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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A 아만전사 카르고 <10> - 발렌시아드 연맹, 아케니아 혈족을 발견하다(10)

발렌시아드 연맹, 아케니아 일족을 발견하다(10)

마른 고기를 가늘게 찢어 입에 넣으며 전사는 묵묵히 파야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로 아케니아 혈족이 얼음 거인의 노예 신세에서 풀려난 일과 발렌시아드 연맹이라는 유사종족 공동체의 일원이 된 일을 들어나갔다.
“그렇게 해서 아케니아 혈족은 비아 아우레움 가드 인근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현재 모든 아케니아 혈족이 그곳으로 이주한 상태입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카르고의 입가에 냉소가 맺혔다.

“또다시 다른 종족의 노예가 되었다는 말이로군”
“그,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동등한 입장에서……”

“힘이 없는 상태에서 동등하게 대우받을 것 같나?”

파야곤을 쳐다보는 카르고의 눈빛은 냉혹했다.

“우린 아직까지 잊지 않았다. 얼음 거인에게 굴복하여 우리에게 무기를 들이댄 너희들의 작태를 말이다”

“요, 용서를……”

카르고는 납작 엎드리는 파야곤을 보지도 않고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산산이 부스러져 가루가 된 동료들의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우리들은 용감히 싸웠다. 그 지독한 얼음 거인들이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통로를 봉인해버릴 정도로 말이다”

“아, 알고 있습니다”

“힘이 없다면 평화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아”

그 말을 마친 카르고가 입을 닫았다. 파야곤이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우선 저와 함께 비아 아우레움 가드로 가시지요. 그곳에 아케니아 혈족들의 새로운 거주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카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은 아니다. 난 아직까지 힘을 되찾지 못했어. 과거의 몸 상태를 만들려면 한동안 수련에 몰두해야 한다. 그러려면 보는 눈이 없는 이곳이 가장 적절하지”

“이, 이곳에 남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이곳에서 우선 몸을 만들고 그런 다음 외부로 나가서 연맹의 실체를 살펴볼 생각이다. 이대로 비아 아우레움 가드로 가고 싶지는 않아”

“하, 하지만……”

파야곤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모두 짜놓은 상태였다.

눈앞의 카르고는 아케니아 혈족에게는 마지막 남은 전사이다. 현재로써는 그의 혈통을 보존하는 일이 가장 시급했다. 때문에 그는 일족 중에서 가임기의 여성 몇 명을 선발해 놓은 상태였다. 그녀들을 카르고와 결혼시켜 자식을 낳게 한다면 전사의 혈통을 이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계획을 들은 카르고는 파야곤에게 분노의 눈빛을 던졌다.

“나에게 종마의 역할을 하라는 말인가? 받아들일 수 없다!”

“죄, 죄송합니다”

“너는 지금 즉시 새로운 거주지로 떠나도록 하라. 나는 이곳에서 나름대로 힘을 되찾은 뒤 추후에 비아 아우레움 가드로 갈 것이다. 물론 연맹을 구성하는 여러 종족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고 나서 말이다”

카르고의 뜻을 꺾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파야곤이 고개를 수그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수련하시는 동안 드실 식량과 물을 남겨두고 가겠습니다”

“내 걱정은 말도록……. 아케니아의 전사는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인하니 말이다”

아쉬운 한편으로는 후련한 기분이 드는 파야곤이었다. 이제 그는 자신에게 남은 삶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은 그의 오랜 삶을 돌아보았을 때,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었다. 늙은 제사장은 조금씩 젖어오는 눈가를 훔치며 광산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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