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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케데헌' 오스카 수상에서 K-게임이 배울 점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수상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출처=넷플릭스 뉴스룸).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수상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출처=넷플릭스 뉴스룸).
한국적인 소재로 제작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16일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장편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K팝과 아이돌 문화는 물론 목욕탕, 한의원, 컵라면 같은 지극히 일상의 풍경이 전 세계 예술의 심장부라 불리는 오스카 무대의 주인공이 된 순간이다.

'케데헌'의 수상이 남다른 이유는 콘텐츠를 대하는 시각의 전환에 있다. '케데헌'은 한국의 일상적인 소재가 어떻게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통하는 문화로 변할 수 있는지를 똑똑히 보여줬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곧 세계적인 표준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이 애니메이션이 확인시켜 준 셈이다. 그동안 한국 게임은 산업적 수치와 수출 효자라는 성적표 뒤에 숨어 '문화적 품격'을 논하는 자리에서는 늘 한발 물러나 있었던 것과 대비된다.
디테일의 힘은 강력했다. 한의원을 찾는 일상, 첫 장면을 장식한 김밥과 컵라면, 그리고 초대 데몬 헌터인 무당이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은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만, 세계 이용자들에게는 낯설면서도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여기에 K팝 아이돌 산업의 명암과 팬덤 문화가 겹쳐지며 이야기의 현실감을 더했다. 특히 성인 이용자들까지 공감하게 만든 주인공들의 서사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마저 깨뜨렸다.

왼쪽부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여인영(제니퍼 유 넬슨) 총괄 제작, 메기 강 감독, 크리스 아펠한스 공동 감독(출처=오스카 공식 유튜브).
왼쪽부터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여인영(제니퍼 유 넬슨) 총괄 제작, 메기 강 감독, 크리스 아펠한스 공동 감독(출처=오스카 공식 유튜브).
이런 행보는 국내 게임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문화와 생활 양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사실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존재감을 먼저 증명해 온 분야다. '던전앤파이터'나 '검은사막', 'P의 거짓', '산나비' 등 세계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적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보기는 어렵다. 디자인이나 표현, 설정 일부가 스며있을 뿐 다른 문화로 대체해도 무리가 없다는 점에서 '케데헌'이 보여준 접근법과는 결이 다르다.

물론 '케데헌'이 단지 한국적 외형을 갖췄기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낯선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예상치 못한 결말, 캐릭터 간의 촘촘한 내러티브에 한국적 감성을 녹여냈기에 가능했던 성취다. 보편적인 감성을 낯선 시선으로 조명한 완성도야말로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이는 한국적 게임 개발을 추진하는 게임사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접근법이자 전략일 것이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넥슨은 '전우치전'을 재해석한 '우치 더 웨이페어러'를, 위메이드는 전통 탈과 민속 신화를 배경으로 한 '프로젝트 탈'을 준비 중이다. 이들 작품이 '케데헌'의 성공을 뒤따르기 위해서는 한국적 디테일을 어떻게 글로벌 흥행 요소로 반영할지, 그리고 기술력이라는 뼈대 위에 어떤 콘텐츠를 채워 넣을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낯선 친숙함'이다.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재미를 우리만의 시선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익숙한 장르적 틀을 유지하되 감정선은 한국적인 것으로 채우는 것도 글로벌 흥행 공식이 될 수 있음을 '케데헌'이 오스카 수상을 통해 증명했다. 이제 게임업계가 이 공식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볼 차례다.

서삼광 기자 (seosk@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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