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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A 아만전사 카르고 <95> - 전사의 꿈을 꾸는 아케니아 혈족(3)

전사의 꿈을 꾸는 아케니아 혈족(3)

“도, 도망쳐!”
그들은 쓰러진 전사들을 내버려둔 채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더 이상 싸워봐야 시체만 늘이는 꼴이 될 터였다. 그러나 파이시스는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끈질기게 뒤쫓았다. 녀석의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둥지로 기어들어온 먹잇감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마법사와 궁수들은 멀리 도망치지 못하고 파이시스의 독액을 덮어쓰는 운명을 맞게 되었다. 독 때문에 다리가 마비되어 제대로 도망칠 수 없었으니 예정된 결과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만족 둘만은 탈출에 성공했다. 종족의 특성상 독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파이시스가 사로잡은 동료들을 거미줄로 묶는 사이 그곳을 벗어났다. 그러나 독에 대한 아만족 특유의 저항력도 거의 한계에 이른 상황이었다.

네이만이 착잡한 표정으로 비오넬에게로 다가갔다. 얼굴이 시커멓게 변한 비오넬이 그를 보며 떨리는 손을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나, 나는 아무래도 그른 것 같아. 그러니 내 부탁 좀 들어줘”

“무슨 부탁이지?”

“이, 이 서찰을 한 사람에게 전해줘. 그, 그의 이름은……”

그러나 네이만은 더 듣지도 않고 비오넬을 부축해 일으켰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해. 우선은 달아나는 것이 우선이야”

그런데 그를 들쳐 업으려던 네이만의 얼굴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 떠올랐다.

“이런! 짐을 아직까지 짊어지고 있었군”

등에 멘 동료들의 짐을 바닥에 내려놓은 네이만이 비오넬을 들쳐 업으려고 했다. 그러나 비오넬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파이시스의 독기가 이미 뇌까지 잠식해 들어간 것이다. 품속에서 꺼낸 손에는 봉인된 서찰이 한 장 들려 있었다. 떨리는 음성이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이, 이것을 좀 전해줘. 받을 사람은 바로 카, 카르고라는 분이셔”

“카르고?”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기에 네이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바로 지척에서 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카르고? 설마 카르고에게 보내는 서찰을 가지고 있단 말이야?”

깜짝 놀란 네이만이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의 눈이 커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단의 파티가 접근하고 있었던 것이다. 입을 연 자는 금발에 턱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전사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착용한 장비가 범상치 않았다. 그가 눈매를 가늘게 좁히며 두 아만족을 쳐다보았다.

“이런 우연이 있나? 그런데 카르고를 찾아온 사람이 왜 이곳에서 서성이고 있지?”

비오넬의 입술을 비집고 가냘픈 음성이 흘러나왔다.

“카, 카르고를 아시오?”

“왜 모르겠어? 우리 파티의 리더인데 말이야. 참, 얼굴빛을 보니 중독이 무척 심각한 것 같군. 우선 해독부터 해야 할 것 같아. 포르나 부탁해”


흰 로브를 걸친 사제가 앞으로 쓱 나오더니 두말 않고 해독주문을 외웠다. 새하얀 백광이 몸에 서리더니 그녀의 손을 통해 쭉 뿜어져 나왔다.

'파파파팟'

비오넬의 건장한 몸이 금세 백광에 휩싸였다. 동시에 시커멓게 물든 비오넬의 피부색이 놀랄 만큼 빨리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 그것을 본 네이만은 기겁했다.

“세, 세상에……”

파이시스 사냥에 가세했던 두 명의 사제는 이 정도로 뛰어난 해독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눈앞의 사제는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파이시스의 맹독을 무위로 돌려버렸다. 실로 엄청난 해독능력을 보유한 사제가 분명했다. 비오넬을 치유한 사제는 네이만에게도 해독주문을 걸어 주었다. 속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 네이만이 지체 없이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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