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에 선혈묘사까지 과도해, 청소년보호 외면
폭력성과 선정성이 과도한 외산게임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시험판에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등위)가 두차례나 청소년 등급을 부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게등위는 지난달 21일 블리자드코리아에서 제출한 '스타2 자유의날개 스커미쉬판'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 이 게임의 연령등급을 15세이용가로 확정 발표했다. '스타2 자유의날개 스커미쉬판'은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스타2' 정식버전에 앞서 게등위 심의기준을 파악하기 위해 제출한 싱글플레이 버전이다.

블리자드는 한차례 15세 등급을 받은 이후 다시 게임을 수정한 뒤 '스타2 자유의날개 알파 11900버전'이라는 이름으로 재심의를 신청했고 게등위는 또 청소년 이용이 가능한 15세이용가 등급을 부여했다.
하지만 폭력성과 선정성 측면에서 전작보다 청소년 유해 요소가 한층 강화된 '스타2' 시험판에 청소년 등급 판정이 내려지면서 벌써부터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이 '스타2'보다 현격하게 떨어지는 전작(스타크래프트)도 수정 전 버전은 과도한 선혈묘사로 청소년 이용불가(18세이용가)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스타크래프트' 개발사 블리자드는 폭력성 수위를 낮춘 '틴버전'을 별도 제작해 청소년 등급을 받아야 했다.
'스타2'는 대량살상을 기반으로 하는 전형적인 전쟁게임으로 총기류가 등장하는 것은 기본이고 게임과 동영상에서 나타나는 선혈묘사는 누가봐도 과도한 수준이다. '스타2' 동영상 중에는 신체 절단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도 등장한다. 다량의 피가 튀는 것은 물론이다.

특히 게임은 영화나 티비와 달리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한다는 측면에서 폭력성을 느끼는 정도가 남다르다. 같은 선혈묘사라 할지라도 영화보다 훨씬 강한 충격을 줄 수 있다. 플레이어가 직접 상대방 캐릭터를 쏘아죽이면서 느끼는 폭력성은 영화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더 보수적인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상식이다.
이 외에도 '스타2'에는 싱글플레이 도중 게이머가 머물게 되는 휴게실에는 쇼걸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술을 마시는 장면까지 나온다. 해병이 시거를 물고 있는 흡연장면은 전작에서부터 문제됐던 부분이다. TV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술마시는 장면이나 흡연장면이 버젓이 등장하고 있는데도 청소년 등급 내려졌다는 것에 게임 전문가들도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15세등급을 받게되는 게임물의 경우 PC방에서도 자유로운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업소용으로 따지면 사실상 전체이용가 등급이나 마찬가지다. 게임의 폭력성이나 선정성이 모든 연령대의 아동과 청소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청소년 유해요소와 위험성이 내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2'에 청소년 등급이 내려진 것은 얼마전 블리자드 부사장이 문화부 차관을 접견한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블리자드 본사 부사장은 7월 초 한국을 방문해 문화부 실세로 통하는 신재민 차관을 접견했고 이 자리에서 한국의 심의제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리고 이들의 만남이 있은 직후 블리자드코리아는 게등위에 '스타2' 심의를 신청해 청소년 등급을 받아 냈다.
당시 게임업계서는 문화부 차관이 블리자드 부사장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도 문제였지만 만난 것 자체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국내 유수 게임업체 사장들도 잘해야 문화부 사무관이나 과장을 만나는 게 고작인 것을 고려하면, 해외 게임업체 부사장을 중앙부처 차관이 만났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특혜라는 지적이다.
게등위는 국산 온라인게임인 '진여신전생 이매진'이나 '마비노기영웅전', '테라' 등 '스타2'보다 신체절단이나 선혈묘사가 사실적이라고 보기 힘든 게임에 대해서도 성인등급(청소년 이용불가)을 부여한 바 있다. 캐주얼게임도 사행성과 폭력성에서 게등위의 엄격한 잣대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등위가 특정 외산 게임에 청소년 등급을 부여한 것은 이 같은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게등위는 "게임에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이 나려면 총이나 칼의 묘사, 혈흔, 사체분리 등의 표현이 과다해야 하지만 '스타2'의 경우 사실적인 묘사는 포함되지만 그 정도가 과다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15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했다"며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게등위 내부에도 반대 의견이 없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록 1명 뿐이었지만 게등위 심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학부모정보감시단의 유현숙 부장은 '스타2' 심의 과정에서 청소년 이용불가를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심의와 관련해 유현숙 부장은 "15세 등급을 받은 FPS 게임, 칼의 묘사와 폭력성의 정도가 심한 삼국지 시리즈도 15세 이용가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게임과 비교해서 스타2의 폭력성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개인적으로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등급이 결정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답답했던 심경을 토로했다.
유 위원은 특히 "스타2를 심의하면서 청소년 이용불가에 대한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고, 논의의 흐름이 15세 이용가와 12세 이용가를 놓고 결정하는 분위기로 진행됐다"며 "게등위가 폭력성에 대해 상당히 관대해진 부분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게등위가 게임의 폭력성과 폭력적인 표현에 무감해진 것은 '바다이야기' 사태를 배경으로 출범한 조직이라는 한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행성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다보니 이와 관련해서는 캐주얼 게임에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만, 청소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폭력성에 대해서는 관대해진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심의기관 설립 취지인 '청소년 보호' 의미는 사실상 퇴색되고 있다. 1기 위원회에 청소년 단체나 학부모 단체 출신 심의위원이 적은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 문제와 더불어 스타2 연령등급과 관련해 제기되는 논란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임기 1개월을 남겨 놓은 1기 게등위와 새로 출범할 2기 게등위에 업계와 시민단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허준 기자 jjoony@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