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르르르'
'우두두둑'
괴수의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였다. 관문의 경비병 레논과 테일러가 언급한 바로 그 괴수 리퍼는 이제 생명이 사라진 시신이 되어 맥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리퍼의 굵직한 목을 휘감고 있던 팔뚝에서 힘을 뺀 카르고가 목을 이리저리 꺾었다.
“다행히 몸은 그럭저럭 만든 것 같군”
그의 앞에는 여러 조각으로 부서진 리퍼의 낫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경비병들의 우려대로 관문을 떠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카르고는 리퍼 한 마리의 급습을 받았다.
유령처럼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조용히 접근해서 달려들어 날카로운 낫으로 희생자의 몸을 난도질하는 것이 리퍼의 습격 패턴이다. 그러나 카르고는 이미 리퍼가 접근하는 소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었다. 전사의 감각은 일반적인 아만족에 비해 수십 배 가까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키야아악'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고 목표물이 눈치채지 못했다고 생각했는지 리퍼란 놈이 마침내 급습해왔다. 기척 없는 공격을 종이 한 장 간격으로 슬쩍 피해낸 카르고가 큼지막한 손으로 놈의 낫을 움켜쥐어 부러뜨려버렸다. 그런 후 고통에 발버둥치는 리퍼의 목을 우람한 팔뚝으로 휘감고 힘을 주자 단번에 모든 상황이 끝이 난 것이다.
여행자에게는 공포의 대상인 리퍼다. 그러나 상대가 나빴다. 아케니아 혈족의 마지막 전사를 상대하게 될 거라 누가 알았겠는가. 한 마디로 운이 나빴던 것이다. 놈이 차디찬 시신이 되어버리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숙련된 전사라도 해도 쉽사리 당해낼 수 있다고 장담하기 힘든 몬스터가 바로 리퍼였다. 그런 몬스터를 무기 하나조차 없이 순식간에 해치웠음에도 불구하고 카르고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세 조각으로 부서진 리퍼의 낫을 들어 올려 이리저리 맞추며 세심하게 살펴보던 카르고가 미련 없이 그것을 뒤로 던져버렸다.
“무기로 쓰기에는 힘들 것 같군”
이어 리퍼의 시체에 가까이 다가가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놈이 독을 품은 마수란 사실을 반증하는 현상이었다.
“먹지도 못할 것 같고……. 헛힘만 쓴 것인가?”
쓴웃음을 지은 카르고가 리퍼의 시체를 집어 들어 길 아래로 아무렇게나 집어던져 버렸다. 체격이 서너 배에 달하는 마수의 몸을 마치 장난이라도 치듯 들어 올려 던진 것이다. 가공할 위력의 힘이다. 나름 그를 걱정하던 레논과 테일러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눈을 휘둥그레 떴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는 카르고뿐이었다.
“시장하군. 먹을 수 있는 녀석을 잡아야겠어”
자신을 깨운 자, 파야곤이 건넨 육포와 물을 먹은 것이 마지막 식사였다. 식사를 챙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그는 무기는커녕 식량조차 구비하지 않은 상태였다. 귀찮다는 듯 손에 묻은 리퍼의 피를 대충 털어낸 카르고가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황량하니 아무것도 없는 벌판이었다. 가끔씩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만이 날카롭게 그를 스칠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