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이 판타지라고 알고 있는 판타지가 서양 판타지라면 동양 판타지는 무엇인가? 지금껏 우리가 생각해 온 동양 판타지는 '무협'이다. 드래곤이나 난장이는 등장하지 않지만, 도사와 요괴가 있고 경공법을 써서 하늘을 날고 장풍을 날린다는 점에서 보면 서양의 그것보다 더 판타스틱하다. 한편으로는 서양 판타지에 기사와 요정이 등장한다면 동양 판타지에는 영웅과 미녀가 등장해 더 사실적이기도 하다.
[[img1 ]]하지만 동양에는 애초부터 판타지라는 게 없었다고 주장하는 게임 기획자가 있다. 무협소설가, 만화 스토리작가 등을 거쳐 와이디온라인에서 '패온라인' 개발을 총지휘하고 있는 야설록 고문이다. 정작 자신은 무협소설로 유명해졌지만 자신이 기획한 게임은 결코 '무협'이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야설록 작가는 동양 판타지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있다.
'패온라인'은 동양 판타지 게임의 시작으로 기획한 야설록 작가의 역작이다. 야설록 작가는 이 게임을 일단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소개하고 있다.
"MMORPG를 보면 강제성이 많습니다. 파티를 해야만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는 경우가 많죠. 한때 대세가 파티형 게임이였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도 해야하고 직장 생활도 해야죠. 연애도 해야하고 친구들과 술도 한잔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레이드 한번 하는데 2~3시간 많게는 5시간도 걸리는 그런 게임은 지금 시대와 맞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설록 작가가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덕분에 '패온라인'도 무협게임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야설록 고문은 '패온라인'은 결코 무협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무협게임이라면 기껏해야 1000년 전 이야기를 담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림사가 등장한 것이 그때니까요. 하지만 패온라인은 4000년전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협보다 이전인 고대 동양 판타지를 담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맞죠. 물론 무협게임과 비슷한 복색과 건물이 등장하지만 그 때문에 패온라인을 무협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서양 판타지는 반지의제왕에서 완성됐다는 평이 많죠.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지의제왕은 그 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서양 판타지를 집대성했다고 봐야 합니다. 수십, 수백년 전부터 서양 판타지를 주제로한 소설들이 많았죠. 그것들이 모여서 서양 판타지를 만들었습니다. 무협도 마찬가지죠. 무협에 처음부터 9대 문파가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처음 작가가 소림사를 주제로 썼고 다음 작가는 무당파, 화산파, 아미파 등을 추가하면서 9대 문파라는 것으로 정형화됐죠."
야설록 작가는 또 "하지만 동양 판타지는 아예 없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마도 전쟁, 기근, 자연재해에 많이 시달리던 동양이다 보니 꿈을 꾸지 못한 것이겠죠. 제가 10년 정도 고대사를 공부하다보니 판타지와 비슷한 다양한 문서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신라시대 박재상이 쓴 부도지를 보면 마고성이라는 곳이 나옵니다. 마고성은 일종의 낙원입니다. 서양의 에덴동산이나 유토피아와 비슷한 판타지 세계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모아보니 이 모든 것을 하나로 엮으면 재밌는 동양 판타지가 나올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완결판이 패온라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게임을 만들지만 야설록 고문은 사실 작가다. 작가가 게임 개발을 총지휘하다보니 아무래도 게임 스토리에 관심이 간다. 사실 그동안 MMORPG를 즐기는 게이머들이 게임의 스토리를 완벽히 이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스토리는 게임마다 다르지만 게임 플레이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스토리를 이해하기 보다 바로 게임을 위한 사냥과 퀘스트에 주력하는 편이다. 야설록 고문도 이를 인정한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죠. 작가인 저조차도 퀘스트를 제대로 읽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사실 제가 MMORPG 광으로 소문나 있지만 그토록 열심히 즐겼음에도 스토리를 기억하는 게임은 몇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패온라인에서 스토리에 더 많이 신경썼습니다. 작가의 목적이 글을 읽게 만드는 것이지 않습니까(웃음). 패온라인을 경험해보면 화면 가득히 채워지는 퀘스트 설명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읽지 않고는 못배길걸요(웃음). 설사 읽지 않더라도 퀘스트 설명에 아주 중요한 요소를 넣어뒀기 때문에 읽어야만 합니다. 사실 게임을 하면서 책만 읽을수는 없지만 동양의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한 번 겪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갖가지 장치를 해뒀습니다. 게이머들이 지루하지 않을만큼 재밌는 스토리는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야설록 고문이 '패온라인'을 기획한지도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혼자서 게임을 기획하다가 와이디온라인에 합류한지도 어느덧 3년을 넘었다. 게임은 이제 1차 비공개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소리에 야설록 고문도 1년을 더 쓴것 같다고 밝혔다.

"게이머들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패온라인에 화장을 시키느라 많이 늦어졌습니다. 사실 제작기간이 길어지다보면 유행에 뒤쳐질 수 있습니다. 사실 기획 단계에서 비행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을때 한국 온라인게임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많았죠. 서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제가 완강하게 주장해서 관철시켰는데 지금보면 거의 모든 온라인게임에서 날아다니는 캐릭터를 볼 수 있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1차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하는 단계지만 시범 서비스 수준의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야 테스트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정도 목표는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패온라인'은 MMORPG다. 장르의 특성상 불법 자동사냥 프로그램인 '오토'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최근 오픈한 게임들 가운데 MMORPG 장르들은 오픈과 동시에 불법 '오토'가 쏟아져 나왔다. 야설록 고문도 불법 '오토'에 대한 걱정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야설록 고문은 미소를 띄며 '패온라인'에서 오토는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유는 자신이 '오토'를 접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야설록 고문은 먼저 "제가 MMORPG에 빠져서 다양한 게임을 접해본 시절에 오토를 접해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토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죠. 단언컨데 패온라인에서 오토는 살아남지 못합니다. 다양한 방안을 준비중입니다. 오픈 후 6개월, 1년 단위로 전략을 이미 세워놓았습니다. 일단 지금 소개할 수 있는 시스템은 게이머 경찰 시스템입니다. 게이머들이 게임에 보여주는 충성도를 체크해 충성도 높은 게이머에게 경찰 임무를 주는 것이죠. 다른 게임이 게이머가 신고만 할 수 있다면 경찰 게이머는 오토 사용자를 바로 감옥에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보완 시스템도 있다. "감옥으로 보내진 게이머는 노역 퀘스트를 수행해야 빠져 나올 수 있죠. 만약 오토 게이머가 아니라면 단숨에 빠져 나올 수 있지만 오토 게이머가 감옥을 빠져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추후에 유명 클랜장이나 지명도 높은 게이머를 경찰로 위촉하기도 할 것입니다. 운영자는 24시간 모든 필드를 감시할 수 없지만 게이머들은 24시간 모든 필드에 있기 때문에 오토 근절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합니다."
4년만에 게임을 게이머들에게 공개하는 야설록 고문은 산달을 앞둔 산파의 심정이라는 말로 본인의 심정을 토로했다. 최근에는 오픈 걱정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지경이라고 한다. 그래도 야설록 고문은 게이머들에게 좋은 시도를 한 게임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전했다. 세련되고 품격있는 게임을 위해 밸런스, 커뮤니티, 콘텐츠라는 3가지 부분을 신경쓰겠다고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야설록 작가는 끝으로 "2차 비공개 테스트는 12월에 진행하고 시범 서비스는 잠정적으로 내년 2월로 결정한 상태입니다. 상용화는 부분유료화로 진행할 계획이죠. 사실 제가 게이머일때는 정액제를 선호했는데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하다보니 많은 게이머들이 즐길 수 있도록 부분유료화를 도입하는 것이 맞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게임 수출과 관련해 "제가 글을 쓸때 가장 아쉬웠던 점은 한글이라는 언어가 수출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푸르스름하다나 누리끼리하다라는 표현을 영어로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요. 단순히 블루나 옐로우라고 밖에 번역이 되지 않습니다. 한글의 오묘한 차이를 외국인에게 전달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한글이라는 언어의 특성이 한국에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없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황석영 작가나 이문열 작가의 소설이 외국인에게 100% 전달되기 힘들다는 것이죠. 하지만 게임은 다릅니다. 게임은 수출하기 가장 좋은 콘텐츠입니다. 글만이 아니라 눈, 귀 등을 이용해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제대로 동양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양 판타지는 동양과 서양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패온라인'을 계기로 동양 판타지가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