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아트가 이를 갈며 포르나에게 욕을 퍼부었다.
그러나 포르나에겐 더 이상 치유를 할 능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나마 차오른 마나를 깡그리 모아 치유 주문을 외웠기에 상처의 출혈이 잠시 멈췄으나 그 사이에도 서너 개의 상처가 다시 생기는 형국이었다.
결국 철통같이 버티던 동료 전사가 방패를 놓치고 말았다. 기다렸다는 듯 창날이 갑옷 틈새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그는 금세 여러 조각으로 해체된 시체가 되어버렸다. 거의 동시에 세아트 역시 팔에 힘이 빠져 무기를 놓쳤다. 비틀거리며 무릎을 꿇은 세아트의 투구로 묵직한 쇠뭉치가 날아들었다.
'콰아앙!'
쇠뭉치가 작렬하는 순간 턱 끈이 끊어지며 투구가 벗겨졌다. 드러난 세아트의 뒷목에 싸늘한 금속이 파고들었고 뒤이어 묵직한 둔기가 뒤통수를 으깨어 버렸다.
‘빌어먹을…… 이 세아트가 고작 오칸 따위에게 최후를 맞이하다니’
그 생각을 끝으로 세아트의 의식이 사라졌다. 오칸들은 마치 화풀이라도 하듯 죽은 세 명의 전사를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꾸에엑. 모조리 죽여라”
처참하게 조각난 전사들의 시체를 내버려두고 오칸들이 흉흉한 기색으로 무기를 들어올렸다. 나무 밑에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는 포르나와 그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포포리 궁수 두카가 다음 목표였다.
최후를 예감한 포르나가 눈을 꼭 감았다.
‘이렇게 죽게 되는군. 정말 안타까워’
나무 위의 두카도 아마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오칸족은 무척이나 끈질긴 종족이다. 근처에 옮겨갈 다른 나무가 없는 이상 오칸족은 두카가 힘이 빠질 때까지 나무 밑에서 물러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소굴로 돌아가 사냥감의 시체로 잔치를 벌일 것이다. 오칸족은 인간의 고기도 마다하지 않는 악식가들이다.
'저벅저벅'
자신을 향해 접근하는 발자국 소리를 듣자 꼭 감은 그녀의 눈 틈으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첫 사냥에서 이 꼴이 되다니. 오칸의 뱃속으로 들어가긴 정말 싫은데’
바로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예상치 못한 이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 즈음 카르고와 세실리아는 느긋하게 몬스터를 사냥하며 아펜디아 분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큰 사냥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자질구레한 몬스터는 사냥하지 않고 그냥 쫓아버렸다. 오로지 세실리아가 실전수련을 할 만한 몬스터만 상대하며 둘은 계속해서 목적지로 나아갔다.
숲을 걷던 카르고가 돌연 걸음을 멈췄다. 몬스터의 기척을 발견한 것으로 생각한 세실리아가 카르고의 옆에 바짝 붙었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달랐다.
“앞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군. 병기 부딪히는 소리, 갑옷 소리, 인간들이 서로 싸움을 벌이는 것인가?”
“꼭 그렇지만도 않을 거예요. 갑옷 입고 날뛰는 몬스터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오칸이나 고블린 같은 놈들 말이에요”
“흠. 이 비명은 인간의 것이로군. 아무래도 인간과 다른 존재들이 싸우고 있는 것 같다”
그 말에 세실리아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필드에서 위기에 처한 모험가를 발견하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도와주는 것이 철칙이다. 언제 자신이 위기에 처할지 모르기 때문에 여력이 닿는 한 구해주는 것이 필드의 암묵적인 룰이다.
“도와주는 게 어떨까요?”
“그렇게 하자. 어차피 나도 이제 발렌시아드 연맹의 일원이니 말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