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어먹을……. 치유를 하란 말이야!”
“크으윽!”
창날이 그의 어깨를 긁고 지나갔다. 판금갑옷으로 보호받는 부위였지만 거듭되는 공격으로 인해 견갑이 떨어져나간 상태였다.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세아트가 입술을 깨물었다.
“미치겠군.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이 지경에 몰리다니”
오칸 토벌에 나선 세아트의 파티는 전멸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들이 목표로 삼은 것은 백 이십 마리 정도 되는 오칸의 무리였다. 오칸이란 인간보다 키가 작고 돼지와 흡사한 얼굴을 한 유사인종으로, 지극히 호전적인 종족이다. 군집 생활을 하며 무리사냥에 능해 다루기가 까다롭다. 그러나 모험가들은 소규모 오칸 무리가 발견되면 즉각 사냥에 나섰다. 바로 오칸의 종족특성 때문이었다.
오칸은 여타 몬스터보다 지능이 뛰어난 편이다. 때문에 타 종족의 장인들을 잡아 노예로 부리며 필요한 물품을 만들기도 하고, 드물게는 교역을 통해 필요한 물품을 구했다. 그 때문에 오칸들은 금붙이나 보석, 무구 등등 돈이 될 만한 것은 모조리 주워 근거지에 쌓아둔다. 필드에서 몬스터에게 당한 모험가의 소지품은 거의 대부분 오칸들이 거둬갔다.
그런 탓에 오칸의 소굴을 제대로 털면 꽤나 짭짤한 수입을 거둘 수 있다. 세아트의 파티 역시 그것을 노리고 이번 사냥을 계획했다.
오칸들은 보통 열 마리 안팎으로 무리를 지어 사냥을 나간다. 외곽에서 빙빙 돌면서 순차적으로 소규모 오칸 무리를 잡으며 수를 줄여나가다 적당한 때가 되면 근거지를 기습하는 것이 통상적으로 모험가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세아트의 파티 역시 그 방법을 택했다.
열서너 마리로 구성된 오칸 무리를 발견한 파티는 즉각 포위공격에 나섰다. 궁수들이 견제사격을 날리는 사이 세 명의 전사들이 달려들어 오칸들을 도륙했다. 마법사들은 화염구를 날려 전사들에게로 달려드는 오칸들을 불태워버렸다. 스티브와 포르나는 정신을 집중해서 전사들의 상처를 치료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오칸 무리는 금세 전멸할 것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워지자 오칸들은 뿔뿔히 흩어져 도주를 시작했다. 소굴로 도망쳐 동료들을 부르려는 목적이었다.

“막아! 한 놈도 놓쳐서는 안 돼!”
모험가들은 필사적으로 도주하는 오칸을 공격했다. 제법 실력이 있는 파티였기에 도주하던 오칸들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하나하나 쓰러져갔다. 이대로 간다면 무리없이 전멸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오칸 무리에는 그들이 발견하지 못한 정찰병 하나가 있었다. 그들은 오칸 정찰병이 사냥감을 물색하러 간 사이 급습을 가했던 것이다.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그 오칸 정찰병은 인간들에게 공격당하는 동료들을 발견했다.
보통 호전적인 성품을 지닌 오칸들은 이럴 경우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오칸 정찰병은 지극히 영리한 녀석이었다. 녀석은 살육당하는 동료들을 본체만체하고 급히 소굴로 향했다.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세아트의 파티는 열심히 현장을 정리했다. 죽은 오칸들의 조잡한 무기와 갑옷을 수거하고 땅을 파 시체를 묻었다. 바닥에 낭자한 핏자국은 흙으로 덮었다.
“됐어. 이 정도라면 놈들에게 들키지 않을 거야”
회심의 미소를 지은 세아트가 즉각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 했다.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오칸 무리를 토벌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바로 그때 그들을 향해 백여 마리가 넘는 오칸 전사들이 달려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