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출범한 4기 게임산업협회는 ▲20억 달러 수출 달성 ▲건강한 게임문화 창조 ▲협업과 상생 산업발전 모형 창출 등을 기치로 내걸고 야심찬 행보에 나섰으나 정부의 잦은 간섭과 규제, 메이저 회원사 간 갈등으로 이렇다할 사업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협회는 또 게임업계 최대 이익단체임에도 불구하고 규제기관인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도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게등위 비위를 맞추려는 모습까지 보여 회원사들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지난 상반기 전략적으로 추진해 온 그린게임 캠페인만 해도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관제 성격이 강한 캠페인이었지만 협회 내부적으로도 회원사 전체 의견을 아루르지 못한 채 게임포털 중심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시작부터 잡음이 일었다.
◆울며 겨자먹기식 그린 캠페인...효과도 최악
회장사(NHN)를 비롯한 고포류 서비스 업체들이 15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모아 공중파 TV에 광고를 집행하는 등 나름 규모 있는 행보를 보여주려 했으나 성과는 저조했다. TV 광고는 캠페인 취지와 무관한 내용이 제작 방영됐고 최근 오픈한 캠페인 사이트(www.greengame.or.kr)에는 불과 1000여명의 네티즌이 캠페인에 참가했을 뿐이다.
정부 입김이 작용한 캠페인이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비용대비 효과는 최악 수준이다. 이쯤되면 실패에 따른 책임도 협회에 남는다.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그 부담을 회원사들에게 전가한 모양이기 때문이다.
협회는 정부 뿐만 아니라 규제기관인 게등위에도 시종 저자세로 일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여름 게등위 위원들의 중국 차이나조이 조사단 파견 당시에는 이들이 중국 현지에서 차량과 가이드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특정 회원사를 연결해 줬다가 들통이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게등위에 저자세로 일관...제 목소리 못내
게임협회 스스로 규제기관에 잘 보이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게등위에 개별적인 로비를 시도하는 업체들이 늘어나는 등 문제를 키우고 있다. 고포류 서비스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먼저 로비에 적극 나서면서 일반 온라인게임 업체들도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로비 대열에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별 업체들의 로비 시도를 막고 업계 전반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협회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게등위는 목소리와 위상이 어느때보다 고압적인 형태로 변한 것은 물론이다.
이처럼 4기 협회가 총체적인 난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회장사가 NHN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국 대표 벤처기업 위상이 게임협회 활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실제로는 득보다 실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NHN이 서비스하고 있는 네이버와 한게임은 각각 검색과 게임포털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사이트로 언론과 정치권으로부터 끊이 없이 견제과 감시를 받고 있다. 이런 기업이 회장사이다보니 NHN 문제가 업계의 문제로 비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출신 회장 체제의 한계
한게임 고포류 게임의 사행성 문제가 게임업계 전체 문제가 되는 식이다. 이런 회사 소속 전문경영인이 회장을 맡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4기 협회장으로 추대된 김정호 씨는 한게임과 네이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인사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은 업계를 대표해 게등위와 맞서는 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게임위에서 사행성 게임을 때려잡겠다며 게임 마케팅에 대한 과도한 규제안을 내 놓아도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입장이다.
업계 내부적으로는 NHN과 엔씨소프트의 불화도 골칫거리다. '리니지' 개발자 빼가기로 시작된 NHN과 엔씨소프트의 불화는 NHN이 협회 회장사가 된 이후에도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불화가 협회 내에서는 두 회사의 '독자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엔씨소프트는 4기 협회 출범 이후 업계 공동의 게임 전시회 지원 사업이나 캠페인 등에서 독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기 협회를 쥐락펴력했던 것에 대한 기존 회원사들의 견제 때문에 협회 내 활동이 위축된 탓도 있지만, 엔씨 스스로도 협회 활동을 줄이려는 분위기다.
◆회원사 간 갈등까지 깊어져 혼란 가중
최근 두 회사는 지스타 미디어 취재지원 문제로 또 한번의 마찰을 일으켰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NHN이 단독으로 지스타 미디어 지원 사업을 진행하려 하자 협회 내에서 지스타 테스크포스를 맡고 있는 엔씨가 이에 반발해 지원 논의가 중단된 사건이다.
이처럼 NHN 또한 게임협회 회장사라는 이유로 회원사나 다른 업체들보다 더 큰 곤욕과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회장사이기 때문에 받지 않아도 될 질책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한게임에서는 고포류 마케팅도 진행하지 못하고 돈을 벌어도 눈치봐야 하는 실정이다.
◆외부 인사나 메이저 업체 오너 회장 영입 고려해야
김정호 회장만해도 게임산업 규제를 줄이고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 청와대나 정부, 국회, 진흥원 등에서 부를 때마다 달려가 눈도장을 찍고 있지만 수출역군 대접은 고사하고 '게임 나부랭이' 취급을 받는 일이 허다하다는 후문이다.
더 억울한 것은 김 회장 역시 하고 싶어 회장직을 맡았다기 보다 등떠밀린 감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당초 4기 협회는 출범 전 문화부 차관 출신 외부 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업계 내부 인사로 회장과 회장사를 선출했다.
이에 대해 게임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체 전문경영인이 협회 회장을 맡는 지금의 구조로는 협회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의욕적으로 업계 전반의 화합과 이익을 대변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특정 업체와 이해관계와 없는 게임산업 전문가나 메이저 게임업체 오너가 나서서 책임감을 갖고 회장직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협회에 큰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