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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A 아만전사 카르고 <26> - 첫 번째 동료 세실리아(3)

첫 번째 동료 세실리아(3)

기세 좋게 등장한 리퍼는 눈 깜짝할 사이에 볼썽사나운 모습이 되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전사의 판금갑옷도 갈가리 찢어버리는 날카로운 낫도 서너 토막으로 부러져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 이어 둔탁한 파육음과 함께 리퍼의 머리통이 휘청하고 뒤로 젖혀졌다. 카르고의 육중한 주먹에 턱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것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녀석이 왜 자꾸만 달려드는 거지? 귀찮아 죽겠군”

심드렁하게 내뱉은 카르고가 팔을 뻗어 리퍼의 목을 휘어 감았다. 놀랍게도 그는 허리에 찬 도끼조차 빼들지 않은 상태였다.

'우두두둑'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목을 흐느적거리던 리퍼가 혀를 길게 빼물었다. 쓰러진 리퍼의 몸은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순간 세실리아는 볼 수 있었다. 죽은 리퍼의 몸에서 충만하게 신력이 흘러나와 연신 목을 꺾는 카르고에게로 흡수되는 모습을 말이다.

강력한 몬스터답게 죽은 리퍼에게서는 제법 많은 신력이 흘러나왔다. 일부는 대기로 흡수되고 또 일부는 세실리아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순간 세실리아가 몸을 가늘게 떨었다.

“세, 세상에……!”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강력하고도 충만한 신력이었다. 지금껏 그녀가 소속된 파티가 사냥해온 중소형 몬스터들의 신력은 질도 낮았고 양도 보잘 것 없었다. 그런 몬스터 몇 마리를 잡아야 얻을 수 있는 신력을 단숨에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불행히도 그녀의 그릇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어서 흡수한 신력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래도 마력이 부쩍 늘어난 것을 느낀 세실리아가 놀란 눈빛으로 카르고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무기도 쓰지 않고 리퍼를 잡을 수가 있지요?”

무심히 죽은 리퍼를 내려다보던 카르고가 느긋하게 몸을 돌렸다.


“이놈의 이름이 리퍼인가? 어쨌거나 헛힘만 썼어”

“무, 무슨 말이에요? 리퍼의 힘줄은 활시위를 만드는 데 최상의 재료예요. 그리고 피도 비싼 값에 팔려요. 맹독을 추출해 낼 수 있기 때문이죠. 단단한 껍질이나 뼈도 가지고 갈 수만 있다면 짭짤하게 팔 수 있다고요”

정신을 차린 세실리아가 재빨리 리퍼의 시체에 달라붙었다. 배낭에서 유리병을 꺼낸 세실리아는 우선 사슴가죽으로 된 장갑을 끼고 흘러나오는 피를 받았다.

'쪼르르륵'

서너 개의 유리병이 금세 가득 찼다. 유리병의 마개를 닫은 세실리아가 이번에는 칼을 꺼내 부러진 리퍼의 낫에 달린 힘줄을 도려냈다. 동료들과 함께 다닐 때도 늘 하던 일이라 그녀의 손길은 상당히 능숙했다. 힘줄을 모두 잘라낸 세실리아가 부러진 낫을 보며 혀를 찼다.

“아깝군요. 낫이 온전했으면 비싼 값에 팔 수 있는데”

그 말에 카르고가 멍청한 표정으로 세실리아를 내려다보았다. 쓸모없는 몬스터라 생각했는데 세실리아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게 그렇게 쓸모 있는 건가?”

“물론이죠. 우선 리퍼 자체가 쉽게 잡을 수 있는 몬스터가 아니잖아요?”

신이 나서 설명하던 세실리아가 멈칫했다. 뜻밖의 전리품에 희희낙락해했는데 자세히 생각해보니 뭔가가 이상했다. 단 한 명의 전사가 무기도 쓰지 않고 맨손으로 리퍼를 때려잡았다. 만약 이 말을 레나르에 가서 퍼뜨린다면 대번에 거짓말쟁이로 몰릴 것이다. 리퍼는 그 정도로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그녀가 상기된 눈빛으로 카르고를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왜 무기를 쓰지 않았어요?”

“이런 느려빠진 몬스터 따윌 잡는데 어찌 무기를 쓰겠는가? 질 낮은 무기를 쓰는 것은 전사에겐 고역이다. 그나저나 아깝군. 이곳까지 오며 이런 녀석을 대여섯 마리 잡았는데 쓸모가 없을 것 같아 그냥 던져버리고 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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