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마에서 시작되어 머리 뒤쪽으로 휘어진 뿔에 가느다란 눈매, 극히 강인해 보이는 턱, 꿈틀거리는 근육이 상체를 덮고 있는 당당한 덩치의 아만족이 모닥불 앞에 서서 그들을 쳐다보았다.
“이거 호박이 넝쿨째 굴러 들어왔군”
미하엘의 눈빛을 알아차린 도미니크가 캐스팅을 시작했다. 이곳에 오기 전 입력해놓은 마법으로 아만족의 언어를 공용어로 통역한 것이다. 잠시 후 도미니크의 입에서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이죠? 그대는 누구인가요”
그 말에 아만족의 눈매가 꿈틀했다. 이내 그의 입이 벌어지며 조금 전 도미니크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과 흡사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행자들인가? 모닥불을 잠시 빌리고자 왔다”
그 말을 통역해주자 미하엘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번져갔다. 이것은 아만족 사냥을 나선 그들에게 더없이 좋은 징조였다.
미하엘 일행은 느닷없이 나타난 아만족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리고 도미니크를 시켜 이것저것 캐물었다. 현재 일행에서 아만족과 대화를 나눌 사람은 오직 마법사인 도미니크뿐이었다.
“이름이 뭐죠?”
“카르고”
“좋아요. 카르고. 이 밤에 이곳을 지나치는 이유가 뭔가요?”
“레나르로 가는 길이다. 발렌시아드 연맹의 수송용 마차가 더 이상 이곳으로 오지 않는다고 하더군”
“놀랍군요. 이 험한 필드를 무기도 없이 혼자서 돌아다니다니 말이에요”

카르고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상대의 눈빛이 왠지 모르게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모닥불에서 조금 떨어진 나무둥치에 인간 하나가 묶여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상태였다.
‘확실히 평범한 녀석들은 아냐’
귓전으로 계속 도미니크의 질문이 파고들었다.
“얼음 산맥에는 아만족이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나요?”
카르고가 고개를 들어 묘한 눈빛을 던지는 미하엘을 노려보았다.
“아니. 아만족은 더 이상 얼음 산맥에 남아있지 않다. 아마 내가 마지막으로 그곳을 떠난 아만일 것이다”
“그게 사실인가요?”
“그렇다. 이곳으로 오며 나는 단 한 명의 동족도 보지 못했다”
그 말을 들은 미하엘의 얼굴에 실망감이 역력했다. 둘에서 다섯 정도 아만족을 붙잡아 오라는 의뢰를 받았는데 지키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지. 일단 이놈만이라도 붙잡아가야지’
그가 눈짓을 하자 발락이 조심스럽게 무기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날카로운 눈빛이 카르고에게 퍼부어졌다. 그 눈빛을 느낀 카르고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무슨 짓이지?”
도미니크의 말투는 판이하게 변해 있었다.
“놀랄 것 없으니 안심해. 대신 얌전히 붙잡혀줘야겠어. 아만족을 탐내는 고객이 있어서 말이지. 이곳으로 오게 된 네 운이 나쁘다고 생각해”
“날 탐내?”
“의뢰주께서 광산에서 일을 시킬 일꾼이 필요하다고 아만족을 잡아오라고 하시는군. 순순히 협조하면 그다지 고통을 겪진 않을 거야”
그 말을 들은 카르고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놀라거나 당황하기는커녕 차분한 대꾸가 흘러나왔다.
“인간 놈들도 얼음 거인과 똑같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