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족은 외모만으로는 몬스터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독자적인 언어와 문명을 지닐 정도라면 상당한 고급 지성체이며 충분히 발렌시아드 연맹의 일원이 될 자격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무시무시한 그 외모 때문에 연맹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판단에 쐐기를 박은 것은 아케니아 혈족 특유의 종족 특성이었다. 아케니아 혈족은 육중한 덩치에 걸맞게 힘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광물을 채굴하고 제련하는데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돌과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장인 기질도 가지고 있었다. 그에 힘입어 결국 발렌시아드 연맹은 결정을 내렸다.
"아만족의 일맥인 아케니아 혈족을 우리 발렌시아드 연맹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안전한 장소에 거처할 땅을 내어주고 보호해주기로 한다"
그 결정에는 아케니아 혈족 특유의 능력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아케니아 혈족을 끌어들이면 발렌시아드 연맹은 현저히 부족한 노동력을 충분히 충원할 수 있을 터였다. 그들의 눈에 비친 아케니아 혈족은 보통의 인간보다 몇 배의 일을 할 수 있는 타고난 일꾼이었다. 게다가 특유의 광석 채굴과 가공능력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발렌시아드 연맹은 일단 충분히 심문을 마친 포로를 십여 명의 사절단을 딸려 그가 살던 곳으로 돌려보냈다. 그런 다음 에드워드 후작이 본격적인 협상을 위해 뒤따르는 중이다.
에드워드 후작의 귓전으로 포포리족 럼스테드의 청아한 음성이 흘러들어왔다.
"현재 아케니아 혈족은 매우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배하던 얼음 거인이 물러난 탓에 거주지의 사정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식량 등 모든 물자가 부족해 쉽사리 인구를 늘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안전한 거주지와 식량을 지원하면 두말없이 발렌시아드 연맹의 일원이 될 것입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둘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대열은 끊임없이 길을 따라 나아가고 있었다. 한참을 행군한 끝에 그들은 마침내 아케니아 혈족이 거주하는 곳 초입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케니아 혈족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거주한다. 그들의 앞으로 돌로 촘촘히 쌓은 관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도무지 이음새를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견고하게 쌓이고 금속과 목재로 보강한 문이 굳건히 닫혀 있었다. 그 문만으로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실력이 엿보였다. 에드워드 후작이 저도 모르게 탄성을 토해냈다.
"정말 훌륭한 성이로군요! 역시 타고난 장인 종족답습니다"
자신들을 발견했는지 관문 위에서 부산히 오가는 아케니아 혈족의 모습이 보였다. 철옹성 같은 관문과는 달리 아케니아 혈족들의 움직임은 왠지 모르게 어설펐다.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도열해 있는 에드워드 후작의 호위기사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 전갈이 전해졌는지 잠시 후 관문의 문이 굉음을 울리며 내려왔다.
'쿠르르르 쾅!'
에드워드 후작을 태운 마차는 호위 대열과 함께 열린 문 안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겉보기에는 흉악하게만 보이는 아만족들이 곳곳에 몸을 숨긴 채 그들의 등장을 겁에 질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