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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A 아만전사 카르고 <15> - 아케니아 혈족의 마지막 전사(1)

아케니아 혈족의 마지막 전사(1)

모닥불이 타고 있었다. 연신 불똥이 튀는 모닥불 빛에 인영이 드러난다. 얼굴에 칼자국이 아로새겨진 험상궂은 인상의 덩치 둘과, 활을 멘 곱상한 청년, 그리고 가녀린 체구의 여인이었다. 모닥불 위에서는 큼지막한 고깃덩이가 기름을 뚝뚝 떨어뜨리며 구워지고 있었다.
“노루를 잡아서 천만다행이로군. 오늘도 비린내 나는 마수의 고기를 먹어야 하나 했는데 말이야”

눈 아래위로 칼자국이 새겨진 전사가 고기를 쭉 찢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어깨를 보호하는 견갑과 팔뚝을 뒤덮은 금속 갑옷이 맞부딪혀 절그렁거리는 소리가 났다.

“미하엘. 저 계집에게도 뭘 먹여야 하지 않을까? 어제부터 굶겼는데 말이야”
그 말에 미하엘이라고 불린 전사가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가 나무둥치에 묶여 있었다. 열일곱쯤 된 소녀였는데 흰 피부와 찬란한 금발이 인상적이었다. 눈에 확 띄는 미모를 지닌 소녀는 마법사들이 흔히 입는 푸른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읍, 읍”

소녀가 큰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뭐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입을 막은 재갈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순 없었다.

“내버려둬. 우리 먹을 것도 모자라. 남은 것은 내일 아침에 먹어야 해. 어차피 기억을 지우면 배가 고프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야”

“흠. 그런데 말이야. 미하엘”

먼저 말을 건 전사가 묘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었다.

“이왕 팔아넘길 계집인데 살짝 맛 좀 보면 안 될까?”

그 말에 미하엘이 상대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멍청한 소릴 하는군. 발락. 상품에 흠집이 나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몰라?”

“그, 그렇긴 하지만”

“넌 아직 멀었어. 진정한 노예 사냥꾼이 되려면 상품을 상품답게 보는 눈을 길러야 해. 대금을 받으면 레나르에서 원하는 대로 술과 계집을 즐길 수 있는데 굳이 상품가치를 떨어뜨려야겠어?”

“아, 알겠어. 미하엘”

무안해진 발락이 몸을 일으켰다. 볼일을 보려는 듯 그가 수풀 사이로 사라지자 여인이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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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에 눈독을 들이다니 어처구니없는 녀석이로군. 괜히 합류시킨 것 아닐까?”

“내버려둬. 그래도 실력 하나는 확실한 녀석이니까”

미하엘과 여인, 도미니크는 대표적인 무법자인 노예 사냥꾼이었다. 풋내기 모험가들과 흔히 보기 힘든 희귀 종족을 붙잡아 노예로 팔아넘기는 것이 그들의 주 수입원이었다. 발락은 얼마 전 합류한 신출내기다. 나름대로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전사였지만 그들의 눈에는 풋내기로만 보였다. 미하엘이 조용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나저나 걱정이로군. 과연 얼음 산맥에 아만족이 남아 있을까?”

“뭐 아직까지 철수가 끝나지 않았다고 하니 관리자 몇 정도는 남아있겠지. 그런데 험상궂기만 한 아만족을 잡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올 줄은 몰랐어. 덩치만 당당한 허풍선이를 도대체 어디다 써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그 말에 미하엘이 씩 웃었다.

“네가 아직 아만족의 진가를 모르는군. 아만족은 건장한 인간 남자의 몇 배나 일을 해내는 타고난 일꾼이야. 온순한데다 특히 광석 채굴에 재능을 타고났어. 이번 의뢰주도 우연히 아만족이 일하는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해 개인 광산에서 일을 시키려고 의뢰한 거야”

“그런가? 어쨌거나 우리야 잡아다주면 그만이니 뭐 상관할 것은 없지”

“꽤 많은 보수를 약속했으니 의뢰를 마치면 주머니가 두둑해질 거야. 저 계집은 일종의 부수입이지.”

미하엘이 웃으며 나무에 묶인 소녀를 쳐다보았다. 이제 고함을 지를 힘도 없는지 소녀는 축 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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