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 제 이력서 무시했던 스타롱과 그의 보스였던 리차드게리엇 등을 포함해 ‘울티마온라인’을 만들었던 회사를 통째로 사버렸죠.”
31일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MMORPG 개발의 경험과 도전’이란 주제로 강연에 나선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자신의 게임개발 인생과 관련된 인연들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자신과 주변 인물들을 익살스러운 캐리커처로 그린 발표물은 수강생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후 서울대에 입학한 송 대표는 과동기와 함께 넥슨을 공동창업 했다. 그 친구가 바로 넥슨의 김정주 회장이다.
“지금은 회장이라고 말해야 하나요? 아무튼 김정주 회장과 서울대 캠퍼스에 앉아서 ‘우리도 빌게이츠처럼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냐’며 우울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뭐 나중에 공동창업을 하긴 했지만요.”
67년생인 송 대표는 김 회장 보다 1살이 많은 형이다. 둘은 나중에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다시 만났다. 송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박사 과정을 그만두고 한글과컴퓨터에 입사했지만, 곧 김 회장과 의기투합해 1995년 ‘바람의나라’를 만들면서 넥슨을 공동창업 했다.

송 대표는 대학원 시절을 ‘정말 놀기 좋았다’고 회상했다. “1학년만 대덕으로 내려가게 됐는데요, 수업과 과제만 하면 나머지 시간들은 자유시간이었죠. 그때 학교 전산실에서 ‘네트핵’이란 게임에 빠져서 48시간 동안 게임만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네트핵’은 선과 점으로 이뤄진 단순한 화면에 텍스트로, 게임내용을 ‘상상’해야 하는 초기 RPG로 텍스트머드의 선조격인 게임으로 이해하면 된다. 송 대표는 이후 머드게임도 즐겼지만 방향감각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게임에 그래픽을 입혀보자고 생각했고 그것이 ‘바람의나라’를 만든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송 대표는 엔씨 입사 전에 ‘울티마온라인’을 만들었던 오리진에 입사지원을 했다는 점이다.
“미국회사라고 하면 뭔가 있어 보이잖아요, 저도 그때 그런 생각에 ‘울티마온라인’을 만든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연락이 없었습니다. 1997년 E3를 갔다가 당시 이력서를 받은 스타롱이 있길래 이력서 봤냐고 물어봤는데, 하도 이력서 많이 와서 못봤다며 휑하고 가버리더군요.”

하지만 이러한 인연은 대반전을 맞게 됐다. 2001년 엔씨소프트 북미 오스틴 지사장으로 발령난 송 대표는 그곳에서 스타롱의 상사였던 리차드게리엇 오리진 대표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 인연으로 2003년 스타롱과 리차드게리엇 등 오리진 주력 멤버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나 무시했던 스타롱과 그 회사를 인수하면서 ‘아 세상 참..인생사 '새옹지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리차드게리엇은 거액을 들인 ‘타뷸라라사’를 말아먹고 손해를 입힌 엔씨소프트에 도리어 소송을 걸면서 비난을 샀다. 우주여행이 꿈이었던 그는 게임 런칭을 앞두고 우주로 나가 ‘우주먹튀’라는 칭호를 받기도 했다.
[데일리게임 곽경배 기자 nonny@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