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쩍 흔들어봤지만 창은 열리지 않았다.
‘하아! 여자는 많으니까……’
남자는 애써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술에 취했다고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크고 투박한 손에서 힘이 빠져 나갔다.
그때 신음소리가 다시 들렸다.
“아아~”
‘제기랄! 미치겠네!’
남자는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리고 그냥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그러면 더 이상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항상 이놈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가 문제다. 그걸 알면서도 남자는 유혹을 떨쳐 낼 수가 없었다.
남자의 얼굴이 창문으로 바싹 다가갔다.
언제 흘러 내려갔는지 이불은 침상 아래에 떨어져 있었다.
소녀의 두 손은 여전히 가슴어림에 포개져 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무릎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곧게 뻗은 두 다리가 움찔 움찔 서로를 비벼대고 있다. 그 움직임에 맞춰 소녀의 입에서 안타까운 한숨이 흘러 나왔다. 이건 더 이상 잠버릇의 문제가 아니다.

'……'
뜻밖의 광경에 남자는 숨 쉬는 것도 잊었다.
‘뭐야! 갑자기 왜 저래!’
돌아가야 하는데, 이래서는 갈 수가 없지 않은가!
달빛을 받으며 침상위의 소녀는 하체를 비비 꼬았다. 소녀의 고운 얼굴이 한껏 찡그려 졌다. 하지만 저건 고통 때문이 아니다.
‘에라! 씨펄! 이젠 모르겠다!’
남자가 억센 손으로 창틀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이리저리 비틀며 용을 섰다.
'덜그럭…… 덜그럭…… 덜컹. 덜컹'
시간이 지날수록 창틀 뒤틀리는 소리가 커져 갔다.
하지만 소녀의 꿈틀거리는 아랫도리에 마음을 빼앗긴 남자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거기 누구요!”
어딘가에서 늙수그레한 사내의 음성이 들려왔다.
‘헉!’
깜짝 놀란 남자는 반사적으로 소녀에게서 몸을 뗐다. 그러다가 그만 힘이 넘쳐 뒤로 벌러덩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쿠당탕'
뒤통수가 욱신거리며, 술이 확 깼다.
남자는 반사적으로 침상위의 여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난리 통에도 소녀는 여전히 두 눈을 꼭 감고 있다.
“하아!”
남자는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정말 깊이 잠들었든지, 수치스러워서 잠든 척하는 것인지 아직은 모른다. 어느 쪽이든 자신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지지만, 그렇다고 안심 할 수는 없다. 안쪽에서 두런두런 남자와 여자의 말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소녀의 가족들이 잠에서 깬 것이리라.
‘젠장! 큰일 났군’
남자는 창문을 타넘고 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리고 일단 으슥한 곳을 찾아 내달렸다.
‘그런데 뭐 이리 밝아?’
어디에 숨어도 몸이 환하게 드러난다. 문득 ‘아무리 보름달이라고 해도 너무 밝다’는 생각이 든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올리던 남자의 입이 쩍 벌어졌다.




























