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르고는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아래로 뛰어내려 카누바라크의 거대한 머리통에 납작 달라붙었다. 이내 그것을 감지한 카누바라크가 급히 머리를 사방으로 뒤흔들었지만 힘을 주어 바짝 붙어 있는 카르고를 쉽사리 떨쳐낼 수는 없었다.
'쾅!'
둔중한 소리와 함께 카누바라크의 머리 윗부분에 금이 갔다. 이어 한 번 더 내려치자 쫙 갈라지며 체액이 튀어 올랐다. 그것을 본 카르고가 급히 몸을 피했다. 퀘르바임 종류는 체액에도 극독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카르고와 카누바라크가 이런 식으로 쫓고 쫓기는 대치상황을 벌인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카르고에게 이미 여러 번 공격받았기에 카누바라크의 머리 윗부분은 벌써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카르고는 놈의 몸부림으로 인해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흙먼지를 이용해 또다시 터널과 공동 사이사이로 몸을 숨겼다. 그로 인해 카누바라크는 다시 한 번 카르고의 종적을 놓쳐버릴 수밖에 없었다.
'키에에에엑!'
카누바라크는 극도의 분노에 휩싸여 울부짖었다.
퀘르바임형 몬스터는 원래 더듬이를 이용한 촉각과 예민한 청각을 이용해 적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한다. 그러나 그 감각이 지금 카르고의 적절한 대처로 인해 마비되어 버린 상태였다. 카르고는 먼지가 잦아들어 장내가 정리될 때마다 여지없이 도끼로 동굴의 벽을 두들겨댔다. 그로 인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돌덩이와 확 피어나는 흙먼지는 카르고의 종적을 매번 감쪽같이 숨겨주었다.
지금껏 수많은 모험가들의 육신을 먹이로 삼아 온 카누바라크지만 지금처럼 그를 곤란하게 만든 놈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단 한 마리만이 자신의 레어로 쳐들어와서 자신의 강인한 갑옷에 흠집을 죽죽 내어놓은 것이다. 그러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키에에에엑!'
결국 분노한 카누바라크가 자신의 레어를 마구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수백 개의 발이 달린 기다란 몸이 동굴 벽면을 잇달아 거세게 강타했다. 카르고가 있는 곳을 찾아내기 위함이었다.
'쾅! 콰콰쾅!'
그렇게 놈이 화풀이삼아 한 폭주는 도리어 카르고를 도와주고 있었다. 카누바라크가 자신의 레어를 부술 듯 난폭하게 난동을 부리는 사이 카르고는 공동 하나에 자신의 몸을 숨긴 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번에 승부를 본다’
아까 그가 가한 공격으로 현재 카누바라크의 머리 표피는 완전히 으깨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카누바라크의 치명적인 급소라고 할 수 있는 뇌가 있다. 뇌를 공격받는다면 카누바라크가 아닌 제아무리 네임드 몬스터로 이름을 드날리고 강력한 공격력을 가진 몬스터라 해도 버텨낼 방도가 없다.
그 사실을 되뇌며 카르고는 조바심을 억누른 채 결정타를 날릴 순간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가 기다렸던 기회는 오래지 않아 찾아왔다.
‘지금이다!’
밉살스런 먹잇감을 찾기 위해 자신의 레어를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던 카누바라크가 마침내 카르고가 있는 공동을 향해 큼지막한 머리를 밀어 넣은 것이다.
카르고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날렸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칼리아스가 정확히 카누바라크의 뇌가 있는 부분을 향해 내려찍혔다. 카누바라크의 처절한 비명이 레어 안을 울린 것도 바로 그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