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대표 마크 모하임)는 당초 한국e스포츠협회(회장 조기행 SK텔레콤 사장)와 한국 내 e스포츠 저작권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지난 4월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한 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업체 그래텍(대표 배인식)을 한국 사업권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협회 회장사인 SK텔레콤과 한국 e스포츠계 터줏대감격인 KT, SKX, 웅진 등이 이번 협상에 임하고 있으며, 이들은 협회 사무국과 마찬가지로 블리자드 측의 무리한 저작권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스타크래프트를 종목으로하는 기존 리그는 협상과는 상관 없이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은 블리자드가 한국 e스포츠계와의 공생을 원한다면 현실적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블리자드 측은 과거 협회 사무국과의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모든 제반 권리에 대한 주장을 굽히기 않고 있어 2차 협상 역시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협상단은 새롭게 출시된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저작권을 주장한다면 이는 수용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지난 10년 동안 자발적으로 성장해 온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대한 권리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기업 후원 하에 선수단을 꾸리고 글로벌 콘텐츠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방송 기술 등 그 간의 노력을 블리자드 측에서 인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 외에도 쟁점이 되고 있는 부문은 권리의 범위다. 블리자드는 선수들의 초상권이 포함된 방송 콘텐츠 등 2차 저작물도 자신들의 소유라고 주장하는 반면, 협회와 프로게임단은 이를 새로운 창작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리그 주최에 대한 입장차도 극명하다. 블리자드는 리그를 개최할 수 있는 권리와 이를 방송할 수 있는 권리를 분리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회를 개최하더라도 별도 방송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식이다.
하지만 협상단은 방송이 배제된 개최권은 의미 없는 권리로 인식하고 있다. 오히려 협상단은 블리자드 측에 대회 개최와 관련한 비용을 다소 지급하더라도 모든 방송을 포함한 주최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 놓고 있다. 이러한 의견 차이가 나는 밑바탕에는 방송 콘텐츠 소유권 논쟁이 자리잡고 있다.
또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방송권은 양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으로 못 박고 있다. 방송이 없을 경우 스폰서 유치를 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10년간 일궈둔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산업은 붕괴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때문에 한국에 e스포츠가 생겨났고 선수들의 실연권 역시 원저작권 범위를 벗어나는 내용이 아니므로 당연히 회사 측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협회의 스폰서 활동에 대한 점도 승인을 받고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스포츠를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전문 방송국이 생겨난 것은 한국이 처음이고 이러한 저작권 논쟁도 세계에서 유일하다. 따라서 서로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사례가 없어 학계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되고 있다.
참고할 만한 사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2차 저작물 권리를 블리자드에 귀속시킨 배틀넷 이용약관을 불공정 약관으로 규정했다는 사실이다. 학계에서도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개발업체로 기본적인 권리는 있지만 방송사의 영상물이나 각종 대회의 스폰서 권리까지 관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협상단 한 관계자는 "스타크래프트 리그로 가장 많이 혜택을 본 블리자드가 지금에 와서 저작권을 요구하는 것은 한국 e스포츠를 뒤흔들겠다는 속셈"이라며 블리자드의 저작권 공세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비영리단체인 협회가 스타크래프트 리그로 부를 축적하는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종목사 권리를 앞세워 대회 운영과 관련한 제반사항을 사전 승인을 받으라는 요구도 상식 밖"이라고 주장했다.
nonny@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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