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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1> 블리자드 저작권 공세 e스포츠 종주국 위상 '흔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블리자드 10년 공생 깨고 권리요구
지난 10년 동안 IT강국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문화 코드로 자리매김한 e스포츠가 미 게임업체 한 곳(블리자드)의 라이선스 공세에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사(게임업체) 였던 블리자드가 돌연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국내외 e스포츠계가 혼란에 빠져 들고 있다. 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도 종목사가 경기와 관련해 권리를 주장했던 경우는 전무했기 때문이다.

e스포츠는 게임산업에서 파생되긴 했지만 게임산업과 무관하게 성장해 왔고, 태동 때부터 종목사와는 종속 관계가 아닌 공생 관계를 형성해 왔다. e스포츠계가 게임업계에 새로운 프로모션의 장을 제공하고 상품으로써 게임의 수명연장에 기여해 왔기에 게임업체들은 마케팅을 통해 e스포츠 발전을 지원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신규 게임을 e스포츠 종목으로 '무상'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런 관계 속에서 블리자드는 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하는 한국에서 10년이 넘도록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종목(스타크래프트)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종목사로 지목되고 있다. 패키지 게임 시장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가 전세계 판매량의 60%(600만장)에 달했던 것도 e스포츠의 힘이었다.
한국 e스포츠계에서의 성공이 블리자드를 세계 최고의 전략게임 개발사로 만드는데 일조한 것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리자드가 지난 10년의 '혜택'을 잊어버린 듯, 돌연 한국 e스포츠계를 대상으로 저작권 협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한국 e스포츠계에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안주하던 e스포츠계 저작권 공세에 성장 덜미

한국 e스포츠계는 게임업계와 10년의 공생관계에 안주해 왔던 데다, e스포츠 저작권 문제와 관련해 블리자드의 문제 제기 이전까지는 한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다. 이 같은 이유로 블리자드의 저작권 공세 파장은 혼란을 넘어 시장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는 상황이다.
블리자드는 특히 한국 e스포츠 시장에서의 권리를 요구하기 위해 전에 없이 언론 마케팅을 강화한 것은 물론 한국 정부와 교섭에 나서는 등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엔 한국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업체(그래텍)를 협상 대리인으로 내세워 프로게임단들과 협회에 협상을 종용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회사는 스타크래프트를 포함해 자사 게임을 종목으로 하는 e스포츠 대회 개최권은 물론 이를 방송 콘텐츠로 생산-서비스할 수 잇는 방송권(중계권)까지 요구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스타크래프트 대회와 관련해서 이뤄지는 스폰서 영업이나 대회 일정, 방송 편성 등 모든 제반 사항에 대해 승인을 받으라는 굴욕적인 요구도 포함하고 있다.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금껏 진행해 왔던 기존 리그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법적 대응에 나설 태세다.

블리자드의 이 같은 요구가 그간 암묵적으로 지켜져 왔던(심지어 블리자드 스스로도 인정해 왔던) e스포츠계와 게임 업계의 공생관계를 뿌리째 부정하는 행위임은 물론이다. 따라서 블리자드의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e스포츠 시장을 유지해 왔던 기본 틀은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협회-방송사-국제연맹 종목사에 종속 우려

특히 e스포츠 종주국을 표방하는 한국은 오히려 세계 최초로 종목사의 권리를 인정해 주는 '선례'를 남기게 된다. 블리자드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 시장에서 e스포츠 저작권 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블리자드 계획대로라면 e스포츠 시장의 주도권은 시장(프로게임단, 팬, 방송사)에서 종목사로 넘어가게 된다. 최악의 경우 한국 e스포츠계는 블리자드의 마케팅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다. 당장 한국 e스포츠 시장을 키워왔던 협회와 방송사들은 시장에서의 지위를 위협 받을 수 있다.

정부 승인을 받아 e스포츠 종목과 대회를 승인해 왔던 한국e스포츠협회는 특정 게임 대회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블리자드에 모든 승인을 받아야 하는 처지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e스포츠 전문 방송사들은 이미 위협을 받고 있다. 블리자드의 저작권 공세 이후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위한 스폰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이 외에도 블리자드 요구를 수용하게 되면 여타 국산 게임 종목사들과의 관계도 껄끄러워질 수 있다. 협회나 방송사들이 블리자드와만 저작권 계약을 맺게 된다면 당연히 형평성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국제e스포츠연맹을 설립, 종주국 위상 강화에 나서고 있는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국제 e스포츠계가 협단체와 스폰서 중심이 아니라 종목사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기 때문이다.

블리자드가 만들어 놓은 선례를 EA나 MS, 소니와 같은 다국적 게임업체들이 답습하게 되면, 중장기적으로 국제 e스포츠계의 무게 중심은 연맹과 같은 단체보다 게임 퍼블리셔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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