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붙잡힌 소녀는 어제 우연히 맞닥뜨린 파티의 유일한 생존자다. 나름대로 필드에서 잔뼈가 굵은 전사가 인솔하는 파티로 전사 하나에 궁수 둘, 그리고 마법사와 사제 하나가 포함된 파티였다. 필드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인 파티라고 볼 수 있었다.
그것은 필드를 제 집 안방처럼 누비는 모험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룬 대륙에 출몰하는 몬스터들은 대부분 체구가 크고 힘이 좋다. 게다가 갑옷처럼 딱딱한 껍질을 뒤집어쓴 몬스터들이 부지기수다. 때문에 최전방에서 몬스터를 붙잡을 전사와 후방에서 원거리 공격을 퍼부을 궁수나 마법사, 그리고 상처를 치료할 사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역할이 확실하게 구분된 파티를 구성해야만 필드에서 버틸 수 있다.
미하엘의 관점에서 어제 맞닥뜨린 파티는 특별히 강한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는 한 충분히 필드의 위험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것은 몬스터에 한해서다. 미하엘 일행 정도의 악명 높은 노예 사냥꾼을 감당하기에 그들은 너무도 미숙했다.
가만히 파티를 살피던 미하엘은 기습을 결정했다. 목표는 파티원들이 가진 장비와 주머니 속의 돈, 그리고 후미의 마법사였다. 언뜻 보기에도 풋내기인 마법사는 상당한 미모를 지닌 소녀였다. 잡아서 기억을 지우면 꽤나 좋은 값에 팔 수 있을 것 같았다.
파티가 전멸하는 것은 순간이었다. 미하엘의 기습에 전사는 몇 합 나누지도 못하고 목이 떨어져나갔다. 화들짝 놀라 활시위를 당기던 궁수 하나는 발락의 단검이 이마에 꽂힌 채 주저앉았고, 나머지 궁수도 발락의 검에 의해 금세 생을 마쳤다. 원거리 공격에 능한 궁수는 근접전의 달인인 전사에게 특히 약한 면모를 보인다. 급히 전사를 치유하려던 사제는(서른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도미니크의 화염구에 맞아 산 채로 불타올랐다.

“꺄아아악!”
남은 것은 어찌할 바를 몰라 부들부들 떠는 여자 마법사뿐이었다. 그녀를 포로로 붙잡은 미하엘 일행은 지체 없이 장내를 정리했다. 죽은 전사와 궁수의 장비를 모조리 벗겨내고 호주머니를 털었다. 등에 메고 가던 배낭 역시 그들의 차지였다. 숯 덩어리가 된 사제에게서 건진 것이라곤 오직 지팡이 하나뿐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동료들이 전멸하는 모습을 본 마법사는 넋이 나가 있었다. 미하엘이 빙그레 웃으며 묶인 마법사의 볼을 툭툭 건드렸다.
“멀리서 본 것보다 더 예쁘군. 값을 잘 받을 수 있겠어”
미하엘 일행은 벌거숭이가 된 시체를 버려둔 채 포로를 끌고 급히 이동했다. 나머지는 몬스터들이 잘 처리해줄 터였다. 그렇게 부수입을 거둔 후 의뢰를 위해 아만족이 거주한다는 얼음 산맥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잠시 후 볼일을 본 발락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 불침번은 네가 서도록. 행여나 상품을 건드릴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우리 일행에 계속 남아있고 싶다면 말이야”
그 말에 발락이 급히 손을 내저었다.
“절대 그러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
“믿겠어”
노예 사냥꾼이 되고 난 뒤 발락의 수입은 용병이었던 과거와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졌다. 예전에는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의 비싼 술과 아름다운 계집 등,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발락이 다른 마음을 먹을 리가 없었다.
미하엘의 추측대로 발락은 나무에 묶인 소녀에게 시선도 두지 않았다.
‘그래. 임무를 마치면 주머니가 두둑해질 테니 딴 데 눈 돌릴 이유가 없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