쿠키런'이라는 IP를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계속해서 이 세계를 찾고 싶게 만드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영웅들의 거대한 서사가 아닌 조연들의 유쾌한 외전, 치열한 경쟁보다 부담 없는 성장. '쿠키런: 크럼블'은 지금까지 쿠키들과 함께 달려온 팬들에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시한다. 앞으로도 팬들이 이 세계를 계속 찾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와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일 수 있다면, 제목 그대로 '어깨 힘을 빼고'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쿠키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