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게임 KBO 라이선스 독점계약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CJ인터넷과 KBO가 야구게임과 관련해 독점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알려진 이후, 게임팬들 사이에 찬반 양론이 일고 있는가 하면 양사는 또 언론을 이용해 상호 비방전을 벌이는 등 사태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실 CJ인터넷의 KBO 독점 계약은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 9월에는 경쟁 야구게임 업체들을 통해 구체적인 정황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인기 스포츠 분야에서 게임화를 전제로한 라이선스 독점은 흔히 있는 일이다. 독점 계약 자체를 비판하거나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장에서만 유독 스포츠 라이선스 독점 계약이 논란이된 것은 동종 업계라 할 수 있는 CJ인터넷과 네오위즈의 해묵은 갈등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야구게임 분야에서 경쟁 관계를 형성해 왔던 양사의 신경전이 KBO 독점 계약이 공론화되면서 대외적으로 촉발된 것.
야구 게임을 둘러싼 두 회사 간 갈등의 원인과 과정을 살펴 보았다.
◆표절시비로 시작된 갈등의 골
CJ인터넷과 네오위즈게임즈의 갈등의 시작은 표절 논란이었다. CJ인터넷은 지난해부터 '마구마구' 핵심 시스템이 네오위즈게임즈 '슬러거'에 도입됐다는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마구마구' 개발사 애니파크는 '슬러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마구마구'는 실제 선수카드를 등장시켜 연도별 세트 덱과 팀 올스타 덱을 구성하는 방식을 택해 고교선수를 육성하는 방식의 '슬러거'와 확연히 달랐다. 하지만 '슬러거' 개발사 와이즈캣은 초기 기획과 달리 게임 내에 역대 프로야구 선수들을 모두 등장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했고 연도별 세트 덱과 팀 올스타 덱과 유사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CJ인터넷과 애니파크는 야구게임 후발주자인 네오위즈게임즈가 '마구마구' 벤치마킹을 통해 '슬러거' 시장점유율을 높혀 '마구마구'를 위협하자 표절시비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네오위즈는 '무대응'으로 일관해 사태가 확산되지 않았지만 양사 간 갈등의 골이 패이기 시작했다.
◆CJ인터넷, 네오위즈 매복 마케팅에 분노 폭발
CJ인터넷은 네오위즈게임즈가 유사한 게임 시스템을 들고 나오자 게임성만으로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야구대회 및 관련 행사 후원을 통한 인지도 상승을 꾀했다.
CJ인터넷은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팀 선수들에게 '마구마구'가 새겨진 헬멧을 씌워 평가전에 출전시켰으며 이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과 프로야구 2008시즌 포스트시즌을 후원하며 게임의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CJ인터넷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CJ인터넷의 왕성한 후원활동으로 인해 야구게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신규 이용자들은 '마구마구'와 '슬러거'로 분산됐다. 오히려 '슬러거' 동시접속자 증가폭이 커지면서 PC방 점유율을 비롯한 각종 지표에서 '슬러거'가 '마구마구'를 앞서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대해 CJ인터넷은 네오위즈게임즈의 '매복' 마케팅으로 인해 후원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CJ인터넷이 공식 후원에 나서는 동안 네오위즈게임즈는 우회적인 이벤트를 통해 마찬가지의 효과를 누렸다는 것. CJ인터넷 관계자들의 심기가 더욱 불편해진 것은 물론이다.
◆CJ인터넷 독점계약 체결로 '슬러거' 견제
심기가 불편했던 CJ인터넷은 결국 KBO 라이선스 독점계약을 통해 경쟁사인 네오위즈게임즈를 견제하고 나섰다. CJ인터넷은 경기 불황으로 인해 2009시즌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 영입에 어려움을 겪던 KBO가 러브콜을 보내자 3년간 1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프로야구 후원에 나섰고 야구게임 라이선스 독점 계약까지 성사시켰다.
CJ인터넷은 KTH와 엔트리브소프트의 신작 야구게임에 대해서는 2010년까지 KBO 라이선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양해했으나 네오위즈게임즈의 '슬러거'는 2009년 이후로 라이선스를 쓸 수 없도록 하는 등 독점계약의 목적이 '슬러거' 견제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네오위즈게임즈 KBO 로비 통해 반전 노려
네오위즈게임즈는 CJ인터넷의 독점계약 정황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KBO를 상대로한 물밑 작업을 시도해 왔다. 네오위즈는 특히 KBO 측에 더 많은 금액을 제안하며 타이틀 스폰서 교체 의사를 타진하는 등 전방위적인 '흔들기'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야구계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네오위즈게임즈가 KBO에 CJ인터넷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하며 후원사 교체 시도를 벌여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KBO 고위층 중 일부 인사는 네오위즈게임즈의 제안에 호의적이어서 KBO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KBO 기관지인 월간 '베이스볼 클래식' 8월호에는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CJ인터넷)를 비판하는 기사가 게재되기도 했다. 이 사실을 파악한 CJ인터넷이 KBO에 강력히 항의한 것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 KBO는 착오가 있었다며 즉각 사과했지만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독점계약 공표되자 치열한 공방전
이후 CJ인터넷과 네오위즈는 게임전문 매체를 통해 독점계약 관련 보도가 쏟아지던 9월에도 약속한 듯 침묵을 지켰으나 11월 들어 독점계약서가 공개되고 난뒤 치열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먼저 네오위즈게임즈는 언론을 통해 "CJ인터넷이 슬러거 견제를 위해 독점계약 사실을 숨겼다"며 "CJ인터넷으로 인해 대처가 늦어질 수밖에 없게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CJ인터넷은 "이미 네오위즈게임즈도 독점계약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쪽에서 먼저 독점계약 관련 내용을 외부에 언급하지 말자고 이야기하기까지 했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다시 네오위즈게임즈는 "CJ인터넷은 독점계약을 이유로 와이즈캣(슬러거 개발사) 인수까지 시도했다"며 "51% 지분을 인수하는 대신 독점을 풀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거부 당하자 독점을 강행한 것"이라며 부당 행위를 지적했다.
하지만 CJ인터넷은 "하반기 예정돼 있던 M&A의 일환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일 뿐 큰 의미는 없었다"며 "구체적인 조건을 이야기한 적도 없고 인수할 계획도 없다"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네오위즈게임즈는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포함해 사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취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나섰고 CJ인터넷은 "라이선스 독점은 일반화된 비즈니스 전략으로 게임업계에서도 흔한 일"이라며 "불공정 거래라는 논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변수 많지만 CJ인터넷 독점 강행 막기 어려워
이 외에도 5일 프로야구 선수협회가 KBO와 CJ인터넷의 라이선스 독점계약에 문제를 제기하며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독점계약으로 인해 선수들의 몫이 줄어들게 됐다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선수협회의 소송이나 네오위즈게임즈 공정위 제소가 있더라도 CJ인터넷의 KBO 라이선스 독점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독점계약 자체에 법적 문제가 없는 데다 최종 판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의미 없는 소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CJ인터넷이 먼저 독점 제한을 풀지 않는 이상 네오위즈는 2010년부터 당분간 야구게임에 프로야구 선수들의 실명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여 게임 서비스에 타격이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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